선진셔우드 전경 |
●●●부산 감천항은 냉동·냉장 화물이 특화된 부두로 많은 해운항만관계자들이 인지하고 있던 기존의 부산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특히 러시아와 교역이 활발해 이곳은 지난 수십 년 전부터 러시아로부터 운반돼 오는 각종 냉동 수산물을 가득 실은 러시아 화물선의 입출항이 빈번한 곳이다. 국내외 소비 및 수출을 위한 냉동 창고들로 즐비해 그 특유의 분주함을 엿볼 수 있다.
부두의 특성상 화물을 부린 후 장시간 항해를 마친 선원들은 충분한 휴식을 누리고 싶어하나 그동안 이들을 위한 변변한 시설이 없어 많은 애로를 겪기도 했다.
이러한 감천항을 방문한 외국선원들을 위한 시맨스 센터가 문을 열고 이들을 따뜻하게 반기고 있어 큰 화제다.
부산 감천항에 위치한 감천 시맨스 센터는 작년 4월에 개장해 이곳을 방문하는 타지의 선원들을 위한 안락한 휴식처가 돼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감천 시맨스 센터를 운영하는 선진셔우드(대표이사 김재철)는 부산에 본사를 둔 전직원 40여명에 불과한 중소 선박수리회사이지만 기업 이익의 사회봉사를 기업 신념으로 삼고 전액 자비를 들여 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와 상당히 큰 규모다. 저도 이정도 규모의 시맨스 센터는 처음 본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 승선 근무시 국내외 시맨스 센터는 몇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기에 이날 이곳을 처음 방문한 기자 역시 본 센터의 안락하고 깨끗하고 시설에 적지 않게 놀랐다.
미소를 띠며 반갑게 맞이하는 사장 내외의 안내로 2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면은 센터측에서 마련한 컴퓨터를 이용해 고향의 가족 친구와 화상 통화를 나누고 있는 수십 명의 러시아 선원들의 모습이다. 덩치 큰 선원들이 다들 조용히 화상통화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해 보였다.
“솔직히 러시아 선원들 많이 시끄럽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이사의 부인인 조금엽씨는 빙그레 웃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부끄럼도 많고 참 조용한 사람들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길 싫어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감천 시맨스 센터를 운영하는 조금엽, 김재철 부부 |
작년 4월 문을 연 본 센터는 835㎡(253평) 규모의 부지에 340㎡(103평)의 센터건물과 495㎡(150평) 부설 실내체육관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센터 내부에는 컴퓨터, 남·녀 샤워실과 탈의실, 전화, 환전시설 등이 구비돼 있고 전문 외국어 통역사가 상시 대기해 방문자들의 의사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체육관 시설에는 배드민턴장, 탁구장, 당구장 등이 마련돼 있어 선원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외국 국적의 선박을 수리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선원들을 만나왔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항상 외롭지 않나? 집에 대한 그리움도 크고, 무엇보다 편히 쉴 곳 없는 외국 선원들을 위한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해서 비록 외국이지만 고향의 집 같은 느낌이 들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라며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이제 개장된 지 일년이 다 되어가지만 초창기 운영시에는 많은 좌충우돌도 있었다고 한다. 우선 덩치 큰 외국 선원들이 지역에 자주 나타나니 주변 거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반발도 있었다. 특히 외국인 범죄의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센터 운영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감천 시맨스 센터 내 마련된 각종 편의 시설 |
하지만 센터측의 지속된 설득과 출입하는 외국인들의 조용한 성격을 보면서 차츰 그 벽도 허물어졌으며, 평소 부두 주변에서 음주 사고를 일으키던 외국 선원들이 센터 개장후 센터 내에서 마련한 건전한 여가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소일거리를 차츰 찾아감에 따라 지역내 외국인 선원들 범죄율 저하에 큰 역할을 했다.
조금엽씨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면 그들은 믿음으로 우리에게 보답한다”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초창기 운영시 외국인 선원들은 우리의 호의에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왜 처음 보는 외국 선원들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냐며 마음을 쉽게 열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일과 후 평소 그들이 집에서 가질 수 있는 여러 편안함을 여기서 느끼게 해주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이들 내외의 말에 차츰 선원들은 경계를 풀고 어느 새 센터가 제공하는 여러 시설의 편안함에 푹 빠져 지내고 있어요.”
센터 개장 후 이곳은 단순히 러시아 선박 수리뿐만 아니라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및 양국간 우호를 증진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단순히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선원들의 편리를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방문한 선원들을 위한 이발, 지압, 마사지 서비스 등에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한국인들의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어 민간 외교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다하고 있다. 또 기독교 신자가 많은 러시아 선원들의 특성상 매주 일요일에 인근 교회를 방문해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많은 러시아 선원들은 이곳이 한국-러시아간 친선 활동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손꼽았다.
이날 취재 중 만난 한 러시아 선원은 “매번 방문하는 한국은 타국이라 항상 외롭고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곳이었다. 하지만 본 센터 개장 후 이곳에서 제공하는 좋은 음식과 편안한 시설을 무료 이용을 통해 건전한 여가 생활을 할 수 있어 아주 감사 드린다”며 방문 소감을 밝혔다.
“감천 시맨스 센터가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시설이란 말을 하셨는데 그럼 운영에 많은 자금이 들지 않느냐”고 묻자 “이 정도 규모의 센터를 운영하는데 적잖은 금액이 드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조선수리회사인 선진셔우드 운영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금으로 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운영경비 외 많은 부분은 분야별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아래 운영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센터내 마련된 스포츠 시설에는 당구대, 탁구대, 체력단련 시설이 비치되어 있다. |
매년 봄 가을에 많은 러시아 선박들이 부산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저희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싶고, 무엇보다도 종교인으로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방 같은 센터로 운영하는 게 큰 의미다”라며 이들 부부는 대답했다.
감천 시맨스 센터가 국가간 우호를 증진하는 큰 역할을 수행하는 데 대해 부산항만공사(BPA, 사장 임기택)는 부산항 발전에 관한 공로를 인증해 공로패를 증정하고 애로사항 해결을 통해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고 모색했다.
BPA는 센터가 위치한 감천항 7부두에서 센터로 접근하는 길이 없어 선원들이 매번 방문시마다 먼거리를 돌아서 온다는 말을 듣고 부두내 출입 절차를 간소화해 선원들의 불편을 해결했다.
김재철, 조금엽 부부는 힘든 생존 여건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구호를 위해 또 다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수년간 아프리카에서 계속된 가뭄의 영향으로 식수 및 생활용수가 부족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이들을 위해 우물 설치에 필요한 장비지원 및 5개의 저수지 건설에 나섰다.
조금엽씨는 “우물을 하나 파면 지역 내 1천 명의 사람이 살수 있고요, 또 저수지를 하나 만들면 오천 명의 사람이 생존 할 수 있습니다”라며 현재 개당 1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저수지 건설에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와 힘을 모으는데 한창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관심 속에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지속적으로 드릴 수 있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 하고 있는 이러한 사회 활동은 저희 자녀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남들에게 사랑을 나눌 수만 있어도 항상 행복하고 감사를 느끼며 살고 있다”며 “외국 선원들이나 멀리 아프리카 사람들 모두가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고, 이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함께 나눠 결코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 항상 우리가 곁에 있다는 격려를 아끼고 싶지 않다”라는 희망의 말을 전했다. <부산= 김진우 차장 jwkim@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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