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괭이는 주둥이가 뭉툭하고 등에 폭이 좁은 융기가 있습니다. 얼굴은 꼭 웃는 것 같아서 귀엽습니다.”
최근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가 한 대사 중 하나다.
위 드라마의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변호사로서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데, 엉뚱하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각종 고래에 관한 이야기를 갑자기 해주곤 한다. 우영우가 언급하는 고래 중 하나가 소위 ‘웃는 돌고래’로 알려져 있고, 한반도 서남해에 주로 서식하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다.
필자도 로펌에서만 변호사로 7년 넘게 업무를 하다 보니, 드라마 속 로펌에서 신입변호사로 분투하는 우영우의 모습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게다가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는 고래나 돌고래에 관한 법률자문을 가끔씩 하다 보니 드라마 속 고래들의 이름이 반갑게 들린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인기 드라마에서 상괭이가 언급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반가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상괭이에 관한 법률자문을 하면서 이 동물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상괭이의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이 좀 더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기고에서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생태계법’)을 중심으로 상괭이 보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해양생태계법 제2조 제11호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이 우리나라의 고유한 종,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종,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종,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종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해양생물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해양수산부는 2016년부터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한 바 있다.
즉, 상괭이는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보호가 가능한 소위 ‘법의 테두리’ 안에 이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해양생태계법 제20조에서 해양보호생물의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보관(가공·유통·보관의 경우에는 죽은 것을 포함한다)·훼손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제18조의2에서 모든 국민에게 해양보호생물이 조업 중 혼획(混獲)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는 혼획 방지에 필요한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법률상 의무 부과에도 불과하고 해양생태계법상 해양보호생물인 상괭이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2005년 한반도 근해에 서식하는 상괭이의 수는 3만6000여 마리였다. 그러나 연안 개발과 환경오염, 혼획 등의 피해로 개체수는 급격하게 줄어 2016년에는 1만7000마리까지 급감했다고 한다.
이처럼 상괭이의 개체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결과는 어업 중에 의도치 않게 그물에 잡고자 한 수산물이 아닌 해양생물이 섞여 잡히는 ‘혼획’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어업인이 처음부터 상괭이를 포획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수산물과 섞여 잡히는 과정 중 상괭이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상괭이 등 해양보호생물의 혼획 방지에 필요한 기술의 연구·개발을 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그 기술은 어업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상괭이의 혼획 방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그물에 돌고래회피용 음파발신장치 핑어(pinger)를 설치하거나 빛에 민감한 돌고래들이 그물을 피해 가도록 발광다이오드(LED)를 달아 효과를 보고 있다는데, 국내에선 아직 연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해양생태계법 제18조의2에서 규정한 것과 같이,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상괭이의 혼획을 방지하는 연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필요하다면 그 연구 결과에 따라 해양생태계법을 개정하여 혼획을 막기 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당사자들을 행위를 강제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상괭이의 죽음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는 명확하다.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상괭이의 죽음은 결국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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