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24 09:18
<사설> 중소하주들 기(氣) 살리는 시책 절실하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앞으로 세계경제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위력은 최근의 원자재난, 국제유가 급등, 해상운임 급상승 등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사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은 올림픽, 엑스포 등을 준비하느라 건설경기가 열기를 더해 세계 원자재를 빨아들일 정도로 싹쓸이 해 가고 있고 급증하는 수출입 물량을 실어나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을 상당수 용선해 운영하고 있는가 하면 경제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지난해 중국의 원유 소비량은 엄청날 정도로 늘어났다. 이로인해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들 경제적 악재들은 장기 내수위축 등으로 침체된 우리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고 그나마 한가닥 희망인 수출업계마저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백화점 매출이나 자동차 판매감소율이 IMF외환위기때보다 심각할 정도이고 경기가 침체해 있을 때 오히려 증가추세를 보였던 소주 판매량마저 근래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내수침체를 극복하고 우리경제가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동력원은 오직 수출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세계경제환경이 안좋은 쪽으로 흐르다 보니 수출원가도 급속히 높아져 채산이 맞지 않는 수출에 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몇십 퍼센트 늘어나고 있는 수출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재미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값 급등에다 국제유가 급상승, 그리고 해상운임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어 수출을 아무리 많이 한다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래도 경쟁력을 갖고 수출할 수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들이다. 수송물류분야만 보더라도 대형하주들은 물량이 많다보니 물량 우대계약을 통해 최대한 할인 운임으로 수출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그러나 중소하주들은 이러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상운송되는 컨테이너화물들은 대부분 중저가화물로, 이들 화물은 중소기업에서 많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인건비에 수많은 규제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따라서 해운업체들은 한국시장에서의 중소하주들의 해상 컨테이너화물 증가세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소위 빅5 대형하주의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유수선사들이나 포워더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하주들이 그만큼 소외된 것이다.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균형있는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최근의 중소무역업체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한 듯 산자부장관이 중소무역업계 현안대책회의를 갖는 등 부산하다. 산자부장관은 중소 무역업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수출은 올들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최근 국제유가 및 해상운임 급등, 원자재 수급난, 환율하락 등으로 앞으로의 수출여건을 낙관만 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정부에선 그간 주요 원자재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원자재 매점매석 행위단속, 중소기업 경영자금 확대와 같은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 무역업체 대표들은 산자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영세 무역업체에 대한 은행 여신한도 확대 및 수출용 원자재 수입신용장 개설 보증 확대, 주요 원자재 할당관세 확대 및 무관세 적용, 정부의 비축물량·품목확대 및 관련 민간전문가 참여, 수입원자재 전용 물류창고 건설지원, 원자재 수급에 관한 종합상사의 기능 강화 그리고 관세환급절차 간소화 등 애로사항을 줄줄이 건의했다. 이들 건의사항들이 정부에서 어느정도 수용될지는 모르지만 건의사항이 많다는 것은 중소업체들이 기업하기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어서 세밀한 검토하에 중소기업의 기를 살리는 적절한 시책들이 조속히 수립돼 시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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