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0일 미국 중부의 켄터키 주에서는 때 아닌 수 십개의 토네이도가 400km를 이동하면서 6개 주를 휩쓸면서 90명의 사상자를 냈다. 기상학자들은 이를 100년 만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최악의 토네이도”라면서 탄소배출에 의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하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1 기후상태보고서”에서 강력한 폭염과 파괴적인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이제 뉴노멀이 되었으며 이는 인간의 탄소배출로 인한 온도상승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으로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동시에 2030년 탄소절감 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의 에너지로서 이제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를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수소경제로 나가고 있다. 수소는 연소시 오염물질이 아닌 물을 배출하는 동시에 공기를 흡입하여 청정한 공기로 바꾸어주는 공기 청정기능까지 겸비한 궁극의 연료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경제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소연료가 일상적인 에너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수소경제시대를 지탱해줄 글로벌 시장의 수소수요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문기관 및 전문기업들의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경제시대가 정점에 이르는 2050년경 연간 약4억~8억톤에 달할 것이며 시장규모는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규모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수소생산기술과 취급기술이 우선적으로 발달하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생산된 수소의 국제간의 수소모빌리티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유럽, 일본,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환경친화적인 항만개발에서 한걸음 더 나가 수소항만의 건설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수소경제는 선진국보다 10여년 늦게 시작하였지만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여 수소경제 로드맵을 구축하는 동시에 43조를 투입하여 수소모빌리티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담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수소수요 전망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는 바 2019년 수소경제로드맵발표시에는 2030년 194만톤, 2040년에 526만톤으로 발표하였으나 2021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수소경제성과 및 수소선도국가 비젼” 에서는 2030년 390만톤 2050년에 2700만톤으로 2배로 늘어난 전망치를 발표하였다. 수소전문가들은 2050년 우리나라의 수소는 60%에 해당하는 1,620만톤이 해외에서 수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40%에 상당하는 1,080만톤이 국내생산으로 충당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수소소요량의 대부분을 국내생산 보다 해외수입에 의존하여야 하기 때문에 수소수입의 유일한 통로가 될 수소항만 개발계획이 수소강국실현의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수소항만의 개발은 단계별, 권역별, 시설별 개발계획이 매우 신중하고도 치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태평양항로 및 유럽항로의 기종점에 위치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장점을 활용하여 글로벌 수소 허브항만 기능을 개발계획에 포함시켜 미래수요에도 대비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수소항만의 개발에서 유념하여야 할 사항들을 거론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기존의 수소항만에 대한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수소항만은 수소의 생산, 물류, 수입, 저장, 공급, 소비, 활용 등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갖춘 항만을 구축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수소항만은 수소의 수입기지 역할 뿐 만아니라 수출기지 기능, 환적기지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을 개발하여야 수소허브항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수소항만은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유일한 관문이자 수입된 LNG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에서 얻어지는 전기를 활용하여 수전해 기술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데도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장소여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항만배후단지를 구비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며, 충분한 터미널 면적과 수소기반 융복합 충전시설, 수소배관, 트럭, 선박 등 물류모빌리티가 구비되어야 한다. 아울러 풍족한 수소연료 소비지로서의 배후도시와 연관산업이 입지할 수 있는 산업단지 개발여지가 있는 항만을 선택하는 것도 필수적 조건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수소항만은 수소 생산방법의 다양성과 국내 수소공급 계획을 감안, 전략적, 단계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2030년 이전까지의 초기단계에서는 해외에서의 수입이나 그린수소의 개발이 활발하지 않을 것이므로 기존의 LNG수입기지 항만에서 LNG개질을 통하여 생산하는 추출수소가 용이할 것이다,
2030년 이후에는 가스공사 및 민간에너지 기업들을 통하여 액화·액상상태로 수입되는 수소를 취급하기 위한 항만을 개발하기 때문에 현재 LNG벙커링 터미널 개발계획이 수립된 무역항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40년 이후의 단계에서는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활용하는 수전해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항만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수소항만의 개발은 이러한 수소생산의 단계를 반영하여 3단계의 항만개발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1단계 수소항만은 현재 LNG공급망과 항만에서 LNG개질을 통한 추출수소를 생산·공급하는 항만으로서 L2G라고 명명하고 있다. 현재 LNG인수기지가 있거나 향후 LNG벙커링 시설이 예정되어 있는 평택당진항, 인천항, 부산항, 울산항, 군산항, 통영항, 삼척항 등이 대상항만으로 추진된다. LNG수입, 벙커링 기능과 추출수소의 생산기능이 융합된 항만터미널로서 현재기술수준으로 이러한 수소항만구축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다만 액화수수플랜트, 저장, 및 CCUS탄소포집, 활용, 저장 기술이 신속히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항만배후지역 및 도시에 공공기관, 민간기업들의 수소생산기지,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수소융복합충전소 등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여야 할 것이다. 2단계 수소항만은 해외에서 액화 또는 액상상태로 수입되는 수소를 저장 공급하는 항만터미널로서 G2G라고 명명되어 있다. 해외에서 수소전용선을 통해 입항, 접안하는 수소항만터미널, 선·하역 장치, 수소저장소, 수소화 및 탈수소화 장치 등이 개발되어야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항만은 새만금, 울산항, 인천항, 평택항 제주항으로서 운송수요 등을 고려해 권역별 입지와 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3단계 수소항만은 태양광, 해상풍력, 조력, 파력 등 해양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공급받아 받아 수전해 수소를 생산 저장 공급하는 항만터미널로서 P2G로 명명되어 있다. 해양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수소형태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인근항만이 최적지가 될 것이다. 대표적인 항만으로 새만금항만, 목포항, 울산항 등이 대상지가 되어 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수전해 수소생산시스템, 생산효율향상 등의 기술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우리나라의 수소항만의 개발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수소항만의 규모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수소수입 수요를 바탕으로 규모를 산정하되 수출가능성, 환적수요 등을 감안한 충분한 시설을 개발, 동북아 수소허브항만으로서 세계 수소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수소항만은 수소 산업클러스터 개념이 접목되어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LNG개질 항만의 경우 LNG저장탱크, 수소생산시스템, CO₂포집장치(CCUS), 액화수소플랜트, 수소연료전지발전시설, 수소충전소, 수소벙커링등의 시설이 동반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항만배후의 산업단지, 발전소, 제철소 등에 수소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이송시스템을 구비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소항만의 건설 및 운영상의 모든 사항을 가이드할 수 있는 가칭“수소항만건설 촉진법”을 신속히 제정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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