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물량이 급증하면서 중동항로 운임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선사들은 기본운임 인상(GRI)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동발 지정학적 갈등의 나비효과가 이어졌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4월 셋째 주 이후로 지속 상승했다. 이달 2주 평균 운임은 2173달러로 지난달 평균인 2006달러보다 8% 올랐다. 중국 노동절 연휴로 집계되지 않은 5월 첫째 주를 제외하고 10일과 17일 각각 2124달러 2221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발 해상운임(KCCI)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5월20일 기준 부산-중동 간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264달러를 기록,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중동항로 KCCI가 3200달러를 넘은 건 발표가 시작된 2022년 11월 1주차 3359달러, 2주차 3204달러에 이어 처음이다. 이달 3주 평균 운임은 3142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TEU로 환산한 운임은 1600달러 수준으로, 중국 상하이발 운임보다는 다소 낮은 편이다.
선사 관계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운임 차이가 커 한국 시장에서 운임 인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국적선사인 HMM은 다음달부터 GRI를 시행하겠다고 지난 21일 공지했다. 이후에도 예약 물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또 운임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 외국계 선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나오는 물량이 워낙 많다”면서 “중국 운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지 못하면 선복을 중국으로 돌리라는 압박이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운임이 오른 데엔 수요 증가가 한몫했다. 다수의 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중국에서 나오는 물량이 늘었으며 한국발 물량도 선복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엔 전통적으로 노동절 연휴가 있어 물량이 부족한 편이지만 올해는 도리어 강세를 띠었다. 한 선사 관계자는 “특별한 이슈는 없지만 물량이 많아서 6월 말까지 계속 이월(롤오버)하는 상황”이라며 “소석률 100%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 갈등으로 선사들의 우회 운항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 유럽 지역에서 특히 선편이 부족해지며 수요를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와 중동 국가를 오간 수출입 화물은 4만9200TEU로 전년 동월 5만5300TEU에 비해 11% 감소했다. 그러나 수출 물동량은 3만4400TEU를 기록, 1년 전 3만2400TEU보다 6%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예멘의 후티 반군은 스위스 선사인 MSC 선박에 무차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이 무장단체는 “이스라엘 선박”이라는 이유를 들어 <MSC지나>와 <MSC디에고> <MSC비토리아>호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격 시도는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 안보 전문가인 이안 랄비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에 저항하려고 홍해 인근에서 선박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다른 중동 국가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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