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6 07:26
해운경기의 극심한 불황으로 인해 선박펀드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작년 말부터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한 선박펀드가 원금이 손실된 채 강제 상환되더니 정부 기관이 투자한 선박펀드에도 문제가 터졌다. 해당 펀드의 용선사가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같은 용선사에 투자한 펀드들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가 140억원가량을 투자한 ‘코리아퍼시픽 7호 선박펀드’는 투자 선박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한달 이상 장기 억류되면서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펀드는 지난 2007년 6월 설정된 것으로 용선주인 중국계 회사 위안겡 십핑과 선박 임대계약을 맺게 되며 여기서 발생하는 선박 임대 수익을 투자자들이 받는 구조다. 목표 수익률은 초기 2년차까지는 연 8%, 3∼7년차부터는 10.42%로 당시 출시돼있던 선박펀드의 수익률 7%선보다 높게 제시되며 각광을 받았었다. 위안겡 십핑의 실질 운항 용선사는 모회사인 퍼시픽킹 십핑홀딩스다.
문제는 해운시장 침체로 당시만 해도 건실해 보였던 퍼시픽킹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다. 퍼시픽킹이 용선료 체불과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서 7호가 투자한 선박은 지난 4월 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살단하베이항에 입항 직후 억류됐다.
운용사인 KSF선박금융이 선박 압류를 풀기 위해 소송을 진행중이지만 업계에서는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다음 배당금은 물론이거니와 시황 악화로 선박을 매각한다고 해도 원금을 건질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원금상환에 있어서도 선박 구입을 위해 대출에 나섰던 우리은행과 농협이 선순위며 우정사업본부 등 펀드투자자들은 후순위에 속한다.
7호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같은 회사가 용선사로 있던 ‘코리아퍼시픽5호’와 ‘코리아퍼시픽6호’도 줄줄이 문제가 되고 있다.
5호와 6호는 지난 4월 27일 “퍼시픽킹의 선박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장기 억류되면서 자금 유동성이 악화돼 용선료가 입금되지 않았다”며 “선박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 후 청산 배당이나 용선사 변경을 통한 용선계약 지속 유지 등의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7호에 앞서 지난 2007년에 설정됐으며 6개월마다 원금잔액 대비 연 9%의 고정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모집한 바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이들 선박펀드의 주가도 고꾸라졌다.
4500원 안팎에 거래되던 5, 6호(액면가 5000원)는 용선료 미입금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월 28일 이후 4일 연속 하한가 행진을 지속하며 2300원대로 주저앉았다. 7호 역시 지난 4일 전일보다 7.67% 급락한 180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주당 5000원에 공모했던 한국선박운용의 ‘동북아 31호선박투자회사’는 용선사의 자금 경색으로 지난 2월에 주당 2120원 정도에 청산되고 상장 폐지된 바 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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