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10 17:24

이라크, 전쟁후에도 석유 생산 증가 난망

(런던 AP=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이후에도 이라크의 석유 생산량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는 지난 12년간의 유엔 제재와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 부족, 그리고 후세인 정권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원유를 생산해왔다. 이라크가 원유 생산량을 어느 정도 유지한 것은 오로지 이라크 석유 기술자들의 끈기와 정열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석유산업은 그야말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이라크 기술자들은 이라크 북부 잠부르 유전의 한 유정을 폐쇄했다. 송유관 외피가 워낙 부식돼 유정의 원천이 땅 속으로 침몰했기 때문이다.
유엔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라크 석유산업은 이미 3년 전에 최악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라크를 방문한 유엔 전문가들은 유정 붕괴를 목격했으며 정유시설 및 석유 수출 기지도 크게 훼손돼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는 지난 1990년까지만 해도 하루 350만 배럴의 원유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80만배럴로 감소했으며 1일 생산량이 연간 10만배럴씩 줄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라크가 걸프전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년간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라크 석유 증산은 국제원유 가격, 이라크 전쟁의 피해 정도, 이라크 차기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이라크 석유 관련 한 연구보고서는 "노다지를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이라크 전 이후의 이라크 석유 공급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메릴 린치의 마이클 로트만은 "이라크 석유가 증산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하고 "이라크 석유 문제는 부활이 아니라 시간이며 기본적 능력을 재구축하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에는 확인된 것만 해도 1천12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엄청난 석유 자원은 이라크 군대가 유정을 파괴하는 초토화 작전을 벌일 경우 큰 손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악의 경우 후세인 정권에 의한 유정 파괴는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 유정을 파괴한 것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다.
이같은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이라크 유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발레리 마르셀은 미군과 동맹국군이 이라크 군벌의 석유관련 시설 장악을 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의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시킬 것이며 따라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석유 수출 재개를 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ABN 암로 은행의 잔 스튜어트는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나면 이라크가 하루 200만 배럴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튜어트는 수출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유엔이 주관하고 있는 `석유-식량 계획'을 인수해 이라크의 수출입을 장악할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라크 석유자원 장악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라크 국민을 위해 이라크의 석유 자원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전문주간지 `중동경제조사(MEES)'의 왈리드 하두리는 이라크 석유생산량을 1990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억달러가 필요하며 하루 생산량을 500만배럴로 증가시키려면 100억달러 이상이 투입되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에 있는 세계에너지 연구소의 마노처 타킨은 "이라크가 6년안에 하루 생산량 500만배럴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만약 이라크 정부가 석유 증산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면 10년안에 하루 700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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