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해운시장에서 디지털 열풍을 주도했던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의 온라인 플랫폼이 문을 닫는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미국 IT기업 IBM과 공동으로 개발한 해운 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를 폐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달 29일부터 플랫폼의 무역물류 거래 업무를 중단했으며 내년 3월 말까지 완전 폐쇄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선복량 기준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시절이던 지난 2018년 8월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블록체인(분산 원장 기술) 기술을 적용해 선사 항만 세관 등 주요 기관을 연결해 해상운송을 거래하는 오픈플랫폼 트레이드렌즈를 출범했다.
트레이드렌즈는 IBM의 하이브리드클라우드 솔루션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컨테이너 온도와 무게는 물론 선박 도착 시간, 선하증권(BL) 등의 모든 해운물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독일 하파크로이트 등 세계 6대 선사 중 5곳이 참여한 것을 비롯해 이스라엘 짐라인, 우리나라 고려해운 남성해운 등도 협력사로 합류했다.
국내 해운물류 정보망 사업자인 케이엘넷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네트워크 사업자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3월엔 트레이드렌즈에서 발행한 전자선하증권(eBL)이 해상보험 카르텔인 국제P&I그룹(IG)의 사용 승인을 취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자 플랫폼 출범 4년 만에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렸다. 트레이드렌즈 출현 이후 세계 각국은 해운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3위 선사인 중국 코스코는 자회사 OOCL, 대만 양밍 등의 중화권 선사와 협력해 지난해 3월 홍콩에 기반을 둔 글로벌쉬핑비즈니스네트워크(GSBN)를 출범했다. 이 플랫폼엔 선사 하파크로이트와 항만운영사인 싱가포르 PSA, 중국 칭다오항그룹이 참여했다.
우리나라는 해운 스타트업인 밸류링크유 주도로 글로벌 해운물류 디지털 컨소시엄(GSDC)을 결성해 해외 플랫폼들과 경쟁하고 있다.
머스크가 지난 2019년부터 컨테이너선사에서 벗어나 종합물류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견제를 받게 된 것도 플랫폼 실패의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국제물류주선(포워딩)업계에선 해운 플랫폼을 전자 물류기업이란 의미의 ‘디지털 포워더’로 부르고 있다. 포워딩업계에선 디지털 포워더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 플랫폼 합류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머스크 비즈니스플랫폼 책임자인 로템 허쉬코는 “실행 가능한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개발했지만 전체 글로벌 산업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고 결국 독립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수익성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사업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덴마크 선사는 트레이드렌즈 실패에도 “세계 무역 거래를 촉진하고자 공급망을 디지털화하는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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