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8 10:06

해수부장관은 적법 vs 공정위, 국장급 의견 앞세워 ‘불법담합’ 결론

국회 농해수위, 해운법 개정안 연내 처리 시사
김영무 해운협회 부회장 “과징금 부과 한국해운 재건에 찬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공정위원회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해운법 개정안을 향한 청부 입법 발언, 해양수산부의 유권해석 패싱 등의 행태로 의원들로부터 강도 높은 질타를 받았다. 

특히 의원들과 해수부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가까스로 살아난 해운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의원들 해운법 개정안 통과 힘 실어

이날 의원들은 공정위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해운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주장을 잇따라 쏟아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해운법 개정안을 화주들이 반대하는 법이라고 해서 계류시켰다. 그런데 나중에 화주들이 엄청 찬성하더라. 이번에도 소위를 통과시키니 화주들이 환영 입장을 냈다. 화주가 찬성하는 일을 어떻게 공정위가 반대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해운법 개정안은) 의원들도 충분히 동의 및 논의를 한 건”이라고 덧붙였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급적이면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킬 각오”라며 “이 건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조만간 전체회의를 통과시키고 법사위로 갈 텐데 이렇게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국민주권시대에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국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며 전원회의에서 피심의인들의 의견, 해수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위의 2급 심사관이 내린 결정이 장관을 포함한 해수부 전체가 내린 유권해석보다 앞서냐고 따져 물었다. 공정위가 단지 2급 심사관이 내린 결정만으로 주무부처가 내린 유권해석을 가벼이 볼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 7월 해양수산부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해운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지적한 (선사들이 해수부에 신고한 운임을 준수하려고 진행한 선사 간 협의) 122건은 해운법 29조에 따라 신고가 필요 없는 것이라고 지난 7월 유권해석을 내렸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해수부 장관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에 공정위 부위원장은 무엇을 하는가. 해수부 장관과 해수부를 뭐로 보는 건가”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영무 해운협회 부회장도 “122건의 협의는 이미 지난 7월 해수부가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또한 이전에도 40년 동안 그런 절차를 이행해왔는데 공정위 해수부 어디에서도 아무런 지적사항이 없었다”며 “만약에 문제가 된다면 사전에 이에 대해 공정위와 해수부 간 협의가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농해수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은 “감시 감독권을 가진 해수부가 문제없다고 해서 선사들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인데 그 책임을 왜 선사들에게 묻는 것이냐”며 꼬집었다. 

주철현 의원은 “이견이 있다면 주무부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나 통상적인 것 아니냐”며 “반대할 명분이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심사관이 122건을 불법적인 담합이라고 한 건 단지 심사관의 판단”이라며 “앞으로 피심의인들 의견, 주무부처 의견 등을 전원회의에서 듣고 9명의 위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사 제재 결국 화주 피해로 돌아가”

동남아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항로에도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성과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0개 선사와 한진해운의 파산 등으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국적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해운재건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부회장은 “동남아항로 최대 8000억원에 이어 똑같은 잣대로 중국, 일본항로에 부과될 경우 과징금이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 국적 12개선사 컨테이너선 90척 전부를 매각한다고 해도 4500억원에 불과하다”며 “지난 20년 동안 선사들의 어려움이 재연될까 걱정스럽고 화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까 봐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프로그램으로 기적적으로 해운이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라며 “만에 하나 공정위 이슈가 해운재건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해운업계뿐만 아니라 조선업계, 더 나아가 화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 부회장은 “사업 경영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가 불확실성이다. 공정위의 통상 조사기간은 2~3년인데 이것도 길다고 하는데 저희는 지금 4년 차에 들어왔다”며 “조사가 지속된다면 조선업계뿐만 아니라 기자재업계도 힘들고, 이로 인해 선박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화주한테 고스란히 되돌아가서 물류대란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운법 개정안을 두고 공정위가 ‘청부 입법’이라고 문제 삼은 것도 이날 논란의 표적이 됐다. 

이만희 의원은 “그렇게 오만한 자세를 가지고 자신감이 있으니까 이 사안을 가지고 국회의원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해운법을 개정하면 청부 입법으로 의심받는다라는 그런 뉘앙스의 말씀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해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가 청부 입법을 하는 것을 보았거나 들었나.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법안 발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서 이를 준비했다. 그런 얘기가 나와서 불쾌하다”며 “그 과정에서 이 법안과 관련, 해수부로부터 해운업계로부터 법안을 발의해달라는 얘기를 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정위가 하면 모두 정의이고 의원들이 하는 일들은 입법 로비나 받아서 일하는 것처럼 판단하고 있는 공직자들의 사고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다시 돌아가서 그 자리에 있던 직원들과 확인해보겠다. 청부 입법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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