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해운업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긍정적인 시황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조선·항공시장은 위험과 기회가 상존하며 중립 상태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미디어브리핑을 통해 올해 전망을 국내 해운 업황은 ‘우호적’, 조선·항공은 ‘중립적’으로 각각 평가했다.
컨선사들, 확대된 현금창출력으로 재무안정성 개선
해운업에서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은 우수한 시황을 연출하는 반면 탱크선은 암울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신용평가 김정훈 수석연구원은 양호한 물동량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간에 항만 적체 해소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컨테이너선은 시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우호적인 시황이 지속돼 우수한 영업실적을 달성하면서 확대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선사들의 재무안정성 개선 추세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역시 전년 대비 4.2%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변이바이러스 확산과 주요 국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 금리인상 시기 등은 모니터링 요소로 꼽았다.
우호적인 수급 환경과 항만 적체 장기화로 고운임이 지속되면서 컨테이너선사들의 올해 영업실적 역시 탄탄할 것으로 김 연구원은 전망했다. 특히 HMM은 2020~2021년 2년에 걸쳐 2만4000TEU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받으면서 올해까지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컨테이너선과 마찬가지로 벌크선 역시 올 한 해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철강 감산 영향 등이 업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각국의 경제회복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수급 밸런스가 양호해 긍정적인 시황을 연출할 거란 분석이다.
여기에 고정 또는 원가 보상방식 운임, 유가할증료(BAF) 조항을 통한 유가변동 보전, 물량보증 및 부적운임 조항 등으로 양호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벌크선사들 역시 장기계약 중심의 선대 운영으로 견실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벌크 물동량은 전년과 비교해 1.6%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2021년 대비 낮지만 수급 밸런스가 양호해 전반적으로 중립적인 시황을 보일 거란 진단이다. 다만 현물(스폿) 리스크관리와 장기계약에 기반한 사업 안정성 유지 등은 모니터링 요소로 들었다.
탱크선시장은 절대적인 물돌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여전히 하회해 저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확대된 영업 레버리지가 저시황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요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7.2%의 물동량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김 연구원은 말했다.
일부 선사의 경우 단기 시장성 차입으로 건조대금을 조달하면서 파이낸싱 리스크에 여전히 노출돼 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업체별로 선박금융 및 운영자금의 원활한 차환이 이뤄지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사들의 신용도 전망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현재 HMM의 신용등급은 BBB-(긍정적)다. HMM은 전 항로에 걸친 우호적인 컨테이너 시황으로 우수한 영업실적을 달성하고 확대된 현금창출력과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에 힘입어 재무안정성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됐다.
김 연구원은 잔여 신종자본증권의 옵션 실행 여부와 산업은행 및 해양진흥공사의 매각 방안 등은 모니터링 요소로 꼽았다. 신용등급이 BBB(긍정적)인 장금상선은 전 항로에 걸친 우호적인 컨테이너 시황으로 우수한 영업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 폴라리스쉬핑은 선박 매각과 영구채 발행 등으로 리스크는 완화됐으며, 장기계약에 기반한 현금창출력 유지 여부, 선박금융 조달현황 등은 향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선사의 현재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다.
한국조선 낮은 수익성 당분간 지속
올해 조선사들은 지난해 사상 초유의 호황으로 발주가 쏟아진 컨테이너선 대신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쓸어 담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 선임연구원은 “올해 전반적인 수주 환경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주가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당분간 낮은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조선업 전망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수익성 확보와 환경 규제에 따른 교체 수요 확대 등으로 선사들의 건조 문의가 잇따랐던 컨테이너선은 올해 발주량이 전년과 비교하면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카타르, 아틱 등 대형프로젝트를 중심으로 LNG선이 대거 발주된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형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과 일본을 따돌리고 LNG선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거란 분석이다.
탱크선은 원유 물동량 회복과 노후 선박 교체발주 본격화 등에 기인해 하반기부터 발주 증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탄소배출 규제 강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친환경 스마트선박 교체 수요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김 연구원은 조언했다.
그는 “2023년 도입 예정인 EEXI(기존선에너지효율지수), CII(탄소집약도지수) 규제 등 해상환경규제 강화 추세 역시 기술력에 강점이 있는 국내 조선사에 긍정적”이라며 “향후 노후선 교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술력을 통한 친환경선박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은 당분간 낮은 수익성을 지속할 전망이다. 글로벌 조선시장의 업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가 인상되기 전에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이 수익성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거란 이유에서다.
환경규제에 따른 교체 수요 확대와 탱크선 시황 등에 따라 선가 상승 폭이 결정될 것으로 김 연구원은 내다봤다. 다만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이 건조 단가를 올리는 게 수월해지면서 향후 신조선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점은 호재로 꼽았다.
지난해 조선사들의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 강재 가격의 인상 여부도 주목된다. 강재 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은 인식했지만 추가 인상 시 손실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에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우호적인 고환율이 향후 하락 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사들의 본격적인 영업실적 턴어라운드는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수주잔고 확충에 따른 조선사들의 협상력 제고와 환경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선가 인상이 지속되면서 조선사들의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외형은 소폭 확대되지만, 일부 저선가 물량 부담과 강재가 추가 인상 등은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합병)도 주목할 만한 이슈로 꼽았다. 지난해 무산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올해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주들이 몰려 있는 유럽에서 두 조선사의 합병에 따른 신조선가 상승과 LNG선 수주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결합의 조건부 승인 및 불허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조건부 승인의 경우 해당 조건에 따라 선종별 경쟁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항공시장 전망 불투명
항공시장은 신규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유럽 재봉쇄 등으로 올 한 해 전망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항공화물시장은 여전히 높은 운송단가를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화물 운송실적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약 25% 감소한 후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박종도 연구원은 경기 회복세와 공급망 경색에 따라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며 운송단가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고 평가했다. 항만 적체 해소와 국제선 운항 재개에 따른 화물 적재공간 확대, 쇼핑 수요의 여행 수요 전환 등으로 올해 수급불균형 완화가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운송단가를 기록할 거란 분석이다.
특히 대형항공사(FSC)는 화물실적이 여객 수요 회복 초기 단계에서 발생되는 연료비 인건비 등 운영비 상당 부분을 상쇄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여객 부문에서는 백신 접종률 상승과 단계적 일상회복, 국가 간 이동 시 격리 수준 완화 등으로 국제선 국내선 모두 회복세를 띨 것으로 관측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올해 초 결론이 날 것으로 예정되는 가운데, 박 연구원은 구조 재편이 완료될 경우 영업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내 과당경쟁 완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통합에 따른 효율성 강화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경우 시장 지위 향상에 따른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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