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5 09:13

KSG에세이/ 참모총장 출신 육군대장과 화학병과 출신 일반하사 - (14)

서대남 편집위원

서대남 편집위원

용무 김용배 장군의 물질에 대한 청렴성은 당시 국영기업들이나 경제단체들이 적자 운영을 하면서도 구름떼처럼 공금으로 업무빙자 관광여행을 다니는 것과는 비교가 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어 지금까지도 인상깊게 남아있다.

예나 지금이나 고위공직을 퇴역하고 국공영 기업 등에 한자리를 꿰어차면 예산집행이란 이름하에 고도로 빼먹기(?)에 능한 솜씨를 보여 말썽을 빚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던 세태에 비하면 좋은 본보기를 보였던 인물임에는 틀림없었다.

또 인정을 베풀거나 자상한 배려를 할 경우를 보면 상대방에게 되레 부담이 되거나 민망스러울 정도로 세심한 부분까지를 놓치지 않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지금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어느 해인가 필자의 내자가 짧은 기간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그 얘기를 듣고는 병문안을 굳이 온대서 이미 퇴원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으나 결국은 찾아와여느 아낙이 육군대장이 병문안 오는 바람에 긴장을 해서 병세는 차치하고 혼비백산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협회 국제업무를 강화한다는 방침의 일환으로 업무부장에서 자리를 옮겨 앉아 첫 국제부장을 지낸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출신, 황승호 부장이 50대 후반으로 나이가 들어 현대감각에 뒤진다고 해서 젊은 신예를 물색 끝에 경북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고초근씨를 데려왔다.

동경제대(東京帝大) 출신으로 선주협회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교통부 차관 출신, 김병식(金炳湜) 이사장과 그의 후임인 동경상선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해대 학장을 역임한 윤상송(尹常松) 박사 체제가 당시 IMCO(Inter-Governmental Maritime Cooperative Organization)를 비롯한 각종 해사관련 국제기구나 협약 등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선주협회도 서울법대 출신 김용배 이사장, 서울상대 출신 김희(金熙錫) 상무와 서울문리대 영문학과 출신 고초근 부장 체제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사위로 우리나라 최초로 대형 유조선 선사인 삼양항해(주) 사장을 역임하며 한국선주협회 회장을 지낸 한병기 회장 아래서 함께 일한 경력에, 해양대 출신으로 최초의 국회의원을 지낸 삼양선박의 김진기 사장과도 근무 경험이 있는 엘리트 형에 성품도 온순한 고초근 부장은 모든게 필자의 마음에 들었고 나이도 비슷해 허물이 없었다.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를 졸업한 조사부장 필자와, 제대로 영문을 알고 영문과를 나온 고초근 국제부장은 우선 부서장급으로는 약관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 같은 세대라 격의없이 잘 어울렸고 또 배려심 있고 성격이 모난 데 없이 온유한데다 웬간해선 화내는 일이 없어 대하기가 서로 편했다.

특히 그간 김 이사장 시중을 필자 혼자 도맡아 들다가 맞춤형 세트로 주문이라도 한 듯 비슷한 분위기의 고 부장이 동참하여 좌청용 우백호로 두 사람이 맞드니 심심하지도 않고 모든 일이 수월해서 좋았다. 김 이사장은 일과가 끝난 뒤, 업무상이나 친분 도모를 위한 해운계 인사들이나 회원사 중역들보다 가끔 현역시절 교분이 깊었던 군 관계 인사들과 저녁식사가 있는 날이 많았다.

협회 사무국 수장이 너무나 버거운 대장 출신이고 보니 허심탄회하게 교제삼아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같이하는 일은 서로에게 격이 맞지 않아 동석 기회가 잘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협회측이 스폰서를 해야 할 때에는 어김없이 경호원 겸 기쁨조(?) 삼아 비서실을 통해 “서 부장, 고 부장 오늘 저녁 대기할 것!!”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몇 차례를 돌건 끝까지 수행과 음주 야근(?)을 해야했다.

당시는 주로 일식집에서 접대를 받기도 하고 손님을 맞았는데 약속 장소 출발 전에 승용차 앞자리 조수석은 대개 비워두고 수행비서 겸 경호원 삼아 두 부장 사이에 끼어 앉아서 타고 가기를 좋아했다. 주빈들끼리 옛날을 회상하며 왁자지껄 한 차례 술잔이 돌아 거나하게 취하면 어김없이 전쟁터를 회상하는 ‘Strong Valley’송이 나오고 곧바로 합창으로 이어져 분위기가 예비역 장성급 회식장으로 변하곤 했다.

술자리를 함께하고 노래를 같이 불러도 격이 달라 당시 동석자들의 이름을 기억할 순 없지만 현역시절 군부에서는 모두가 소위 ‘한가락씩’했던 주요 보직 수행 인사들임에는 틀림 없었었던 것 같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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