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항로는 항만 혼잡 완화와 수급 개선에도 경기 후퇴가 가시화되면서 시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사태와 재고 증가,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가 위축돼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제조업지수는 5월 56.1에서 6월 53.0으로 하락, 2020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9.1% 상승하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주문 지수도 전월 대비 감소한 49.2로 소매 판매도 둔화되면서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의 경기 후퇴가 가시화되면서 시황 악화에 대한 선사들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후퇴로 물동량이 줄어들면 급증한 선복량이 시황 악화의 우려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항로 선복량은 올 들어 크게 늘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4월 북미항로 선복량은 전년과 비교해 서안은 20%, 동안은 28% 각각 증가했다. 중국계 선사인 보야(博亞)국제해운(BAL컨테이너라인)과 차이나유나이티드라인(CU라인)과 더불어 머스크 MSC 등이 임시선박을 투입한 게 선복량 증가로 이어졌다.
공급량 증가와 함께 선사들의 스케줄 지연에 큰 영향을 미쳤던 항만 혼잡은 크게 완화됐다.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두 항만에서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은 연초 100척에 달했지만, 이달 20여척으로 급감했다. 선사 관계자는 “항만 적체로 위클리서비스를 유지하는데 통상 5척이면 충분했지만 여러 척 이상을 추가 투입해야만 했다”며 “혼잡 해소로 수급이 서서히 완화됐다”고 전했다.
선복량 증가와 항만 혼잡 완화에도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운임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안은 9주 연속, 동안은 8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서안은 2021년 11월 이후 8개월 만에 7000달러대가 붕괴됐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7월15일자 상하이발 북미 서안과 동안행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6883달러 9534달러를 각각 기록, 전월 7489달러 1만73달러와 비교해 서안은 8%, 동안은 5.4% 하락했다.
서안은 1년 전 5334달러에 견줘 29% 올랐지만, 동안은 1.3% 떨어져 대조를 보였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한국발 롱비치행 공표 운임은 7월 현재 FEU당 4500~7800달러로 전월 5600~1만4600달러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동량은 부진했던 중국이 반등하면서 2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한편, 6월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국 통관조사회사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올해 6월 아시아 10개국발 북미행(북미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4% 증가한 172만TEU로 집계됐다. 1위 중국발 화물은 7% 증가한 102만TEU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위 한국은 2% 증가한 17만3600TEU, 3위 베트남은 13% 증가한 16만TEU로 호조를 보였다.
5월 미국발 아시아행(북미수입항로) 물동량은 5% 감소한 51만2500TEU에 머물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행진을 이어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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