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1 10:15

판례/ “반쪽 침수가 부른 전체 배상?”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8민사부 판결
 
사건 2016나35603 구상금
원고,피항소인 OOOOOOOO 주식회사
피고,항소인 OOOO 주식회사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년 5월18일 선고 2015가단5286002 판결
변론종결 2016년 9월2일
판결선고 2016년 10월7일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80,070,228원 및 이에 대해 소장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소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수출계약 및 운송계약의 체결
1) 주식회사 OO(이하 ‘OO’)은 2014년 8월경 중국 법인인 ‘OOOOOO(광저우) 엘티디[O & O (O) O, 이하 ‘OOOOOO’]에게 통기성 필름(Breathable Film) 800롤(이하 ‘이 사건 화물’)을 DAP 조건(Delivered at Place, 도착장소 인도 조건) 아래 미화 78,840.32달러(이하 ‘$’로 표기)에 매도했다.
2) OO은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부산항에서 중국 황푸(Huangpu) 수이강(Suigang)까지 해상 운송해 줄 것을 의뢰했고(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 피고는 2014년 8월7일 ‘송하인: OO’, ‘수하인: OOOOOO’, ‘컨테이너 번호: CLHU8351488’(이하 ‘이 사건 컨테이너’), ‘중량: 20,756kg’이라 기재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운송물에 관해 ‘Shipper Load Stowage & Count, Said to be: Breathable Film’이라 기재됐다.
3) 이 사건 컨테이너는 OO OOOO(OO OOOOOOO)호에 선적·운송됐고 2014년 8월21일 목적지인 수이강에서 양륙됐다.
 
나. 이 사건 화물의 훼손 및 검정 결과
1) 이 사건 화물은 2015년 8월26일 OOOOOO에 인도됐는데, OOOOOO은 이 사건 화물 중 일부가 물에 젖은 사실을 발견해 검정(survey)을 요청했다.
2) 이에 따라 검정회사인 ‘OOOO’는 2014년 9월4일 OOOOOO 및 피고측 관계자의 참여 아래 이 사건 화물 및 컨테이너를 조사한 후 2014년 11월11일 검정 결과에 대한 보고서(이하 ‘이 사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사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OO과 원고 사이의 보험계약 체결 및 보험금 지급
1) OO은 2014년 8월4일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해 ‘피보험자: OO’, ‘보험가입금액: 86,724.35$(= 이 사건 화물 총 가액 78,840.32$ × 110%)’로 정해 보험계약(Marine Cargo Insurance, 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2) 그런데 위와 같이 검정을 통해 이 사건 화물이 훼손된 사실이 밝혀지자,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OO에게 보험금으로 86,724.35$를 지급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피고가 운송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 사건 화물 전체가 운송 도 중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으므로, 피고는 OO에게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이 사건 화물 전체의 가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OO에게 위 가액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OO이 피고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설령 피고에게 운송인으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발행한 이 사건 선하증권을 OOOOOO이 수취·소지한 이상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도 OOOOOO에게 이전됐으므로, OO에게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없다. 따라서 원고가 OO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원고가 OO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 화물 중 52롤만 훼손된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피고가 배상해야 할 손해도 이에 한정돼야 한다. 또한 상법 제79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운송인의 책임 한도에 따라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제한돼야 한다.
 
3. 판단
 
가.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해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했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795조 제1항). 이 사건에서 피고가 이러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사정이 없고, 상법 제796조가 규정하는 운송인의 면책사유가 있다고 볼 증거나 사정 역시 없으므로, 피고는 운송인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한편 피고의 주장과 같이 OO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화체돼 OOOOOO에 이전됐다고 보더라도, OO이 DAP 조건에 따라 OOOOOO에게 이 사건 화물 전체의 가액에 관해 신용전표를 발행해 OOOOOO이 입은 손해를 전부 배상한 이상, OO은 OOOOOO이 피고에 대해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했다(민법 제481조). 그리고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OO에게 이 사건 화물 전체의 가액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위 손해배상청구권을 다시 대위취득했다. 따라서 원고가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하지 못했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나아가 이 사건 화물의 특성 및 사용 용도, 이 사건 화물이 훼손된 경위 및 범위, 이 사건 보고서가 손해액에 관해 밝힌 의견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화물 중 일응 침수되지 않았다고 보이는 부분 역시 습기 및 오염에 노출돼 사실상 제품소재로서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보이므로, 피고가 배상해야 할 손해액은 이 사건 화물 전체의 가액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 전체의 가액인 78,840.32$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다만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당해 운송물의 매 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666.67 계산단위의 금액과 중량 1kg당 2 계산단위[국제통화기금의 1 특별인출권(SDR)]의 금액 중 큰 금액을 한도로 제한할 수 있고(상법 제797조 제1항), 이 사건의 경우 매 포장(40팰릿)에 의해 산정한 금액보다 중량(20,576kg)에 의해 산정한 금액이 더 큼은 계산상 명백하다. 또한 위 계산단위를 소송상 국내통화로 환산하는 시점은 실제 손해배상일에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는데(대법원 2001년 4월27일 선고 99다71528 판결), 당심 변론종결일(2016년 9월2일) 기준 1 계산단위는 1,563.76원임이 법원에 현저하다(www.imf.org).
 
마.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64,351,851원[= (20,576kg × 2 계산단위) × 1,563.76원,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해 부당하다. 그러나 피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제1심 판결을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어 피고의 항소만 기각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지영(재판장) 김명수 하상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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