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에 5개 노선 신설 신청…경쟁 격화 ‘우려’
●●●한국과 중국을 잇는 국제여객선(카훼리) 항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의 실적부진을 말끔히 씻고 지난해 여객과 화물 공히 실적 고공비행의 짜릿함을 만끽했다. 특히 한중 카훼리항로의 최근 시장 호조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이 아니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취항선사 단체인 황해객화선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중 카훼리 항로 14개 노선의 물동량 수송실적은 20피트 컨테이너(TEU) 39만3501개를 기록했다. 1년 전의 30만833TEU에 비해 무려 30.8%나 증가했다. 지난 1990년 9월 위동항운이 첫 물살을 가른 이래 처음으로 연간 물동량 40만TEU를 돌파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1월까지 실적이 앞선 해의 연간 실적들을 모두 앞질렀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최고의 해로 기록됐던 2007년 연간 실적 37만9540TEU에 견줘 3.7% 웃돈다. 2007년 같은 기간(34만5224TEU)에 비해선 두 자릿수(14%)로 성장했다.
지난해 물동량 사상최초 40만TEU 돌파
여객 부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까지 여객 수송실적은 136만1383명을 기록, 2009년 같은 기간의 97만4668명에 비해 39.7% 늘어났다. 여객 역시 1~11월 실적이 역대 연간 실적들을 앞질렀다. 이전까지 최고 연간 실적이었던 2006년의 117만5861명보다도 15.8%나 앞선다. 월간 실적에선 2분기 이후 9월 한달을 제외하고 모두 12만명을 넘어섰다. 2월 한달을 빼고 10만명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8월엔 15만9204명을 기록, 처음으로 15만명 벽을 넘어섰다.
노선별로도 높은 실적 성장세를 거둔 대목은 뜻 깊다. 14개 노선 중 인천-스다오 노선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화물 수송실적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화물 수송실적에서 단연 ‘톱’은 위동항운이다. 위동항운이 운항 중인 인천-칭다오와 인천-웨이하이 노선이 나란히 화물수송실적 1, 2위를 나눠 가졌다. 지난해 1~11월 인천-칭다오 노선은 5만327TEU, 인천-웨이하이 노선은 4만8875TEU를 각각 수송했다. 3위를 차지한 연운항훼리의 인천-롄윈강 노선 3만9242TEU를 1만TEU가량 앞서는 실적이다. 특히 위동항운이 실어 나른 물동량이 전체 물동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막강한 수송 경쟁력을 자랑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률에서도 인천-칭다오 50.4% 인천-웨이하이 19.1% 등 호성적을 일궜다.
인천-롄윈강 노선도 11.6%의 두 자릿수 성장세로 3위에 올랐다. 4위는 3만5341TEU(8.1%↑)를 수송한 화동훼리의 인천-스다오 노선이 차지했으며 5위는 3만3856TEU로 26.6%의 성장세를 거둔 한중훼리의 인천-옌타이 노선에 돌아갔다.
인천-톈진(진천국제객화항운) 노선은 3만3234TEU로 6위, 평택-룽청(대룡해운) 노선은 3만3122TEU를 수송, 7위를 각각 기록했으며 평택-롄윈강(연운항훼리) 노선은 2만7712TEU로 그 뒤를 이었다. 9위와 10위는 1만8845TEU 1만7642TEU를 각각 수송한 인천-다롄(대인훼리) 인천-단둥(단동국제항운) 노선이 각각 차지했다. 연운항훼리가 운항 중인 중국 롄윈강 기점의 2개 노선을 제외하고 주3항차 노선들이 모두 10위권에 포진해 거리상 이점이 수송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지 알 수 있다.
주2항차 노선들인 인천-잉커우(범영훼리) 인천-친황다오(진인훼리) 군산-스다오(석도국제훼리) 평택-웨이하이(평택교동훼리)가 11위부터 14위까지 랭크됐다. 수송실적은 각각 1만6061TEU 1만4767TEU 1만2977TEU 1만1500TEU다. 10위권 밖의 노선들도 20%대 이상의 고공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인천-잉커우 노선은 전년 동기 대비 2배(101.2%)나 늘어난 성장률로 다른 노선들을 제치고 순위 상승했다.
이 같이 지난 한해 한중 카훼리 항로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에 따른 보안강화의 후유증과 2009년 금융위기 여파를 깨끗이 털어낸 가운데 다시금 항로 개설에 대한 움직임도 확대되면서 업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당장 빠르면 이달 말 평택-르자오 항로가 개설될 전망이다. 한국측 동방·보이스코리아, 중국측 르자오항무국이 투자자로 각각 나선 이 항로는 그간 투자자 중도하차, 선박 확보 난항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취항을 앞두게 됐다.
평택-르자오 취항 임박…빠르면 이달 말 뱃고동
이 항로 운항사는 중국에 본사를 둔 일조해통반륜유한공사로, 한국엔 총대리점인 일조국제훼리가 설립됐다. 일조국제훼리 대표이사엔 동방 박대용 상무가 선임돼 업무에 들어갔다.
중국측 투자사인 르자오항무국은 지난해 11월 부산-모지 노선에 취항했던 <세코마루>호를 사들인 뒤 일조해통측에 용선을 줘 선박문제도 해결했다. 르자오항무국은 한중해운회담을 앞두고 면허 회수설까지 불거진 가운데 웨이하이항무국측으로부터 들여오려던 <뉴아카시>호를 놓고 평택-웨이하이 노선을 운항하는 평택교동훼리측과 혼선을 빚기도 했던 터여서 <세코마루>호 구입으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르자오 둥팡>(Rizhao Dongfang)호로 이름을 바꾼 1만1550t급 선박은 승객 740여명과 컨테이너 220TEU를 동시에 수송할 수 있다. 선내엔 대형공연장 식당 면세점 목욕탕 노래방 편의점 스카이뷰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선박문제는 해결했지만 아직까지 문제는 남는다. 바로 평택항 선석 사용권 문제다. 일조국제훼리측은 한국 기항 일정을 월 수 금 주 3회로 확정했다. 하지만 평택항 카훼리 부두를 이미 선점하고 있는 다른 선사들이 선석 사용에 협조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평택항 여객선 부두는 폰툰(부선)식 2만6천t급 2선석으로 구성돼 있다. 1개 선석에 2개 항로씩 번갈아 취항할 수 있다는 점에 미뤄 총 4개 항로가 이용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대룡해운의 룽청 노선, 연운항훼리의 롄윈강 노선, 평택교동훼리의 웨이하이 노선 등 3곳이 이 부두를 이용하고 있다. 대룡해운이 월·화/목/토 주 3회, 연운항훼리가 월/목·금 주 2회 이용하고 있고 평택교동훼리가 화/목/토·일 주 3회 부두를 쓰고 있다.
결국 평택-르자오 노선은 월요일에 대룡해운·연운항훼리와, 금요일에 연운항훼리와 부두 이용이 맞부딪친다. 대룡해운과 연운항훼리는 여객 출입국절차 등을 이유로 일조국제훼리의 부두 이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 본사인 일조해통은 당초 19일을 목표로 취항 일정을 수립했다가 평택항 선석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산-룽청 신설 확정…추가 신설에 이목 쏠려
항로 신설 붐도 카훼리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8~2009년 카훼리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당시 잠잠하던 항로 신설 움직임은 지난해 들어 시장이 다시 풀리기 시작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현재 항로 개설 신청서가 제출된 곳은 대산-룽청(대룡해운) 인천-장허(금항해운·천우해운) 인천-타이창(화인해운) 평택-옌타이(하나로해운) 평택-스다오(석도국제훼리) 등 5곳이다. 무려 10개 노선이나 서비스 신설이 진행됐던 지난 2006년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항로 개설 신청서가 제출된 곳 중 고속선을 투입키로 해 주목을 받은 대산-룽청 노선만이 지난해 한중해운회담에서 양국 정부의 ‘간택’을 받았다. 양국 정부는 평택-옌타이와 평택-스다오 노선 신설에 대해선 올해 4월 특별해운회담을 열어 승인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승인 여부의 잣대는 현재 개설을 앞두고 있는 평택-르자오 노선이 될 전망이다. 이 노선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느냐 마느냐가 다른 항로 신설의 기준점이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기존 취항선사들은 항로 신설에 부정적이다. 운임이 바닥권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항로가 늘어날 경우 선사들이 채산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평택항의 경우 평택-르자오 노선에서처럼 부두 문제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카훼리 선사 한 관계자는 “물동량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소석률(화물적재율)이 50%를 넘지 못해 운임은 여전히 약세를 띄고 있는데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도 늘면서 수익성은 화물 증가분만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며 “항로 신설로 신생선사뿐 아니라 기존 선사들까지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현재 시장이 호전되면서 중국 지방정부가 항로 신설에 공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수입쪽은 화물이 기대되지만 수출은 나올 게 없어서 (항로 신설은) 중국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더기 항로 신설 움직임을 겨냥해 회사 또는 노선 인수·합병(M&A)에 대한 의견도 들린다. 덩치를 키워 면세유 비용이나 부두이용료 등에서 인센티브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 (기점 한중 카훼리항로) 매표를 통합화해야 한다. 영업기밀은 버스회사(통합매표)에서 보듯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카훼리업계 한 임원의 말이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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