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부산항이 개항한 이래 약 130년이란 시간이 지난 2007년 현재 부산항은 지금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으로 발전하였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선복을 보유한 해운강국으로,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항만산업과 관련하여 보면 현 정부의 5년 통치기간은 획기적인 변화가 가장 많은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던 항만인력상용화에 합의를 이루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 항만산업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또 지난 2003년 항만공사법이 제정되어 2004년 부산항만공사가 설립되었고 이어서 인천항만공사가 설립되고 금년에는 울산항만공사가 연이어 설립되었다.
국유국영항만체제로 출발하여, 한국컨테이어부두공단의 설립에 이어, 항만시설을 현물출자한 정부출자 공기업형태의 항만공사가 설립되어 항만을 관리하게 된 것은 항만민영화의 획기적인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항만공사제도는 유럽과, 영국, 미국 등의 포트오소리티 제도를 국내에 도입한 것으로, 독립채산제에 의한 항만의 상업적 경영, 행정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및 자율경영, 항만수입의 항만재투자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또 당시의 항만의 민영화 논리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율성과 효율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일부에서 해외의 포트 오소리티를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공기업의 형태로 인식하게 되어 정부출자공기업인 항만공사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항만공사제도는 도입 초부터 과연 정부로부터 얼마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도움없이 항만재투자가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을 만큼 재정능력이 충분한가, 단순한 부동산 임대업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비판을 받아 왔다. 항만공사제도가 도입된 지 3년여가 지난 지금 돌아보면, 적극적 마케팅 활동, 지방해양수산청의 수역관리권 등의 일부이관 등 항만공사를 중심으로 항만업무를 집중시키는 등의 바람직한 발전을 이룬 부분도 많았지만 설립 당시 예상했던 문제와 함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 등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를 살펴보면, 우선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부과문제와 이에 대한 항만공사의 반발, 잉여수익금에 대한 국가귀속으로 인한 항만개발 재투자재원확보문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따른 공기업경영평가와 관련된 혼선이 눈이 띤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우리가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한 항만공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하여야 할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항만공사만 다른 공기업과 달리 특혜 또는 예외를 인정받겠다고 생각하였다면 처음부터 이 제도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첫째, 항만법상으로는 항만관리권도 재산권 중 가장 강력하다는 물권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부동산에 해당하는 항만시설을 현물출자 받았으니 부동산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항만시설이 자체 수익성이 높지 않으나 국가필수인프라로서 보호를 받아야할 공공재이기 때문에 부동산 보유세를 부담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라면 이는 국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公有로 소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자율경영과 상업적 기반에 기초한 공사가 소유하게 되면 경영부실로 인하여 자본금 잠식상태가 되면 항만시설에 대한 소유권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이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잉여수익금의 국가귀속으로 인한 문제 역시, 국가가 세금으로 만든 항만시설을 출자한 이상 주주로서 이익에 대한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본다. 잉여수익금의 국가귀속으로 항만재투자재원의 확보가 어렵다고 하는 논리는 기업적인 성격상 항만공사 설립당시부터 예상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인데 이법의 적용에 따른 경영평가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을 보면 항만공사제도를 본질에서부터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항만공사 내부는 물론 외부의 일부 전문가들조차 항만공사는 완전민간기업의 형태로 자율성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라는 공공성에 비추어 엄격하게 경영수익위주의 평가는 부당하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듯하다. 먼저 전자의 주장인 자율성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논리는 항만법상 항만의 개발은 원칙적으로 관리청이 하게 되어있고, 항만공사와 같은 관리청 외의 기관이나 민간이 개발하는 경우에는 이를 비관리청공사로 요건을 갖추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항만관리운영과 관련된 그밖의 많은 부분이 행정청의 인허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완전 독립성을 유지하기는 업무의 성격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 항만공사는 정부출자공기업이므로 당연히 주주인 정부의 감독을 받게 되어있다는 점에서 완전민간기업의 형태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거나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후자의 주장은 상식에 어긋나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을 시장형공기업, 준시장형공기업, 자본관리형공공기관, 수탁업무집행형공공기관으로 구분하여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는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모든 공공기관의 업무의 성격에 따라 이러한 4가지 분류의 어느 한 형태로 설립이 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이중 시장형공기업과 준시장형공기업은 그 규모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 수익을 극대화하여 주주인 국가와 국민에게 이윤을 환원하여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기업의 조직이 위태로울 정도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불과 3년여 사이에 이러한 문제가 노출되고 이를 반면교사로 울산항만공사는 현물출자를 극히 일부만 받고 과거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과 같은 방식으로 해양수산부로부터 항만시설을 무상대부받고 항만관리권만 이양받아 조세부담을 줄이려는 편법을 활용하였다고 한다.
이미 이러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면 항만공사의 업무를 본질적으로 분석하여 시장형공기업 또는 준시장형공기업이 타당한지 아니면 수탁업무집행형공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행정청의 업무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지를 면밀히 검토하여 향후 항만정책에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영국을 제외한 외국의 포트 오소리티를 공사형태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개의 포트 오소리티는 항만시설의 임대수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립채산제를 채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행정권을 보유한 독립적 기능을 가진 행정청이라고 알고 있다. 항만관리를 넓은 의미에서 개발과 관리로 보고, 업무의 독립성, 독립채산제, 상업적 경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항만개발과 관리운영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행정권한을 가진 행정청이면서 항만사용료 수입을 항만개발에 재투자하기 위한 독립채산제를 채택한 독특한 자치행정청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부산, 광양, 인천등에 설치된 경제자유구역청이 이와 가장 유사한 개념의 독립된 행정청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형태의 독립된 행정청에 일반회계와 분리된 특별회계방식을 도입하여 항만사용료 수입을 재투자재원으로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미흡하지만 오히려 항만을 공공재로 생각한다면 수탁관리형공공기관인 공단의 형태도 재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항만공사의 설립을 검토 중인 항만에 이러한 행정청과 공단을 도입하여 항만공사제도와 그 효율성을 비교검토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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