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9 10:32

판례/ 운송주선인의 지위

金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5058 판결


【원고ㆍ상 고 인】 A
【피고ㆍ피상고인】 B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2.23자에 이어>

1. 들어가며

운송주선인은 상법상 명시된 운송주선업을 행하는 자를 말한다. 즉, 물건 운송의 알선을 영업으로 하는 자를 말하며, 우리가 흔히 아는 포워더들이 바로 이러한 운송주선인이다. 그러나, 운송주선인이라고 하여 단순 알선의 범위에 그치지 않고, 특정한 경우에는 운송인으로 보게 되어 운송인과 동일한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게 된다. 즉, 운송주선인도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직접 운송할 수 있으며,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운송인과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를 운송주선인의 개입권이라 한다.

그러나 운송주선인의 주된 업무는 화물 운송의 알선이라 할 것이며, 이러한 업무를 행함으로서 금전적 이익을 창출하는 만큼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 즉, 운송주선인이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를 판단함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사안의 경우 이러한 내용 즉, 운송주선인에게 운송인의 책임을 묻기 위한 요건 등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바, 이하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 법원의 판단과 운송주선인의 지위 인정 여부 및 운송주선인의 개입권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A는 운송주선인인 B에게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으며, 이에 B는 운송인인 M사 소유 선박을 통하여 화물을 운송하기로 하고, A에게 선하증권을 교부하였는데 이 선하증권을 B가 교부하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상 M사가 작성한 선하증권에 B가 M사의 대리인으로서 서명하여 교부하였다.

이 사건 화물은 하자를 지닌 채 운송되었으나, A는 손상된 화물을 수령한지 1년이 경과하여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요지는 ① B는 이 사건 화물의 운송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하자 있는 상태로 이를 운송하였는 바,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② 설사 B가 운송주선인이라 주장할 지라도 B가 선하증권을 작성하여 교부한 만큼 운송주선인으로서 개입권을 행사한 것이라 볼 수 있고 따라서 운송인의 책임을 져야 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위 사안에 대하여 원심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인 A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가. 상법 제811조에서 정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으면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말하는데, 운송물이 멸실되거나 운송인이 운송물의 인도를 거절하는 등의 사유로 운송물이 인도되지 않은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위 규정의 제소기간이 도과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 화물이 인도된 시기로부터 1년이 경과된 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화물에 관한 해상운송인으로서 그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의 소는 제소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기되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 상법 제114조에서 정한 ‘주선’은 자기의 이름으로 타인의 계산 아래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므로, 운송주선인은 자기의 이름으로 주선행위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 주선행위를 하였다면 하주나 운송인의 대리인, 위탁자의 이름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운송주선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지 않는다.

라. 해상운송주선인이 위탁자의 청구에 의하여 선하증권을 작성한 때에는 상법 제116조에서 정한 개입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것이나, 해상운송주선인이 타인을 대리하여 위 타인 명의로 작성한 선하증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조에서 정한 개입권 행사의 적법조건이 되는 ‘운송주선인이 작성한 증권’으로 볼 수 없다.
 
4. 운송주선인의 개입권

운송주선인은 특약이 없으면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직접 자신이 운송을 실행할 수 있는데, 이를 운송주선인의 개입권이라 한다. 운송주선인이 개입을 한 경우에는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지위를 공유하게 되어 운송주선인이 운임도 청구할 수 있으며, 보수 청구 시기도 실제로 운송을 개시한 때 또는 이행보조자인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때에 보수를 청구할 수 있으나, 운송주선인은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져야만 한다.
운송주선인이 위탁자의 청구에 의하여 화물상환증을 작성하거나, 이 사건의 쟁점과 같이 선하증권을 작성한 경우에는 개입권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된다.

5. 평석 및 사견
운송주선인의 주 업무는 고객의 요청에 따른 화물 운송의 알선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운송주선에 그치지 않고 개입권을 행사함으로써 운송인의 지위를 함께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 운송인으로서의 의무도 아울러 인정된다. 사안에서 운송주선인인 B는 운송인의 대리인의 지위에서 선하증권을 교부하였을 뿐이다. 즉, 이 사건 선하증권의 명의는 실제운송인인 M이지 그 대리인이자 운송주선인인 B가 아닌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잘 지적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은 B가 발행한 것이 아니므로, 그에 따라 B는 운송주선인으로서 개입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므로 운송주선인으로서의 책임만이 있을 뿐이며, 따라서 운송인의 지위에서 져야 할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상법상 명시된 개입권 행사 요건을 제도의 취지에 맞게 해석하여 합리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해운업에 종사하는 우리 독자여러분들이 이러한 내용을 모르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흔히 아는 것이라도 그에 대한 정확한 법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만큼 이번 사례는 운송주선인의 지위와 개입권 행사여부에 대하여 되짚어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는 점을 말씀드리며, 그 요지를 이해하시기를 당부 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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