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2 09:36

글로벌공급망 붕괴현상과 한국의 대응전략

기고/김학소 자문위원





세계는 지금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붕괴로 인하여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아마존, 월마트 등이 코로나-19사태로 재고부족이라는 공급망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도요다 자동차 등 많은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소재, 부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재고부족 위기를 겪고 있거나 생산중단을 단행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석탄 공급난을 겪고 있는 바 전력생산의 차질로 공장가동이 중단되거나 정전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이미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바 중국내의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가동을 중지하고 있어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은 사상 최악의 물류병목 현상을 보이고 있는 세계항만의 체선·체화현상이다. 특히 유럽, 중국, 미국의 항만들은 수십 척의 선박들이 하역작업을 못하고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국과 미국의 항만적체 현상으로 인하여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바 중국발 북미행, 유럽행 선박들 중 중국에서 만선이 가능한 선박들은 미국항만에서의 지체를 감안하여 한국항만을 패싱하고 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는 선박의 경우에도 중국으로 직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항은 만성적인 선복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소화주들은 수출입화물을 수송할 선박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자동차를 수송하는 글로비스가 벌크화물이라도 수송해서 수출입 화주들의 숨통을 터주겠다고 나서고 있을까? 이러한 현상은 연말까지 가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컨테이너 해상운임은 지속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바 한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운임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10배가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공급망의 붕괴는 세계 공장들의 제품생산 차질로 인한 상품부족, 세계적인 물가상승, 경제침체로 이어져 종국에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의 중심지로 세계 상품의 30%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의 제품생산 중단현상은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사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80년대 말 이후 진행되어온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속에서 수십년간 글로벌 경제를 움직여 온 글로벌 밸류체인(GVC)이라고 하는 국제 분업체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하나의 제품, 하나의 서비스를 생산함에 있어 가장 비용이 저렴한 국가에서 부품을 조달하여 가장 원가가 저렴한 국가에서 조립, 가공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부가가치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시스템으로서 여러 국가, 기업들이 분담하여 원가절감과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막강한 위상을 차지하여 왔다. 전 세계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저렴한 원자재를 활용하기 위하여 중국으로 집중되었으며 각종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중국에의 의존도를 심화시켜 왔다. 급기야 중국은 세계의 생산공장이라는 쾌거를 이룩함과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소재기업을 1차 공급원으로 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 51,000개, 2차 공급원으로 하는 기업은 500만개에 이르는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지역으로 등장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GVC시스템은 최근 수년간 GSCM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제품 공정별로 어느 국가가 어느 만큼의 부가가치를 담당하는지 보다는 제품이 차질없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제때에 원활하게 도달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이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효율적인 수송망의 구축으로 인하여 글로벌 공급망으로 급속하게 패러다임이 발전하여 왔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도 최근 또 다시 코로나-19에 의하여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이며 글로벌 공급망을 대신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요인으로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의 동맥경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소재, 부품 등의 글로벌 이동이 정지 혹은 지체됨으로써 생산 지연이나 생산중단으로 나타나면서 거의 전 품목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기능이 정지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많은 국가의 해운, 항만, 하역운송, 도소매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현장이탈과 미복귀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공급망은 더욱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항만의 대기가 가장 심한 미국의 LA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주 7일 24시간 운영체제에 돌입하였음에도 선박대기는 10일 이상 지속되고 있고 이는 LB항, 동부의 뉴욕, 서배나항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항만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상해항, 청도항 등 세계상위에 올라있는 주요항만들도 심각한 체선·체화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두 번째 공급망 붕괴요인은 미중간의 무역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시작하면서 무역갈등으로 비화되고 이는 바로 공급망 붕괴로 연계되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든지 특정국가나 기업의 물류망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국가안보적으로나 위협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광물,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핵심 제품들의 미국 공급망 리스크를 점검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동시에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2차 세계대전시 공급망이 두절되어 고통을 겪었던 천연고무 대신 합성고무를 개발했던 것과 같이 R&D투자 등 정부정책을 통하여 첨단기술 상품의 생산능력을 높여나갈 것과 미국 우방국을 중심으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현상은 언제 회복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무역입국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하여 새로운 차원의 K-글로벌 공급망의 구축을 통하여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첫째로 공급망 리스크가 높은 소재와 부품, 상품의 경우는 국내생산 시스템을 강화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의약품 등 핵심공정을 국내에서 담당하여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의 전략적 위상을 강화하여 나가야 한다.

둘째로 글로벌 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업의 리쇼어링을 유도하는 동시에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수도권지역에서의 유턴기업 회귀를 어렵게하는 사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셋째로는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국경을 초월한 물류플랫폼 기업을 육성하여야 한다. 국내시장에서의 유통산업과 물류산업의 통합을 통한 물류산업의 초국경 글로벌 물류플랫폼의 구축을 통하여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하여야 한다.

넷째로는 한·일간 무역전쟁시 경험한 한중일 생산공급 차질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 중지 사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겪었던 공급망 리스크 위기 등을 염두에 두고 소재개발에 특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로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소재, 부품, 장비를 수입, 제조 생산, 수출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유치 단지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공급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공급망 붕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공급망의 초석이 되는 물류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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