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해운협회와 포스코의 상생 협약에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무분별한 의혹 기사가 국내 해운업계에 깊은 내상을 입히는 모습이다.
최근 해운협회와 포스코의 상생 협약이 김영무 해운협회 부회장 아들의 취업과 관련돼 있다는 추측성 기사가 잇따라 보도됐다. 실제로 김 부회장의 장남 김모씨는 지난 4월 경력직으로 포스코플로우에 입사했다. 공교롭게도 협회와 포스코가 협약을 체결하던 때와 맞물린다.
이를 두고 해당 기사는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해운협회가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에 김모씨의 포스코 취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부회장이 입장 선회를 미끼로 포스코에 아들 취업을 청탁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 제기는 협회 정책 결정 절차를 심각하게 폄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자칫 협회가 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정도로 허술한 조직이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협회 정책은 회장단사와 이사사 보고를 거쳐 결정된다. 포스코와의 협약도 물론 이 같은 절차를 밟았다.
협회는 대외적으로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한편으론 출구를 모색하는 이른바 양동작전을 폈다. 포스코와 거래하는 선사들이 자사 최대 고객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많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들 선사는 2년여에 걸친 심각한 갈등이 자칫 회사 영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국회 농해수위와 주무관청인 해양수산부도 해운업계와 대표 화주가 반목과 갈등에서 벗어나 상생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선화주가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협회가 포스코 제품 수송을 맡고 있던 주요 선사와 만나 포스코와의 관계 개선을 협의한 배경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해운협회가 작성한 ‘포스코플로우 MOU 체결 과정’이란 공식 문건에 잘 나와 있다.
지난 1월 열린 총회에서도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만들더라도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물류 자회사 반대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화주와 화해하고 협력하는 전환점을 만들라는 주문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1월 말 김광수 사장이 포스코플로우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전임 사장과 달리 신임 사장은 해운업계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했다. 해운업 진출을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도 마다하지 않았다. 해운업계 입장에서 김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후 협회와 포스코 간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이미 알려진 대로 4월8일 해운업계와 포스코플로우 간 상생협약이 체결됐다. 행사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끈 해수부 엄기두 차관도 참석해 선화주의 화합과 결속을 축하했다.
해운업계는 이로써 대형화주의 해운업 진출 포기 선언을 공식 문서로 받아내는 한편 국내 기간산업끼리 벌이던 벼랑 끝 대립을 종식하는 일석이조의 이득을 취했다. 여기까지가 해운협회와 포스코가 상생 협약을 맺게 된 전모다.
김 부회장의 아들이 해운업계와 갈등을 빚던 포스코에 취업한 사실은 도의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이 갈등을 빚는 기업에 취업했다는 이유로 국내 최대 화주와 화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내팽개치고 끝없는 전쟁을 이어갔어야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아울러 취업 청탁 같은 비위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들의 선택을 아버지가 막을 수 없었던 점을 헤아려 주는 미덕도 필요하다.
건전한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본령이자 사명이다. 잘못된 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허위사실로 특정인을 매도하고 마녀사냥하면서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보도 행태는 절대로 용납돼선 안 된다.
“수시로 회장단에 문자로 개인적인 만남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거나 “그만두고 싶어도 인사권자가 그대로 있으라고 했다”는 등의 보도가 모두 명백한 허위란 김 부회장의 한숨 섞인 해명에서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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