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31 19:30
오일메이저 쉐브론 선주감독관, 대우조선해양 직원 주례 맡아
외국 선주감독관이 거래 조선소 직원의 주례를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근무하는 강도원(31)씨의 결혼식에서 미국인 스티브 혼(Steve Horne.48)씨가 주례를 맡았다.
대우조선해양에 1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아그바미 FPSO'의 주문주 감독관을 맡고 있는 스티브씨는 하모(참장어)회와 닭갈비, 김치를 너무 좋아해 스스로를 `토종 한국인’, `옥포 기러기아빠’라 말하고 있다.
신랑인 강도원씨와의 인연은 아그바미 프로젝트 생산이 시작되던 200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도원씨는 “선체 블록 탑재가 지연돼 새벽 3시까지 일을 하게 됐는데 스티브씨가 그 시간에 작업 완료 확인을 하러 회사로 나왔더라구요. 일에 대해선 확실하구나 싶었죠”.
스티브씨도 햇수로 3년째로 접어드는 강도원씨와 대우조선해양의 만남에 대해 “우리는 DSME 대 쉐브론이 아니라 하나의 안전보건 그룹입니다. 그러니까 세계 최대의 1조원짜리 프로젝트를 490만 시간째 무사고로 달성하고 있는거죠”.
두 사람의 말과 눈빛에서 ‘외국인 주례’라는 특별한 인연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강도원씨의 결혼식이 있던 5월 6일 스티브씨는 그의 보물 1호인 금빛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1주일을 꼬박 걸려 만든 주례사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주례사에서 “한국의 뿌리 깊은 문화 속에 녹아있는 부부애를 영원히 지키면서 살아달라”며 새 출발하는 부부의 인생을 인도하는 주례로서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스티브씨가 왜 이토록 한국과 한국인에게 왜 그토록 진한 애정을 갖게 됐을까?
그는 “세계 여러 곳을 다녀봤어도 한국인처럼 따뜻하고 친절한, 그러면서도 강한 정신력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은 본 적이 없었고 오랜 역사와 전통이 담긴 독특한 음식문화와 아름다운 자연환경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 자신과 잘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이기에 지역 복지 시설에 찾아가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영어선생님을 자청하기도 한다.
스티브씨도 사랑하는 가족이 미국에 산다. 이번 프로젝트로 지금은 아내와 6살 난 딸만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고 그는 여기서 이른바 ‘기러기 아빠’로 지내고 있다. 그는 보통 6주에 한번씩 미국에 가족을 보러 간다. 그러나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면 “아~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가는구나”가 아니라 “아~내 진짜 고향 한국으로 돌아가는 구나”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전생이 한국사람이 아닐까 할 정도로 진심이 담긴 농이었다.
스티브씨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한국의 대표라 칭찬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갖가지 꽃들과 초록으로 잘 가꿔진 야드의 모습은 세계 어느 조선소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모습”이라며 “신뢰와 열정을 몸소 실천하는 대우조선해양인들의 책임감, 성실함을 아주 높이 산다”고 말했다.
스티브씨는 “올 8월 아그바미 프로젝트가 끝나면 설치지역인 나이지리아로 가겠지만 내 가족이나 다름없는 강도원씨를 보러 다시 내 고향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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