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3 13:47

기획/국제해운대리점업계 시황호조 불구 수익률 하락

국제해운대리점업계 ‘풍요 속 빈곤’… 시황호조 불구 수익률 하락
대형하주 계약운임 낮아 호황에도 영향 없어
본사, 유럽등 강세항로 국내선복 중국으로 전배



●●● 외국선사들의 국내 현지법인과 대리점선사들은 올해 당초 예상을 뒤엎고 물동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부족한 선복을 이용해 선적스케줄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물량호조에도 불구하고 운임장사는 별로였던 것으로 나타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 유럽, 중남미, 호주항로 등 대부분의 원양항로 물량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항로는 지난 7월부터 물량이 급증했으며 중남미항로는 이보다 빠른 6월 부터 호주는 9월부터 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말 현재 이들 항로는 선복이 모자라 선적스케줄을 한주씩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특히 유럽항로의 성수기 물량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유럽항로부터 각 항로의 선사별 선복량 현황과 수익성하락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올 유럽항로의 아시아물량은 전년대비 14% 증가했으나 선복량은 이에 못미친 10~11% 증가세에 그쳤다. 유럽항로의 이같은 높은 물량증가세는 다름 아닌 중국발 물량의 폭증에 따른 것이다.


◆亞→유럽노선 물량 14%↑

이와관련 N선사의 국내법인 한 관계자는 “중국은 올해도 10.5%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물론 이 성장률만큼 물량도 증가해 올 물량성장률은 약 13%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발물량은 아시아 물동량의 약 70%를 차지하므로 중국경제성장률이 아시아→유럽항로의 전체 물량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같은 중국발 물량증가에 발맞춰 외국선사들은 국내에 배정된 스페이스를 줄이고 중국내 현지법인이나 대리점의 스페이스 할당량을 늘리는 식의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법인 등은 매주 넘쳐나는 물량을 부족한 스페이스에 끼워 맞추느라 애를 먹고 있다.

E선사 국내법인의 경우 유럽·지중해항로의 선복이 올 9월들어 전월대비 50%나 축소되는 상황과 맞닥뜨렸다. 전달만 해도 주당 150~200TEU가량의 선복을 유지했으나 여기에서 절반이나 준 75~100TEU로 예약물량을 어렵게 소화시키는 중이다.

이와관련 이 선사 관계자는 “유럽항로는 부산에서 환적되는 노선이라 스케줄에는 변동이 없고 단지 국내 올로케이션만 줄어들었다. 한국에서 줄어든 선복만큼 중국쪽 선복배정은 늘어나는 중”이라며 “중국의 운임시황이 좋고 물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보니 한국선복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본사는 한국기항과 중국기항을 비교했을 때 고정비용대비 두 지역에서 수익성 차이를 보일 경우 높은 수익을 따라 선복 할당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외국적대리점사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국적선사도 한국보다 운임이 높은 중국쪽으로 선복을 일부 전환 배정하려는 추세다.


◆수익성 하락…中으로 선복 이동

특히 요즘같이 벙커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선사는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마련이다. 벙커유가는 선사 운항비용의 1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유가는 곧 전체 운항비용을 상승시켜 선사 채산성 하락의 주범이 되고 있다.

올 물동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운항선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빗나간 시황전망에 기인한다. 지난해 선사들은 올 해운시황이 하락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에따라 올 연초에 시행한 각 항로별 장기운항계약 시 운임수준을 낮게 잡은 것이다.

C선사 국내법인 관계자는 “대형하주와의 장기계약물량이 많은 국내선사들은 물량증가에 맞춰 운임을 인상하지 못하는데다 고유가등 운항여건의 악조건으로 채산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이를 이유로 본사측은 한국보다는 운임시황이 좋은 중국쪽으로 스페이스를 더 많이 배정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유럽항로 운임은 본사 정책에 따른 한국내 선복감축으로 많이 올랐다. 상반기엔 약간 부진한 물량시황으로 운임인상도 어려웠지만 7월과 10월 성수기에 시행한 두 번의 GRI(운임인상)를 통해 운임이 많이 인상됐다. 물동량은 7월부터 추석 전까지 강세를 기록했다. 이후 추석연휴를 포함한 2주간 물량은 잠잠해졌다 10월말에 또다시 폭증해 선적 스케줄 맞추기가 힘들어졌다. 이같은 물량호조세로 인해 10월말까지 징수키로 했던 성수기할증료(PSS)도 최근 취항선사간 회의를 통해 11월15일까지 연장됐다. 11월부터 유럽항로는 전통적인 비수기에 돌입하게 되는데 올해는 유난히 강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선사관계자들은 이에대해 본사의 국내 선복감축이 운임인상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다.

E선사 같은 관계자는 “사실상 선복감축이후 유럽·지중해지역 운임이 40피트기준 400~500달러 정도 인상됐다. 이에따라 이 지역 평균운임이 40피트 기준 2500달러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본사의 운임 가이드라인 안에서 하주들과 운임협상을 해야 한다. 결국 저운임을 요구하는 하주는 우리보다 운임을 낮게 부르는 선사를 찾아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선복감축…운임인상 단초

이러한 운임인상에도 불구 선사들의 수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은 운임인상분이 주로 단기 거래가 이뤄지는 중소하주들의 물량에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형하주와의 물량거래는 모두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의 운임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그런데 이들 대형하주들의 물량이 유럽항로 전체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C선사 같은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이러한 장기계약하주들의 물량이 유럽전체물량의 70% 를 차지하기 때문에 운임인상에 따른 수익성 증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런데다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벙커유가 때문에 채산성은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석률이 평균 95%를 유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채산성이 낮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C선사는 올해 모든 서비스 항로를 포함해 선적량이 지난해보다 150% 가량 증가했다. 이중 특히 유럽항로가 하반기 들어 물량이 급성장했다.

N선사의 경우도 상황은 같다.

이 선사 같은 관계자는 “우리 유럽노선은 대형하주 거래가 대부분이라 운임이 모두 연간 계약에 따라 거래되고 있다. 이에 당초 전망을 뒤집고 호황을 보인 이 항로의 물량증가가 운임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벙커유가 상승으로 내륙운임 등 다양한 물류비도 올라 선사들은 수익성을 높이려고 운임이 높은 중국지역으로 선복을 더 많이 할당하는 중이다. 중국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국내법인보다 중국법인의 운임이 약 200달러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A선사 국내법인도 유럽항로의 물량이 올해 특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 할당량이 30~40%나 하락해 선적스케줄을 맞추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A선사도 중국물량의 지속적인 증가에 발맞춰 한국에서 중국으로 선복을 이동시키는 추세인 것.

H선사의 경우 올해 많은 신조대형선박을 인도받아 이 노선에 교체 투입함에 따라 전체 선복량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이러한 선복증가분은 전적으로 중국시장에만 할당됐다. 선박 사이즈가 커진만큼 중국시장의 선복할당량만 늘어났을 뿐 국내의 선복량은 전혀 영향을 받지 못한 것이다.


◆유럽노선 강세…국내선복 감축 두드러져

이 선사 국내법인 관계자는 “국내선복량은 전 노선에서 20~30% 가량 감소했다. 특히 유럽항로의 선복감소가 두드러졌으며 30% 가량 감소했다. 이는 역으로 생각해보면 유럽항로가 가장 강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노선의 운임이 크게 인상됨에 따라 선복도 한국에서 중국으로 전환 배치됐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Y선사는 지난 8월부터 유럽항로에 8200TEU급 대형신조선 4척을 기존 낮은 급수의 선박들과 교체 투입중이다. 운항선박의 사이즈가 늘었으니 국내시장에 배정된 선복이 늘어날 것도 같은데 알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이 선사 국내법인 한 관계자는 “당초 본사에선 신조선들이 투입되면 기존 선복의 두 배로 배정해주겠다고 했는데 신조선 2척이 투입된 지금까지 주당 220TEU의 선복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환적노선인 지중해항로의 경우 올 선복이 주당 180TEU에서 현재 100TEU로 확 줄었다.

그는 또 “우려되는 점은 북유럽항로가 소석률 95%를 유지하고도 이렇게 적자를 내는 상황이 지속되면 이 항로도 지중해항로처럼 환적노선으로 돌리지 않을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C선사는 선사얼라이언스를 통한 신규노선 개설로 북유럽(환적포함) 전체선복은 작년대비 59%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 선사는 하반기들어 원양항로의 선복이 모두 감축 조치됐다. 그중 유럽항로는 기존 주당 200TEU에서 현재 주당 150TEU로 줄었다.

이 선사 관계자는 “선복감소로 선적의 어려움은 있지만 운임상승에 따른 매출증가로 한편은 만족한다”고 했다.

한편 O선사의 국내대리점사의 경우 유럽항로의 운임이 비교적 높게 형성돼 있어 본사로부터 선복감축 조치를 받지는 않았다.

이 선사 관계자는 “한국대리점의 경우 본사 중국대리점의 운임수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사로부터 스페이스를 배정받을 때 큰 무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경우 대리점사이므로 운송물량이 많을수록 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선복을 더 배정받아 물량 증가분을 다 소화하고 싶다. 하지만 본사측은 기존선복으로도 운임만 높게 받는다면 수익성면에서 전혀 손해가 없기 때문에 국내 선적물량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N선사 국내법인의 경우 오히려 국내 선복배정이 증가한 케이스다. 이 선사는 전체항로의 올 선적량이 지난해보다 15% 가량 증가한 가운데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국내고객 보호차원에서 기존 선복을 유지키로 했다고 했다.

이 선사 관계자는 “올해는 많은 선사들이 신조선 투입에 열을 올렸다. 우리 본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조선을 유럽 노선에 배치함에 따라 전체선복량도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중국발 물량의 폭발 속에서도 본사는 한국발 선복량을 줄이지 않았으며 유럽항로의 경우 선복을 지난해보다 더 할당해줬다”고 말했다.

이 선사의 올 유럽항로 선적량은 전년대비 40% 가량 증가한 가운데 선복량도 주당 200TEU에서 80개 증가한 280TEU로 높게 할당됐다. 그러나 이 선사도 미주, 호주 등 다른 항로의 경우 선복이 감축됐다.


◆저운임 고수… 한국기항 이탈 우려

같은 관계자는 “우리는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하주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운임은 낮지만 약속대로 기존 선복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하주들이 저운임만 고집하게 되면 중국발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선복배정은 더욱 낮게 조정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은 비단 업계에서뿐만 아니라 국내 해운전문가들에게서 요즘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향후 짧게는 5년안에 국내 운임시황이 현재와 같이 저운임 상황을 고수한다면 본사가 국내항 기항을 접고 중국 양산항등에만 선박을 띄우고 국내물량은 피더링으로 처리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만일 이렇게 되면 한국하주들은 피더링 비용의 추가로 물류비증가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와관련 E선사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히 운임을 올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운임수준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결국 본사가 중요시하는 것은 선사수익에 결정적인 요인인 운임수준이라는 것. 본사에서도 운임인상이 잘 이뤄지는 지역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기 때문에 운임인상 성공률이 높은 중국시장을 한국보다 더욱 가치 있게 보는 것이다.

O선사 같은 관계자는 “예를들면 성수기할증료를 부과하려고 할 경우 국내시장은 하주들의 반격으로 이에대한 상향조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물량폭증에 따른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하주들도 운임인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한국하주들의 운임인상에 대한 태도가 시급히 개선돼야한다는 결론이 쉽게 나온다”고 강조했다.

다음주 계속

<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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