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1 09:46

항만공사 국감 올해도 ‘방만경영·항만경쟁력 저하’ 도마위

“광양항 자동차부두 조성 현실 무시한 대책” 지적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항만공사(PA)의 방만 경영과 항만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PA들은 지난해 국감에서 외국자본의 부산신항 잠식, 부산신항 내 터미널 간 운송(ITT) 증가에 따른 운영률 저하, 무분별한 성과급 지급 등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해양경찰청 국감에서는 지난해 서해상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지난 13일 농해수위는 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해양경찰청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늘어난 ITT 물량 부산항 경쟁력 떨어뜨려”

ITT 물량 증가가 부산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만희 국민의 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부산항이 처리한 환적화물 1202만TEU 가운데 ITT로 발생한 물량은 16.4%인 198만TEU에 달했다. 전년 173만TEU에 견줘 14.5% 증가했으며, 2016년 143만TEU와 비교하면 38.5%나 급증했다. 

특히 신항 내 ITT는 99만TEU에서 128만TEU로 1년 새 29% 폭증했다. ITT 물량이 증가하면 비용부담이 커진 선사들로선 대체 항만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이 의원은 “늘어난 ITT 물량이 세계 2위의 환적 허브인 부산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부산신항 부두운영사가 2023년엔 7곳으로 늘어난다. 운영사 통합 노력이 필요하며 ITT 최소화에 노력해 달라”고 지적했다. 부산항만공사(BPA) 강준석 사장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답변했다.

BPA가 운영하는 부산항 웅동 배후단지 입주 기업 중 단순 창고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은 적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3차 전국 항만 기본계획을 보면 웅동 배후단지를 조립 가공 제조 등 부가가치 활동이 가미된 복합물류거점으로 육성하고, 고용도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웅동 배후단지 입주 기업 중 창고업은 2018년 30개에서 2021년 35개로 증가했으나, 제조업은 2018년 7개에서 2021년 5개로 줄었다. 전체 입주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창고업은 2018년 81%에서 2021년 85%로 증가한 반면, 제조업은 2018년 19%에서 12%로 감소했다. 

최 의원은 “복합물류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모토가 훼손되고 있는데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단순히 창고업만 활성화되고 있는 건 기존 경영진의 유치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울산과 달리 생산공장이 없음에도 대규모 자동차전용부두를 조성한 광양항을 향한 질타도 이어졌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 사업비 231억원을 투입해 컨테이너에서 자동차부두로 용도를 전환했는데 지난 4월 현장에 가보니 부두가 텅텅 비었다. 처음부터 과하게 목표를 잡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2020년 목표 전망치를 180만대로 잡았는데 실제 실적은 53만대에 그쳐 자동차부두 조성이 현실을 무시한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5년간 사용현황을 살펴보면, 그 실적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전용부두 사용현황은 2017년 34.4%, 2018년 23.0%, 2019년 13.5%, 2020년 21.1%, 2021년 상반기 40.9%에 그친다.

 


항만공사 직원들 초저금리 대출 논란

의원들은 올해도 국정감사에서 PA들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재갑 의원과 최인호 의원은 공사 예산으로 주택자금 대출을 초저금리로 직원에게 제공하는 건 부적절한 행위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여파로 서민과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사의 예산을 활용한 초저금리 대출로 주택 지원을 하는 게 과도한 혜택이라는 주장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BPA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86명의 임직원에게 주택구입자금 및 전세자금 68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윤 의원은 “직원들 아파트 구입하는데 저리로 지원하면 요즘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용납 못 한다”고 질책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2021년 8월 말 주택자금 대출 누계금액은 BPA 129억원(182명), 울산항만공사 57억원(104명), 여수광양항만공사 27억원(60명)이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직원 주택자금대출 제도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4년간 주택자금 대출 금리를 보면 BPA의 경우 2018년 1.55%에서 2021년 0.72%, 울산항만공사(UPA)는 2018년 1.79%에서 2021년 0.85%,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는 2018년 2.72%에서 2021년 0.88%로 각각 낮아졌다. 3개 기관 모두 1% 미만의 대출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최 의원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최근 대출 중단으로 많은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기관이 회삿돈으로 직원들에게 초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건 공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지난해 수천만원 상당의 동호회 활동비를 제공한 YGPA IPA 등을 향해 최 의원은 “IPA의 경우 나이키 매장 이용과 영화관람권 사용 등으로 3000여만원이 지출됐다”라며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나. 국민 질타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욱 IPA 사장은 “하반기부터는 지급을 중단하고 있다. 직원 복지와 동호회 활성화 차원에서 무리하지 않게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사회를 둘러싼 문제를 놓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맹성규 의원은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을 경관을 고려한 저밀 개발로 추진해 탁 트인 인천 앞바다를 시민 품에 안겨 드려야 한다고 질의하는 한편, 인천항 전역으로 자유무역지역(FTZ)을 확대해달라는 지역사회의 염원을 전달했다. 

주철현 의원은 석유화학, 낙포터미널의 높은 체선율을 지적하며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에 집중된 투자를 다른 곳으로도 분산해 원활한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민식 YGPA 사장은 “여수에는 민간사업자들의 자체 투자가 있었으며, 부채율을 줄인 항만공사의 투자 여력이 어느 정도 되어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청장 “유가족 명예훼손 결코 아냐”

해양경찰청 국감에서는 지난해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사건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을 수사한 해경은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실종된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지난 7월 발표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해경청장과 수사정보국장을 사자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올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해경의 수사 발표에서 A씨의 채무 등 사생활을 공개한 건 고인과 유족을 향한 인권 침해라며 중간 관리자들에게 경고 조치를 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양수 국민의 힘 의원은 “월북이라는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혹시 발견했나. 만약 월북이 아닌데 월북으로 잘못 수사되면 한 조직이 가정파괴범이 된다”고 말했다. 

이만희 국민의 힘 의원도 A씨의 채무 금액과 도박 중독 증상 등이 부풀려졌다는 전문가들의 사례를 들며 “해경 수사 자세가 자진 월북이라는 결정을 만들어놓고 그걸 강화하는 증거나 정황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했는데 지금까지도 해경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홍희 해경청장은 “중간 수사 발표가 가족들을 향한 명예 훼손은 결코 아니다. 채무 금액을 부풀린 것도 기간 적인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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