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8 16:36

범양노조.산은 만남 '기존 입장 되풀이'

28일 범양노조과 산은의 의견좁히기는 결국 기존 입장 되새김질로 끝나고 말았다.

범양노조는 상위노조인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28일 오전 11시께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에 방문, 협상 타결을 시도했다. 산은측은 M&A를 실제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기업금융2실 관계자들이 나와 의견조율에 임했다.

그러나 한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만남도 결국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노조측은 “노조는 대화의 자격이 있고 산업은행이 이를 무시했다”며 정보공개를 위한 대화채널 구성을 제의했고, 산은측은 “이번 매각이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지는데다 인수의향 업체들과 사적인 비밀을 지키기로 한 만큼 노조에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며 “노조는 이해당사자이긴 하지만 매각의 주체가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조 최호진 부위원장은 "내가 생각해도 양측 입장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절충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산은측 관계자도 "회의라 할 것도 없었다. 얼굴보고 헤어지는 수준이었다"며 "그쪽에서는 (이번 만남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양측 입장이 너무 팽팽해 만남자체가 무의미할만큼의 시간이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데이터룸 임대기간이 끝남에 따라 이전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산은과 삼정KPMG측에서 잠시 빌렸던 현재 데이터룸(대한화재빌딩13층)의 임대기간이 31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현재 데이터룸을 계속 이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만약 노조봉쇄를 피하기 위해 데이터룸을 옮긴다면 더 큰 저항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2주간의 데이터룸 봉쇄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거액의 건물임대료가 공중으로 날아간 점을 감안할 때 옮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만약 데이터룸을 옮긴다면 이는 M&A진행에서 철저히 노조를 등지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도 생각이 있다”고 말해 더욱 강도높은 실력행사가 이어질 것을 암시했다.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노조측은 파업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룸 이전이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것.

이와관련, 노조는 국제입찰인 점과 국내 강성노조로 외국의 인식이 안좋은 상황에서 파업으로 치닫는다면 해운업계내 한국의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과 국내해운업계 여론도 이들에게 불리하게 돌아설 것을 우려, 파업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파국적인 입장은 우리나 회사나 산업은행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안 가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산업은행이 노조의 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보였었다.

M&A 진행에서 전략논의와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산은 M&A실 관계자는 데이터룸 이전에 대해 “거액의 임대료를 날린 점을 감안해 이전을 생각해 볼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회사 자료가 원천이 돼야하기 때문에 이전보단 현재 장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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