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1 15:32

태안 해양오염사고와 방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

정영석(한국해양대학교 법학부 교수)

지금 태안반도에는 기름과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해양경찰의 지휘아래 해양오염방제조합, 지방자치단체, 주민, 자원봉사자까지 모두가 사력을 다해서 바다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또 한편으로는 오염의 심각성과 광범위성에 비해 빠른 시간 내에 회복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의 위기극복 능력이 상대적으로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하면, 방제시스템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갖추어져 있고, 훈련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 문제는 피해의 배상이나 보상이 얼마나 잘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첫째, 해양오염방제시스템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오염방제체제는 해양경찰과 해양오염방제조합이라는 조직, 해양연구원의 지원 등으로 편성되어 있고 상당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방제시스템이 발달한 나라로 미국을 들 수 있지만, 1989년 엑슨 발데즈 사고로 약 4-5조원의 손해배상이 이루어 졌고, 관련 소송이 사고 이후 10여년간 계속되고 있었다. 결국 어느 나라도 처음부터 완벽한 해양오염방제시스템을 갖추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다만, 사고 경험과 선진국의 대처사례를 통하여 점점 개선해 나가면서 좋은 시스템을 갖추어 갈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선진화되어 있다는 우리나라 해양오염방제체제에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면 근본적인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즉, 해양오염방제시스템과 같은 재난에 대비하는 체제는 신속성과 정확성, 전문적인 판단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현재의 해양오염방지법(2008년부터는 해양환경관리법으로 대체됨)의 관련 규정은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행 제도는 해양오염이 발생한 경우에 오염물질이 적재된 선박의 선장이나 해양시설의 관리자와 오염물질의 배출원인이 되는 행위를 한 자가 방제의무자가 되고, 방제의무자가 자발적으로 방제조치를 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시한을 정하여 방제조치를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또 방제의무자가 방제조치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 해양경찰청장이 직접 방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오염원을 발생시킨 원인행위자가 책임을 진다는 규정은 법의 기본 원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사소한 해양오염사고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큰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의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양오염사고는 규모가 크던 작던 기상상황 등 주변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큰 피해를 가져 올수 있고, 즉각적이고 정확한 방제조치가 이루어 지지 않으면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10년간 할 일이 없다가도 한 번의 사고를 잘 처리한다면 이러한 시스템과 관련 조직은 충분히 그 할 일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해양오염에 대하여는 해양경찰청이 방제의무자이면서 방제에 대한 모든 지휘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즉, 국가가 방제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지는 행정의 주체인 동시에 제1차적 방제의무자가 되어야 한다. 오염방제와 관련된 비용문제는 차후의 문제로서 미국의 OPA(유류오염법)과 같이 징벌적 배상제도(civil punishment)를 도입하여 방제비용과 일종의 벌과금이 통합된 형태의 사후 배상제도를 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실제 방제업무를 수행하는 집행기관으로는 해양오염방제조합이 있다. 내년부터는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 체제를 개편하여 좀 더 강력한 정부업무보조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하게 된다. 해양오염방제조합의 여러 가지 업무 중 핵심은 역시 해양오염방제작업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작업은 현장에서 해양경찰청의 지휘 하에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해양오염방제조합은 물론 향후 발족하게 될 해양환경관리공단 역시 해양경찰청이 아닌 해양수산부의 산하기관으로 법적 지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 업무협력관계 및 지휘가 해양수산부에서 이루어지고, 방제현장에서의 지휘체계에서는 해양경찰청과 연계되기 때문에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대형사고에 대한 초기 대응에 있어서 효율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양오염방제조합(해양환경관리공단)에 대한 평시 업무협조나 지휘명령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해양경찰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오염확산예측은 해양연구원 등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 부분도 해양경찰청이나 해양오염방제조합(환경관리공단)이 직접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사고발생시에는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오염확산예측시스템은 해양경찰청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 자원 봉사자가 제기한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육상방제작업은 시군구의 자치단체가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전문성이 떨어지고 체계적인 방제가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적어도 해양오염사고에 대한 방제조치에 대하여는 현장과 배후의 지휘 및 행정집행이 모두 해양경찰청으로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사고에서 업무협조가 되지 않았다거나 지휘명령이 잘못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양오염방제와 같은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단순·명료하고 강력한 지휘명령체계의 구축,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비용부담의 문제 역시 차후 문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국가가 우선 책임지고 추후에 징벌적 배상(civil punishment)의 차원에서 원인제공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일의 앞과 뒤를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밖에도 예산이 소요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한 번의 사고에 잘 대처를 하여도 그 효과는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오염방제에 있어서는 유수를 분리할 수 있는 방제선등이 발달해 있지만 이는 배출된 기름이 한 곳에 모여 있을 경우에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라고 보아야 한다. 이 번 사고 해역에서는 당시 파도가 상당히 거세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높이 3미터 이상의 대형 오일펜스의 확보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해양오염이 인근국가로 확산될 경우에는 외교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고,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인접국가간에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공동방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OPRC협약도 있다. 과연 이번 사고에서 사고발생 즉시 중국 등의 인접국에 대하여도 즉각적인 통보 등의 협력대응시스템이 제대로 가동이 되었는지도 사후에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몇 년전 부산 앞바다에서 일본 해상보안청과 공동방제훈련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러한 물리적 훈련 외에도 국가간의 협력체제, 초기 방제장비의 효율적 배치, 해양연구원 등과의 협력 등을 위해서는 연간 수차례의 도상훈련을 통한 시스템이 매뉴얼대로 자동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현장에서의 방제작업과 관련하여서는 해양오염방제조합의 대응대비 훈련이 평소 충분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예를 들면 해양수산부 장관이 주제하고 각부 장차관이 협력하는 방제대책지원본부 등이 작동하여 방제예산 지원 및 타 부처의 인력·장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정부조직상으로는 수난구조 및 수색업무, 항로 및 수로에 대한 시설물 관리, 개항단속 등과 같은 해양안전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해양경찰청으로 이관하여 해양경찰방재청(해양경찰안전청)으로 확대개편하여 해양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단일기관에서 취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둘째는 사고 수습후 피해에 대한 배상이나 보상이 문제된다. 이번 사고는 기중기부선이 유조선에 충돌하여 기름이 유출된 사고로 요약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사고의 원인이 어느 쪽에 있느냐가 밝혀져야 책임의 주체가 분명해 질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유조선에 의한 오염사고는 국제민사책임협약과 기금협약 및 이들 협약을 수용한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하여 우선 유조선 선주가 손해에 대한 배상과 IOPC Fund에서 추가보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방제비용과 피해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한도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추후 책임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법적으로는 유조선의 책임한도액이 크고 기중기부선의 경우에는 선박의 톤수가 작기 때문에 크게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조선 측에서 우선 배상이나 보상을 하도록 한 것은 이런 대형사고에서는 아주 효율적인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 유조선은 해외 P&I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시프린스 사고를 비롯한 여러 사고에서 손해액의 산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사고는 결국 실제 손해액과 향후 기대이익의 상실에 대한 산정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으면 충분한 배상이나 보상이 불가능하게 된다. 손해의 입증과 과거 소득 및 기대되는 소득의 입증이 쉽지않을 것이고 입증이 된다고 하여도 전문가에 의한 손해산정이 필요하다. 또 그 이후에도 해외 P&I보험사와의 사이에 소송이 예상된다.

필자는 이번 사고와 같은 재난사고에서는 정부의 인력을 충분히 지원하여 이런 업무를 도와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방제작업 외에도 증거채집과정에서부터 손해의 산정과정까지 전문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해양경찰청에서는 최근 해상보험사손해사정사 등의 전문인력을 간부요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인력과 민간전문가를 고용해서라도 피해주민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정확한 피해산정을 위해서는 사고수습후에 채집된 증거를 중심으로 정부예산을 지원하여 전문기관에서 손해산정을 위한 작업을 의뢰하여 객관적 입증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송과정에도 예를 들면 법률구조공단, 군의 법무관 등과 같은 정부기관이 소송대리업무를 조력해 준다든지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법률지식이 필요하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인 법학교수의 지원 등도 정부가 주도하여 이끌어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런 일이야 말로 정부가 해야 할 공공서비스의 전형적인 업무라고 본다. 민간이 할 수 없고, 국가의 법과 제도가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일, 강력한 지휘명령체제가 필요한 일, 빛은 나지 않지만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야 말로 국가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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