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6 10:30
판례/ 해상화물인도시기와 창고업자 및 선박대리점의 책임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 대법원 2006년 12월21일 선고 2003다47362판결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A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OO외 3인)
【피고, 상고인】 B선박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O 담당변호사 이OO)
【피고, 피상고인】 D하역협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OO)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3년 8월1일 선고 2002나950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5.23자에 이어>
(2) 판단 먼저 지정장치장에 관한 근거 법률인 이 사건 당시의 관세법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외국물품이 수입통관미필상태로 반입될 수 있는 보세구역은 지정보세구역, 특허보세구역 및 종합보세구역으로 구분되는데 지정보세구역에는 지정장치장 및 세관검사장이 있고(제65조),
그 중 지정장치장은 통관을 하고자 하는 물품을 일시 장치하기 위한 장소로서 세관장이 지정하는 구역이며(제73조), 지정장치장의 물품 장치기간은 6월의 범위 안에서 관세청장이 정하는데(제74조), 지정장치장에 반입한 물품에 대하여는 화주가 그 보관의 책임을 지고(제77조 제1항), 장치기간경과물건에 대한 매각, 국가귀속, 폐기 등의 경우 화주 또는 반입자에게 통고하는 것으로(제123조 내지 제127조) 규정돼 있다.
이와 같은 규정과 관세법의 제정 목적(제1조)에 비춰 보면 보세구역으로서의 지정장치장을 두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수입물품의 경우 이에 대한 관세 납부의무자인 화주에 대해 통관을 적정하게 할 수 있도록 해 관세수입의 확보를 기함에 있고 수입물품의 인도나 소유권자를 위한 보관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지정장치장의 화물관리인에 관한 이 사건 당시의 관세법 제77조, 동법시행령 제76조의2에 의하면 피고 D와 같은 화물관리인은 세관장이 ▲직접 물품관리를 하는 정부기관 ▲관세행정 또는 보세화물관리와 관련 있는 비영리법인 ▲당해 시설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요청한 자 중에서 지정하는데
이렇게 지정된 화물관리인에게는 관세법 제70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해 멸실 또는 멸각된 물품에 대한 관세납부의 책임과 당해 화물의 보관과 관련한 하역·재포장 및 경비 등을 수행할 책임이 있고 화물관리인은 이러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화물관리에 필요한 비용(세관설비사용료 포함)을 화주로부터 징수할 수 있는데, 징수 비용 중 세관설비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은 세관장에게 납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위와 같은 지정장치장의 성격, 그 곳 화물관리인의 지위와 책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국가는 관세채권의 확보와 통관질서의 확립이라는 행정목적을 위해 지정장치장을 설치 운영하지만 화물의 보관료를 징수하지 않는 대신 그 보관의 책임은 화주가 지게 했고 지정장치장의 질서유지와 화물의 안전관리를 위해 화주에 갈음해 보관책임을 지는 화물관리인을 지정한 경우에도 화물관리인은 멸실 또는 멸각된 물품에 대한 관세납부의 책임과 당해 화물의 보관과 관련한 하역·재포장 및 경비 등을 수행할 책임이 있을 뿐 화물의 보관 그 자체를 업무로 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이러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화물관리 비용을 징수한다고 해도 그 중에 화물보관료의 성격을 갖는 부분은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결국 화물관리인은 관세징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세관장에 갈음해 지정장치장에 화물이 반입되고 반출되는 것을 관리하는 자에 불과하고, 그 곳에 반입된 화물을 운송인이나 소유자를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는 않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화물의 보관을 맡지 아니한 세관장이나 피고 D는 통관에 필요한 세금을 납부한 후 이 사건 화물의 반출을 신고한 우림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반출을 저지할 권한이 없다 할 것이고 오히려 이 사건 화물을 지정장치장에 반입했던 화주인 우림의 반출신고에 따라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D가 이 사건 화물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에서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시하지 아니하는 화주의 화물반출을 저지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원용했으나 다음과 같이 판단을 달리했다.
가. 인용법리
(1)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으로부터 선박운송물의 인도 및 선하증권 회수 등 업무를 맡은 운송대리인은 운송화물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인도해야 하고 인도시까지는 화물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다하여 보존·관리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 경우 인도는 사법상의 개념으로서 운송인이 운송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01월 4월10일 선고 2000다46795).
(2) 화물관리인은 관세징수를 확보하기 위해 세관장에 갈음해 지정장치장에 화물이 반입되고 반출되는 것을 관리하는 자에 불과하고 그 곳에 반입된 화물을 운송인이나 소유자를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는 않으므로 통관에 필요한 세금을 납부한 후 화물의 반출을 신고한 수입업자에 대해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물반출을 저지할 권리나 의무가 없다(대법원 2002년 12월10일 선고 2000다24894).
나. 판단
(1) 구 관세법(2000년 12월29일 법률 제630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관세법’이라고 한다) 제65조, 제74조, 제77조의3, 제78조, 제91조의 규정 등에 의하면 지정장치장은 세관장이 지정하는 지정보세구역에 보세장치장(구 관세법 개정으로 보세창고에 흡수됐다)은 세관장의 특허를 받은 특허보세구역에 각 해당되고 그 설치 절차나 장치 기간 등도 상이하여 관세행정상으로는 서로 구별되는 장소이기는 하지만,
한편 구 관세법 제66조, 제73조, 제88조의 규정 등에 의하면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은 모두 통관을 위해 물품을 장치하는 장소로서 구 관세법상으로도 화물의 반입·반출 절차가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송인 또는 선박대리점의 입항 및 하선신고에 의하여 화물이 장치될 보세구역이 특정되는 점 등 해상운송화물의 보세구역 반입에 관한 업무 관행과 항만 내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의 기능 및 운영 실태 등을 종합해 보면 선하증권 등을 둘러싼 해상화물운송에 관한 사법적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의 지위나 법률적 성질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선하증권이 발행된 화물의 해상운송에 있어서 운송인 또는 그 선박대리점은 선하증권과 상환해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므로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에 불과한 화주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가 화물을 양하해 통관을 위해 지정장치장에 입고시켰다면 화물이 운송인 등의 지배를 떠나 화주에게 인도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운송인 등은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을 통해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고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 입장에서도 운송인 등으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운송인 등과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 사이에는 화물에 관해 묵시적인 임치계약관계가 성립하게 되며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은 운송인 등의 지시에 따라서 임치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게 된다(대법원 2004년 5월14일 선고 2001다3391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해상운송화물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그 소지인에게 인도돼야 하고 선하증권 없이 화물이 적법하게 반출될 수는 없으므로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못해 운송인 등으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지 못한 화주에게 화물을 인도하면 그 화물이 무단 반출돼 선하증권 소지인이 화물을 인도받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이 화물인도지시서나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화물을 인도했다면 그로 말미암아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년 11월14일 선고 2000다30950 판결 등 참조).
한편, 운송인으로부터 화물의 인도 업무를 위임받은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멸실케 한 경우에는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앞서와 같은 경위로 화물을 지정장치장에 입고시킨 경우에는 선박대리점은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을 통하여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것이라거나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인도돼야 할 화물을 무단반출의 위험이 현저한 장소에 보관시킨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그 후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이 보관중이던 화물을 화주에게 무단 반출함으로써 화물이 멸실됐다고 하더라도 선박대리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5년 1월27일 선고 2004다1239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은 마산항에 도착한 후 선하증권과 상환됨이 없이 화주인 우림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에 의해 하역돼 관세법상 지정장치장인 마산항 월영부두 야적장(이하 ‘이 사건 지정장치장’이라 한다)에 반입됐고,
이 사건 지정장치장의 화물관리인인 피고 D하역협회(이하 ‘피고 D’라고 한다)는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나 운송인의 마산항 선박대리점인 피고 C해운에게 알리지 않은 채 화물에 대한 통관절차만 마치고 선하증권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우림에게 위 화물을 전부 반출해 줬음을 알 수 있는 바,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이 사건 화물이 지정장치장에 반입된 이상 운송인 샤마르쉬핑 등과 피고 D와 사이에는 화물에 관한 묵시적인 임치계약관계가 성립됐고 따라서 피고 D는 운송인인 샤마르쉬핑 등을 위해 위 화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지위에 있는 피고 D가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와 상환함이 없이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에 불과한 우림에게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 반면에 피고 B선박이나 피고 C해운은 샤마르 쉬핑의 선박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지정장치장에 화물이 반입된 후에도 피고 D를 통해 이 사건 화물을 계속 지배하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물이 이 사건 지정장치장으로 반입되는 것을 용인·방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B선박이나 피고 C해운에게 선박대리점으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구 관세법 및 그 시행령상의 제반 규정들만을 근거로 해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은 운송인이나 소유자를 위해 화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고 따라서 지정장치장은 화주가 통관절차만 마치면 언제든지 반출이 가능한 곳이라고 그 성격을 규정한 다음,
그렇다면 이 사건 지정장치장의 화물관리인인 피고 D는 통관절차를 마친 우림의 화물 반출을 저지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으므로 우림에게 화물을 반출해 줬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선박대리점들인 피고 B선박, 피고 C해운은 선하증권을 교부받고 화물을 인도할 때까지 이를 선량한 관리자로서 보존·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선하증권도 소지하지 않은 우림이 화물을 하역해 이 사건 지정장치장에 반입하는 것을 용인·방치함으로써
그 무렵 그 화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가지게 된 우림이 이를 반출하는 것을 막지 못했으므로 이로 인해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의 법적 지위나 화물의 인도 시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계속>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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