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미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이 지역을 주력으로 하는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들도 열띤 경쟁을 벌였다. 미국 경기가 되살아나 아시아발 수입 물량이 증가했고 컨테이너 물동량은 상승세를 그렸다. 이 가운데 글로벌 포워더 주성씨앤에어는 한국-미국 항로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화물을 수송한 무선박운송업자(NVOCC)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미국에서 수입한 한국 수출화물은 약 126만TEU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113만TEU에 견줘 11% 증가한 수치다.
북미항로는 홍해 사태와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해상 운임 상승이 화두가 됐다. 물동량 강세에 비해 선복이 부족하면서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포워더들은 화물 유치 경쟁을 벌였다. 특히 물류비가 오르고 시장이 어려워지자 대형 화주들은 3자물류 기업을 이용하는 대신 선사와 직접 거래하는 경향이 늘었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화물을 취급한 포워더는 주성씨앤에어였다. 북미지역을 전문으로 하는 주성씨앤에어는 4만2600TEU를 수출하면서 2023년에 이어 지난해도 1위를 수성했다. 이 물량은 비앤피주성과 지난해부터 물류사업에 진출한 주성코퍼레이션의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주성은 국내 수출화물의 3.4%를 날랐다. 물동량은 1년 전(4만8000TEU)보다 10% 감소했지만, 이는 자사 물량을 직접 처리한 화주사가 늘어나고 주요 포워더 간 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으로 풀이된다.
주성씨앤에어는 지난 2013년부터 북미시장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왔다. 2016년 3위, 2017년 2위를 기록해 한 계단씩 상승한 뒤 2018년부터 현재까지 7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물류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미국 물류센터를 개장,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을 본격화했다. 물류센터는 한국발 컨테이너화물을 가장 많이 처리하는 LA·롱비치항 인근에 위치해 국내 화주들을 대상으로 경쟁력 있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고객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지속 강화해 단순한 포워더를 넘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서 2위를 차지한 람세스물류는 총 3만8000TEU를 처리했다. 전년 4만4000TEU와 비교해 12% 감소한 취급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도 0.8%p(포인트) 떨어진 3%에 머물렀다. 다만 순위는 동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 물류기업 또한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아 처리한 화물량 자체는 감소했다.
3~4위를 차지한 CJ대한통운과 바이넥스라인은 취급 물량은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으나 순위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CJ대한통운은 2023년 4위에서 2024년 3위로 한 계단 올랐다. 총 취급 물량은 1만8000TEU에서 3만1000TEU로 70%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은 1.6%에서 2.4%로 눈에 띄게 약진을 거뒀다. 초국경 전자상거래(CBE)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을 일궜다. 반면 미국계 회사인 바이넥스라인은 전년(2만1000TEU) 대비 24% 늘어난 2만6000TEU를 기록했지만 순위에선 4위로 밀렸다. 점유율은 1.9%에서 2.1%로 늘었다.
5~6위를 나란히 차지한 피라미드라인, 태웅로직스도 더 많은 수출화물을 취급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피라미드라인은 취급 실적이 1년 전에 비해 1.5배 이상 늘었다. 9100TEU에서 2만4000TEU로 폭증한 성과를 내면서 순위도 5계단 올랐다. 국내 물류기업 태웅로직스는 1만8000TEU를 처리, 전년 1만1000TEU보다 66% 증가했다. 순위는 1계단 상승했다.
(해사물류통계 ‘2024년 한국-미국 수출 포워더 순위’ 참고)
중위권 포워더, 미주화물 확대 행보
10위권에는 팍트라인터내셔널, DSV(항공·해운), WBL, 유로라인글로벌이 순서대로 이름을 올렸다. 팍트라인터내셔널과 유로라인글로벌은 각각 전년 대비 8% 11% 감소한 1만3000TEU 9600TEU를 처리했고, 순위도 2계단씩 하락한 7위 10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DSV와 WBL은 취급량이 늘어 순위 또한 각각 1계단, 14계단 올랐다. 특히 WBL은 전년 4000TEU에서 1만TEU로, 150%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점유율도 0.4%에서 0.8%로 올랐다. 남미 지역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북미 시장으로 영업을 확장하면서 실적을 늘렸다고 전했다.
상위 25위에 속한 운송사(NVOCC·VOCC)들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31만1000TEU로 집계됐다. 이들 포워더의 시장 점유율은 4분의 1 수준인 24.6%였다. 11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차지했다. 이 기업은 전년 대비 소폭(1%) 상승한 8300TEU의 화물을 취급해 전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13위 세중해운도 물량은 6% 늘어난 7300TEU를 날랐지만 점유율 0.6%로 0.03%p 하락했으며 순위는 같았다.
퀴네앤드나겔의 계열사인 블루앵커라인은 2023년 6위에서 지난해 12위로 6계단 내려왔다. 처리 실적은 1만2000TEU에서 31% 감소한 8200TEU였다. 미국 물류기업인 익스피다이터스는 7100TEU의 실적으로 전년과 동일한 14위를 유지했고, 홍콩에 본사를 둔 오너레인쉬핑(HLS)은 19% 늘어난 6500TEU를 처리하며 순위를 15위로 2계단 끌어올렸다.
유니코로지스틱스와 그린글로브라인은 40%씩 취급 실적이 늘었다. 두 회사는 각각 5계단 상승한 16위, 7계단 상승한 17위에 안착했다. 지난 2020년 DP월드에 인수된 유니코로지스틱스는 6200TEU, 국내 화물혼재(콘솔) 전문기업인 그린글로브라인은 5600TEU를 각각 처리했다. 그린글로브라인 측은 “이전까지 본격적으로 미주 수출화물을 진행하지 않았는데 지난해엔 캡 수송을 진행하다보니 물량이 늘었다”고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20위권 내 넥센도 눈에 띄었다. 전년 33위에서 14계단 올라 19위로 안착했다. 이 기업은 지난해 5300TEU를 나르며 70%에 달하는 물량 증가를 보였다.
이 밖에 ECU월드와이드는 2700TEU를 처리해 전년 대비 158%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순위도 38계단 상승했다. 또 골드웨이는 1년 전보다 27% 늘어난 2500TEU의 처리 실적을 내며 8계단 올랐다. 지난해 9월15일까지 싱가포르 선사 씨리드쉬핑의 대리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북미지역 포워딩 업무를 병행한 늘푸른해운항공은 2400TEU의 미주행 화물을 취급했다. 은산해운항공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2100TEU를 처리하며 2계단 상승했다.
지난해 3자물류 기업을 거치지 않고 대형 화주가 선사와 직접 수송 계약을 맺고 수출한 물량은 80만7500TEU로 집계됐다. 점유율은 64%로 전년 64.37%보다 줄었으나, 수송 물량은 전년 72만9000TEU보다 11% 증가했다.
최다 수송 선사 ONE…HMM은 20% 감소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은 북미행 화물을 실어 나른 선사는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였다. 이 선사는 전년 16만1000TEU보다 26% 늘어난 20만3000TEU를 지난해 수송했다. 2위는 덴마크 선사 머스크가 차지했다. 머스크는 전년 16만6000TEU와 비교해 10% 늘어난 18만3000TEU의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국적선사인 HMM은 15만1000TEU를 수송하며 전년 대비 23% 줄어든 실적을 받아들었다. 홍해 사태 장기화와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으로 물류난이 가중된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 간 국내 포워더들은 국적선사와 계약이 쉽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국적선사를 쓰고 싶어도 선복이 부족하고 한국에 책정된 운임이 높아 현실적으로 예약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발 미국행 수출물량이 줄어든 선사는 3위 HMM, 5위 이스라엘 선사 짐라인, 10위 코스코쉬핑 등 3곳이다. 짐라인은 1년 전 10만TEU에서 9만5000TEU로, 코스코는 5만6000TEU에서 5만4000TEU로 각각 5% 4% 감소했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은 12만2000TEU에서 13만9000TEU로 14% 늘어난 성적을 신고했다. SM상선과 에버그린은 각각 8만7000TEU 8만5000TEU를 수송하며 전년 대비 39% 35% 증가했다. 두 곳 모두 6만TEU대에서 8만TEU대로 비슷하게 늘었다. 이 밖에 MSC, 양밍이 각각 8위 9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수송 실적은 각각 6만9000TEU 5만6000TEU였다.
(해사물류통계 ‘2024년 선사별 한국-미국 수출 수송실적’ 참고)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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