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인공지능(AI) 사업에 뛰어든다. 김종덕 원장은 해운기자단과 만나 “지난해부터 챗GPT를 포함해서 대화형 인공지능이 굉장히 뜨거운 이슈가 됐다”며 “이에 대응해 AI를 기반으로 해운해양 정책 분야 연구를 하려고 지난 2월 원장 직속 부서로 AI분석지원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KMI는 지난해 10월에 AI를 활용한 연구 기반 조성 로드맵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해양수산 정책 연구 챗봇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신규사업으로 수립했다. 향후 국내 최초로 해양수산 정책 연구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AI는 더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제 거의 필수사항이 됐다. 문제는 AI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거다. 특히 우리 (해양수산) 같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선 (AI가) 한두 개 기사나 보고서를 인용해서 굉장히 왜곡된 메시지나 결과물을 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일단 우리가 한 번 파악을 해보자는 취지로 AI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두 번째는 그동안 우리가 풀지 못했던 굉장히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이걸 AI로 한 번 접근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함부로 (결과물을) 내놓으면 안 되지 않나. 원장 차원에서 관리하고 검증을 하려고 원장 직속으로 AI분석지원실을 만들었다.
또 하나는 앞으로 발생하는 것 중에 우리 연구원이나 관련 당사자들이 전혀 예측 못하는 게 있는지 찾아보려고 한다. 이들 임무를 AI분석지원실에 맡겼다. 지금은 첫 번째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AI로 그린 미래상 공모전 성황
지난 2월 한 달간 10년 20년 30년 40년 후 해양 수산 미래상을 AI로 표현하는 공모전을 연 것도 이 같은 구상의 일환이다. 공모전은 171점의 작품이 참가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KMI는 해양수산과 인공지능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해 주제 연관성, 기획력, 심미성, 표현력, 독창성을 평가 기준으로 심사를 벌여 수상작 23점을 선정했다. ‘해저 하이퍼루프 구현 해상물류 혁신’을 표현한 작품이 독창성을 인정받아 대상을 차지했고 ‘해상에서 육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미래’, ‘미래 해상 모빌리티’를 구현한 작품이 각각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밖에 ▲로봇과 함께하는 해저 청소 ▲수중도시 ▲무인 자동화 항만 ▲어획과 동시에 과학적 어획 보고가 되는 미래를 표현한 작품 등이 수상작에 선정됐다. 김 원장은 대표 작품을 KMI 40주년 기념 책자인 <국가와 해양>에 수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품작 한 개당 총 4개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170점이 출품됐다는 건 700개 작품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AI와 해양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업을 계속 만들어가려고 한다. 다행히 올해부터 3년간 저희가 (인공지능 기반 해양수산 연구모델(챗봇)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다. 제가 직접 관리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겠다.”
김 원장은 AI분석지원실을 신설하면서 조직 구성이 기존 9본부 2부 3개 위원회 5개 지원단에서 9본부 2부 1실 3개위원회 4개 지원단 체제로 개편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부로 ▲블루이코노미 ▲수산부흥정책 ▲공급망안정화 ▲지방연안경제 지원단이 꾸려졌다. 아울러 보직을 맡지 않은 연구인력의 자발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하려고 설치한 자율연구그룹은 8개에서 12개로 늘어났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뉴저지에 한미물류공급망연구센터를 설립함으로써 해외연구센터를 중국 상하이와 함께 2개로 늘렸다.
“미국 주립대학과 함께 뉴저지에 센터를 만들어서 이성우 박사를 센터장으로 파견했다. 그간 중국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였지만 지금은 미국이 앞서는 상황이 됐다.
향후 미국 중심의 물류망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질 거라고 생각해서 현지에 연구 센터를 설치했다. 미국 최대 소비처인 뉴욕뉴저지에서 매년 콘퍼런스를 열어서 미국의 동향 분석을 공유하고 해운물류 공급망 안정 방안을 지원할 생각이다.”
美 뉴저지에 해외연구센터 개원
김 원장은 올해로 연구원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는 소식도 전했다.
KMI는 1984년 2월 한국해운기술원으로 발족한 뒤 1988년 해운산업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1997년 수산과 해양을 포괄하는 현재의 종합 해양산업 연구소로 확대 개원했다. 이 과정에서 해양연구원 해양정책연구부와 농촌경제연구소 산림수산경제연구부 수산부문, 국립수산진흥원 수산경제연구실을 통합했다. 아울러 1999년 1월 국무총리 산하로 소속을 옮겼고 2015년 서울에서 부산 영도로 소재지를 이전했다.
김 원장은 4월30일 부산 본원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창립기념 행사를 열어 지난 40년의 발자취를 회고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원답게 본행사와 함께 토론회를 여는 한편 40년사(史)도 발간할 예정이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건 한국해운기술원 해운산업연구원 등 초창기 연구원의 간판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분실된 것 같다. 다행히 창립 40년사 자료를 수집하던 중 김영삼 대통령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친필 휘호를 찾았다. 이를 글씨로 새겨 개원 초기 현판을 복원해 현재의 간판과 함께 붙일 생각이다. 연구원이 어떻게 발전했고 우리가 왜 40년을 기억해야 하는지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난해 자체 연구 139건, 수탁 연구 152건 등 총 291건의 연구사업을 수행한 KMI는 올해는 자체 연구 103건, 수탁 연구 67건 등 총 170건의 연구과제를 수립했다.
해운항만 분야에선 ▲파생상품을 이용한 해운시장 위험 헤지 ▲내항선 안전사고 경감 ▲해외 항만터미널 확보 전략 ▲선박 원격운항 제도 개선 ▲국제물류기업 육성 제도 개선 ▲해운 불황기 대응 정책과 경영전략 ▲탄소배출 규제 대응 컨테이너선대 교체 수요 추정 등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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