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26 17:18

[기고] 평택항 시대, 그 전망과 과제(2)

- 생산성 높은 항만으로 -
설봉식(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지난 주에 이어>

금년 8월이 오면 평택항과 중국의 륭청항 사이에 정기 카페리 항로가 개설된다고 한다. 이른 새벽 중국 산동 반도에서 닭이 울면 아산만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고 말할 정도로 가깝고도 가까운 땅, 바로 그 중국으로 가는 바다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최단거리의 바다 위에 카페리라는 보이지 않는 다리( 어쩌면 Sea bridge라고 말 할 수 있는 )가 생기게 된 셈이다.
이제 많은 내 외국인들은 평택항을 통하여 중국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평택항도 화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빈번히 드나드는 가운데 그래서 크게 번창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미래로 가는 국제항의 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보따리 무역의 기지로

카페리 항로의 개설은 분명 평택항의 성장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중국을 드나드는 여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보따리 무역도 성행할 것이며 그래야만 보다 생산성 높은 항만의 구실을 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아직이 1990년 초에 러시아인들이 부산에 대거 몰려오면서 그토록 성행했던 보따리 무역, 그리고 오늘날에는 인천항을 통하여 중국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바로 그 보따리 무역이 평택항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견이다. 부산에서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었던 고비용 저효율의 그릇된 경제구조에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큰 위기를 맞자 그만 파생적으로 러시아와의 보따리무역이 줄어들고 말았다. 그러나 중국과의 보따리무역은 사정이 다르다. 물론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우리는 늘 열세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 상품이 품질경쟁에서 그 우위를 갖출 수 있다면 중국으로 가는 보따리 무역의 급성장은 기대해도 좋을 성싶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상하이를 방문하여 하늘도 땅도 놀랄 만큼 변했다고 했다. 중국의 단동, 압록강 하구의 신의주와 마주 보고 있는 작은 항구도시도 지난 몇 년 사이에 작은 상하이 아니 또 하나의 홍콩처럼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것도 북한사람들은 강 건너 불 보듯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이와 같이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국민소득의 증가와 함께 비록 값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한국상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겠는가 ! 지금 중국에서 세차게 불고 있는 ' 한국 붐 '도 보따리 무역의 급성장을 예견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평택항을 드나드는 보따리 상인들을 위해 숙박시설은 물론 동대문시장으로 직행하는 셔틀버스의 운행, 그리고 갖가지 상품전시나 시장정보의 제공 등 그야말로 원 스톱 쇼핑을 위한 많은 서비스를 베풀어주어야 한다.

차이나타운을 만들자

미래의 평택항은 드넓은 중국의 땅, 거대한 시장으로 가는 무역 및 물류의 새로운 기지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중국인들이 평택항을 드나들고 자유로운 상거래를 보다 많이 할 수 있는 도시 및 그 시장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 열쇠의 하나가 바로 차이나타운을 만드는 일이다.
세계 방방곡곡 어디를 가든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과 너무나 가깝고도 가까운 우리 땅에는 차이나타운이 없다. 아니 없어졌다. 그것은 다른 어느 이유보다도 우리가 얼마나 배타적인 국민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 동안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우리 교포들이 삶의 터전을 만들어 잘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이 아닌가 ! 그렇다면 우리도 이 땅에 아니 미래의 무역도시 평택항만에 차이나타운 하나쯤은 복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경제의 급성장도 그렇고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던 화교들의 역할과 그들의 자본에 힘입은 것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평택항 부근에 위치한 시유지나 국유지 혹은 어느 정도 규모의 상점가를 만들어 중국인들을 위해 값싸게 분양하고 갖가지 인프라를 제공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바로 그 곳에서 중국인들이 직접 요리한 갖가지 중국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중국의 저 유명한 차나 술, 그리고 그 밖의 중국 명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쇼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인들은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하여 품질 좋은 우리 상품을 또 하나의 세계 드넓은 중국 땅에 널리 공급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보따리무역의 새로운 기지가 생기는 셈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그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하여 제주도에 이은 자유무역지대로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국경 없는 투자와 무역의 규모가 더욱 더 늘어난다고 할 때 더욱 그러하다.

쇼핑몰의 유치를

앞으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가 될 평택 그 곳에 차이나타운과 같은 랜드마크(land mark)를 미리 그려본다.
생각해 보면 평택항과 그 주변은 입지조건이 참으로 좋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서해대교도 그렇지만 동서로 이어지는 안중 음성 간 고속도로 또한 평택지역의 성장을 보다 빠르게 할 것이다.
이제는 안중 부근에 대규모 쇼핑몰을 유치할 시기가 왔다. 주말이면 자동차로 관광나들이 가는 많은 사람들이 서해대교를 건너는 마당에 대형할인점이나 창고형 아울렛 매장을 유치하면 우리는 미래의 국제무역항 평택지역을 단지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머물고 즐기다가는 도시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 특히 밀리오레나 두산타워 혹은 프레야타운과 같이 제조와 판매 및 쇼핑과 오락의 결합 등으로 새로운 세계 유행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패션쇼핑가의 조성과 투자유치는 진정 평택항을 보따리무역의 천국으로 만드는 가깝고도 가까운 지름길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가인 '몰 오프 아메리카( Mall of America )'도 인구가 많은 도시가 아니라 길이 잘 트인 미국의 농촌 지역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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