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왼쪽부터 삼성SDS 서돈석 그룹장, LX판토스 황규영 팀장, 람세스물류 배병석 전무 |
수에즈·파나마 운하 마비로 빚어진 물류 대란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홍해·파나마 물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세미나를 열고 국내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현황 분석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SDS 서돈석 그룹장, LX판토스 황규영 팀장, 람세스물류 배병석 전무가 발표를 진행했으며, 화주나 선사 등 물류 기업 200여 곳이 참석했다.
최근 무역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해 사태로 수출입 기업 10곳 중 7곳이 물류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로 사항으로 운임 인상이 44%로 가장 높았고, 운송 지연(24.1%), 선복 확보 어려움(20.2%), 컨테이너 확보 어려움(11.4%) 등이 차례로 꼽혔다. 한 업체는 “급격한 해상운임 인상으로 수출 제조원가가 상승해 기존 계약된 제품 가격으로 납품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응답했다.
재보험사, 물류지연 보상 회피 움직임
이날 세미나에서 서돈석 삼성SDS 첼로스퀘어 그룹장은 “운송시간도 늘어나고 잠재 리스크도 있어서 최근에는 재보험사들이 적하보험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고 공지했다”면서 화주 부담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먼저 고가상품 위주로 항공 화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앞으로 항공 운임, 항공 선복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또 파나마 우선통항권을 가진 머스크에서도 일부 적체가 발생하고 있으며, CMA CGM과 코스코가 일부 노선에서 수에즈 통항을 강행하고 있지만 적하보험 문제가 얽혀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서 그룹장은 미주·멕시코행 화물은 미 서안에 위치한 롱비치를 경유해 철도나 트럭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삼성SDS에 따르면 가장 저렴한 수단은 철송이지만 배에서 환적 시간이 좀 더 걸려 2~3주가량 소요된다. 싱글 트럭을 이용하면 7~10일 정도 소요되는 반면, 기사 2인이 운전하는 팀 트럭은 약 3일이면 도착해 가장 빠르지만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유럽행 해상 운임은 12월 중순부터 수직 상승해 최근엔 철송 운임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렀다. 서돈석 그룹장은 TCR(중국횡단철도)를 이용해 중국 서안에서 출발하면 다른 지역 플랫폼보다 안정적이고 지연 가능성이 낮다고 추천했다.
▲지난 30일 열린 ‘홍해·파나마 물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세미나에 수출입 기업 약 200여 곳이 참석했다. |
이어진 발표에서 LX판토스의 황규영 MI분석 팀장은 “운임 이슈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시장을 전망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물류 시장이 완벽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운임 변동성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운항일수가 늘어나고 선박 회전율이 떨어지면서 공급 감소로 인해 선복 확보 경쟁을 하다 보니 고운임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또 추가 선박 투입, 연료비, 보험료 등을 이유로 선사 측이 화주에게 비용을 전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황규영 팀장은 리스크 지속 기간과 발달 정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격하게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운임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며 “1분기까진 운임 상승분이 남아 고운임이 유지되지만 점차 상황이 정리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측했다. 다만 중국 춘절 기간 중국에서 생산이 멈추는 만큼 선사들이 대규모 임시결항을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은 스케줄 지연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추후 운임에 대해서도 “4월 이후 운임이 하락할 때 선사 측에서 임시결항과 GRI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전에는 소석률을 목표로 집하경쟁을 했지만 이젠 수익성을 따져 임시결항을 하거나 원가상승 비용을 전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선사들은 유럽에서 부과하는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운임에 전가하기도 했다.
▲람세스물류 배병석 전무가 물류 대란에 맞설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
“선사 담당자와 직접 연락하라”
한편 람세스물류의 배병석 전무는 “홍해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자 물류 기업인 람세스물류는 이 문제가 올해 상반기, 길어지면 연말까지도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2의 물류 대란이라고 칭했다.
그는 “선복 경쟁 이전에 빈 컨테이너부터 찾아다녀야 할 형국”이라면서 춘절과 설 연휴를 맞아 불거진 장비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다만 “설이 지나면 중국 물량이 빠지니 선복이 빠듯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사들이 화물 선적을 뒤로 미뤄서 배를 채울 생각이라 최근 운임은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고 시황을 설명했다.
배 전무는 화주를 대상으로 “팬데믹 시기에 그랬듯 비정상적인 상황에선 현지 재고가 2~3개월까지 길어지더라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납기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라며 우회 서비스를 검토하는 한편, 운송시간을 길게 보고, 선복과 컨테이너 장비를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발표자 모두 선사 영업사원과 반드시 연락하라고 강조했다. 배병석 전무는 “웹으로 견적을 내는 것이 더 저렴해서 웹으로만 예약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수시로 할증료 변동이 있는 경우엔 놓치기 쉽다”고 경고했다. 또한 선적 지연(롤오버) 되거나 임시결항이 발생하는 상황과 관련, 황 팀장은 “코로나 시기와 유사하게 한 달 정도 미리 계획하라”고 조언했다.
현장에서는 “세미나가 사후약방문인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선사의 운임 전가 움직임에 공동 대응하지 않아서 아쉽다”고 토로하자 무협은 화주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로서 이 안건에 대한 간담회를 추진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한국무역협회 김고현 전무는 “산업부, 해수부, 주요 선사 등과 협력해 우리 기업이 안정적으로 선복을 확보할 수 있게 지원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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