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로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업체들이 '헤쳐모여'식 합종연횡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2·3위 컨테이너선사인 MSC(스위스)와 CMA CGM(프랑스)은 이달 초 아시아·유럽 항로 등에서 공동으로 선박을 운영한다고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현대상선 등 시장점유율 10위권대 해운사 6곳은 새로운 해운 연합체인 'G6'를 꾸렸다.
이들 신생 연합체 각각의 선박 보유량은 세계 1위 덴마크 머스크의 규모를 뛰어넘는다. 해운 불황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해운시장 재편은 올 들어 불어닥친 불황 때문이다. 유럽이 경제위기를 겪으며 컨테이너선 운임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내려갔다. 게다가 선박 연료인 벙커C유는 올 들어 50% 이상 가격이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덴마크 머스크가 올 들어 세계 최대 규모인 1만8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하며 선박 대형화 경쟁에 불을 질렀다. 이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노선도 늘려 나머지 경쟁사들을 압박했다.
이에 대한 첫 대응은 이달 1일 나왔다.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3위 선사인 CMA CGM이 '선박 운영 파트너십'을 전격적으로 체결한 것이다. 두 회사는 내년 3월부터 2년 동안 아시아~북유럽, 아시아~남아프리카 등 일부 항로에서 선박 운영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양사 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6%로 머스크 점유율(15.9%)을 뛰어넘는다.
이에 자극받아 지난 20일엔 'G6'라는 해운 연합체도 탄생했다. 기존 해운 연합체 TNWA(뉴월드얼라이언스)와 GA(그랜드얼라이언스)가 합쳐진 새로운 연합이다. G6 연합에는 현대상선을 비롯, 싱가포르 APL, 일본 MOL,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NYK, 홍콩 OOCL 등 6개 선사가 참여한다. 이들 선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17.7%에 이른다. 역시 머스크보다 큰 규모다. 이 바람에 한진해운, 일본 K라인, 중국 COSCO, 대만 양밍 등이 속한 CKYH 연합체(14.1%)는 가장 규모가 작은 연합이 돼 버렸다.
업계에서는 해운 연합체가 대형화할수록 '규모의 경제'가 생기고 불황 극복 시간이 짧아진다고 전망한다. 연합체 소속 회사마다 중복되는 항로와 선박을 줄여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상선은 이번 G6 연합체에 참여하면서 부산항에서 폴란드 그단스크, 스웨덴 고텐부르크까지 가는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예전엔 이들 지역 물량을 서비스하지 못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사들이 합종연횡의 형태로 세계 1위 머스크를 압박하면 머스크 측에서 '치킨게임(사생결단의 대결)'을 계속하기가 어려워진다"며 "그럴 경우 업황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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