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이 선박 임차료 상승 등 늘어난 비용을 보전하려고 운임 인상에 나섰다. 선적 상한선(실링)을 강하게 조여 운임 인상 계획을 성공시킨다는 전략이다. 물동량은 환적화물 부진으로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해상 물동량은 13만51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만6500TEU에 견줘 1% 감소했다. 지난 3월 0.8% 감소 이후 5개월 만에 역신장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수출입화물은 두 자릿수의 성장을 내 고무적이다. 같은 달 수출화물은 11% 성장한 2만7200TEU, 수입화물은 21% 성장한 2만5800TEU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입화물 합계는 16% 늘어났다.
수출화물은 두 달, 수입화물은 다섯 달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수입화물은 올해 들어 5%대를 기록한 2월과 3월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일궜다. 6월 이후 평균 성장률은 30%에 이른다.
반면 환적화물은 9% 감소한 8만2100TEU에 머물렀다. 환적화물은 7월 이후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행보를 보였다. 감소율은 7월의 2%에서 크게 확대됐다.
한일항로 누계 수송실적은 117만7300TEU로, 1년 전의 115만6100TEU에서 1.8% 성장했다. 수출화물은 2% 성장한 22만7800TEU, 수입화물은 18% 성장한 22만200TEU, 환적화물은 2% 감소한 72만9300TEU를 각각 기록했다. 수입화물은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가 올해 들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한일 무역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2018년 첫 8개월 실적은 22만6600TEU로, 올해에 비해 3% 높다.
한일항로 운임은 전달보다 50달러가량 인상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0월 국적 근해선사의 부산발 일본 게이힌(도쿄·나고야·요코하마) 한신(오사카·고베)행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15~320달러를 기록했다. ±10%의 편차를 허용하는 공표운임 특성상 실제 시장에 적용되는 운임은 300달러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항로 운임이 300달러선을 넘어선 건 2009년 9월 이후 12년 만이다. 수출운임은 실링제가 도입된 첫해(2008년) 35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서서히 하강해 2009년 10월 250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한일 무역분쟁 이후 15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선사들은 해운 호황기를 맞아 올해 3월 250달러대로 끌어올린 뒤 7개월 만에 다시 300달러대로 인상했다.
원양선사들이 받는 운임은 100~500달러 사이다.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와 중국 SITC는 100달러, 홍콩 OOCL은 155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머스크 자회사인 씨랜드는 오사카행 운임을 지난달보다 25달러 오른 500달러로 신고했다.
수입항로 운임은 150달러 선을 4달 째 유지하고 있다. 연초 20~50달러였다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 7월 현재 수준으로 올랐다.
선사들은 선박 용선료가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해 운임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사 관계자는 “과거 7000~8000달러 수준이던 피더컨테이너선 일일 용선료가 최근 3배 이상 뛰어오른 2만5000달러에 이른다”며 “비용이 크게 늘면서 예전 근해선사에게 든든한 효자 노릇을 했던 한일항로가 어느새 적자항로로 전락했다”고 시장 상황을 토로했다.
선사들은 올해 6기(11~12월) 실링을 전기(9~10월)와 같은 80%로 정했다. 10월과 11월이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란 점에 미뤄 마지막 4달 실링은 매우 강화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선사들은 운임 인상 동력을 확보하려고 공급을 조이는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공급 제한 전략으로 선사들은 3기 실링을 모두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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