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전한다면 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거란 분석이 나왔다. 유가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에 수요 둔화가 야기될 가능성이 증대돼 선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거란 지적이다. 더불어 이번 사태로 유조선 시황은 반등한 반면, 컨테이너·벌크선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발표한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 따른 해운시장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분쟁이 확산하거나 장기화할 경우 운항 비용이 증가하면서 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국적선사들과 가진 회의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할 경우 선사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체 항만 유도와 공급지 변경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적선사 이스라엘·레바논 기항 전무…단기영향 제한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전쟁이 이른 시일 내로 끝난다면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에 따르면 무장 충돌 인근 지역인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기항하는 국적선사는 없는 데다 부정기선의 경우 화물 처리실적의 약 0.14%를 처리할 정도로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환적을 포함한 수출입 물동량은 이스라엘이 171만t(0.13%), 레바논이 10만7000t(0.01%)으로 각각 집계됐다.
해수부는 “처리 물동량이 적고 직접 기항하는 국적선박이 없어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단기적으로 국적선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이 운영하는 주요 터미널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슈도드, 아슈켈론 등 가자지구와 인접한 항만은 공습으로 운영에 일부 제한이 있지만, 하이파와 에일랏 등 원거리 소재 항만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컨선·벌크선 시황 큰 변화 없어, 유조선은 반등
이스라엘 하마스 사태 직후 유조선은 시황이 상승 반전한 반면, 컨테이너와 벌크선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조선은 석유 교역이 활발한 중동지역에서 분쟁이 확산되면서 시황이 급반등했다. 수요 유입과 중동 기항 프리미엄 형성에 무력 충돌 이후 운임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분쟁 발생 이후 10월16일 원유선 운임지수는 분쟁 직전 10월6일 대비 40% 뛰었다. 특히 중동-중국 구간을 운항하는 초대형유조선(VLCC) 운임지수(WS)는 약 70% 급등했다.
해양진흥공사는 “중동 지역 석유 공급 차질 시 미국산 원유 등의 중국 등 아시아로의 공급이 증가하며 항해 거리 증가에 따른 선박 공급 감소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컨테이너선과 건화물선의 운임지수는 무력 충돌 발생 전후 유의미한 변화가 없으며, 충돌이 단기간 종료 시 시황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쟁이 확산하거나 장기화되면 선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해운업계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10월13일 현재 싱가포르 평균 저유황 중유(VLSFO) 가격은 t당 663달러를 기록, 전주 대비 5% 상승했다. VLCC 기준 일일 약 1700달러의 비용이 늘어난 걸로 해진공은 예상했다. 연료유 가격 100달러 상승은 VLCC 기준 일일 약 5900달러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진공은 “유가 상승은 선박 연료유 가격 상승을 유발, 분쟁 확산 및 장기화 시 운항 비용이 늘어나면 선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발 악재가 길어지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전 선종에 걸쳐 수요 둔화가 나타날 거란 분석도 나왔다.
해진공은 “이란 개입 등 확전에 따른 전쟁 장기화 시 세계 경기 둔화 폭이 커지며 전체 선종에 걸쳐 시황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 하마스 간 분쟁이 단기에 종료될 경우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 대체항만 기항 등 대응책 마련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사태가 확전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할 경우 중동항로 취항 선사 운항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시 중동지역의 페르시아만 연안국(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이라크·쿠웨이트 등)으로의 국적선 통항이 매우 어려워진다.
2022년 기준 해상을 통한 중동지역 수출입 물동량은 1억6600만t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물동량 13억t의 13%를 차지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자동차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입에 차질이 발생했으며, 정기항로 취항 선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수부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컨테이너선은 오만 등 인근 국가의 대체 항만 기항을 유도하고, 벌크선은 공급지 변경 등을 놓고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지난 18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관련, 국적선사 및 선원의 안전과 수출입 화물의 안정적인 수송을 논의하고자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적선사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결과,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국적선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전략물자 수송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제기됐다.
해수부는 우리 선박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인근 해역에 진입할 때 경보 발생 조치를 취하고, 입항 예정 선박을 사전에 파악하는 등 운항 선박에 대한 조사·관찰(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유사시에는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해운협회 등과 ‘에너지수송 비상점검반’을 운영하여 대체 항만 확보 등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박성훈 해수부 차관은 “중동지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우리나라에 매우 중요한 해상 수송로”라며, “해수부는 관련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며, 우리 국적선사 및 선원의 안전과 수출입 물류의 안정적 운송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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