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화 추세에 발맞춰 동유럽 아드리아해 항만이 유럽 중부와 남동부 지역의 새로운 운송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이투이(E2E)로지스틱스 이향연 대표는 지난달 30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한국국제물류협회 조찬포럼’에서 “최근 동유럽 아드리아해 항만이 유럽 중부·남동부 관문의 새로운 운송 경로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서유럽 주요 항만에 비해 아시아-유럽 중부 운송 경로가 7~10일 단축돼 비용과 시간이 절감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아드리아해 항만은 아직까지 항만 인프라가 낙후되다 보니 터미널 처리규모(케파)가 서유럽 주요 항만에 비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운송 거리가 단축되는 만큼 향후 선사들이 탄소 국경세 등 환경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며 “아드리아해 항만을 이용할 경우 기존의 운송 경로 중 하나인 독일 함부르크항보다 탄소 배출량을 5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발 독일 함부르크행 운송 거리는 약 6609km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해상 운송 탄소 배출량은 1102kg에 이른다. 반면 아드리아해 관문을 이용한 경로는 2468km에 불고하고, 탄소배출량은 415kg 밖에 되지 않는다.
아드리아해 항만은 통상 크로아티아 리예카항, 슬로베니아 코퍼항, 이탈리아 트리에스테항, 이탈리아 베니스항 등 4개 항만을 일컫는다. 이 4개항의 지난해 전체 물동량은 268만TEU를 기록했다. 최근 크로아티아 정부는 나라 전체를 물류기지로 발전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무비자 통행을 규정한 국경 개방 조약인 솅겐 협약에 가입하면서 통관이 용이해졌고, 통용 화폐도 디나르에서 유로로 전환했다.
또 지속적인 철도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리예카항의 철송 연계 내륙 운송 물동량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리예카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철도 운송 비율은 2020년 42%에서 2022년 47%까지 5% 상승했다.
공격적인 투자는 효과를 보고 있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리예카항 신규 터미널 개발을 통해 아드리아해 물동량 규모를 키우려고 하고 있다. 머스크의 터미널 부문 자회사인 APM과 크로아티아 ENNA 그룹의 합작 투자로 리예카게이트웨이 신규 터미널 2단계 사업을 내후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지분 비율은 APM과 ENNA 그룹 각각 51% 49%다. 연간 물동량 수용능력은 약 120만TEU 수준이며,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항만 시설을 만들려고 한다.
이향연 대표는 국내 기업의 동유럽 진출 현황에 대해선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동유럽에 진출하면서 관련 벤더·물류기업들도 함께 성장한다는 선순환적 측면이 있다”며 잠재 물류 수요가 크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리예카나 코퍼항으로 들어가는 물량의 대부분은 중국 화물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한국발 화물은 리예카항보다 코퍼항에 더 많이 분포돼 있는데, 운송 기간에 민감한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코퍼항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은 원제철 KIFFA 회장 등 협회 회원사 대표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한국해운협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항만협회, 한국무역협회, 부산항만공사, 중소기업중앙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정부기관 및 유관기관 대표 140여 명이 현장에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포럼은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한국국제물류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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