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7 09:14

하반기 해운시장 컨·벌크선 ‘맑음’ vs 탱크선 ‘흐림’

“항만적체·선복부족 등으로 컨운임 최고치 경신”
올해 글로벌발주량 4050만CGT…한국조선 40% 수주


하반기 해운시장에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액화천연가스(LNG)선 시황은 개선되고, 탱크선은 부진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컨테이너 운임이 올 한 해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사들의 스케줄 지연과 항만 적체 등이 해소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면서 고운임이 지속될 거란 판단에서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6월 컨테이너선 정시도착률은 39.5%로 여전히 40%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6월 77.7%와 비교하면 38.2%포인트(p)나 낮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유럽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항만 적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6월 말 기준 유휴 컨테이너 선복량이 전체의 0.8%에 불과해 추가 투입할 선박의 여력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금년 내 세계 컨테이너 교역증가율은 6~7%의 높은 수준이 예상되는 가운데, 항만 물류의 정체 등에 의한 물류차질과 선복 공급 부족효과가 나타나며 사상 최고치의 운임이 지속적으로 경신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이러한 상황은 해운사들의 반사이익이 커지고 수익은 신규투자로 이어져 조선사들도 수혜를 받고 있으나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해운사들은 장기적 파트너십 관점에서 국내 화주들에 대한 최대한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컨테이너선시장은 주요 국가의 빠른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수에즈운하 사고, 항만 체선 등으로 물류 지연과 공급부족 효과까지 나타나며 급격한 운임 상승세를 나타냈다. 

 


2분기 평균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전년 동기 대비 153.5% 높은 2164.2로, 1분기에 이어 지수 발표 이후 분기 평균치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하이-유럽노선의 2분기 평균 운임은 전년 대비 541.5% 상승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180달러로 주요 노선 중 가장 높은 운임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미서안 운임은 135.6% 상승한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617달러, 상하이-미동안 노선은 151.4% 상승한 FEU당 7087달러로 나타났다.

벌크선시장은 남은 하반기에도 양호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철강재 등의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기 부양책과 건설 투자 등의 속도 조절이 예상돼 해운 수요가 소폭 둔화되겠지만 시황이 급격히 하락할 수준의 변동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쳤다. 

무엇보다 하반기뿐만 아니라 당분간 신규 선복공급에 의한 시황하락 압력이 높지 않다는 점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폐선량은 올해 상반기 연초 선복량의 0.5% 수준으로 미미했으며, 환경 규제 효과에 의한 본격적인 폐선 증가는 내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상반기 벌크선 시황은 매우 양호했으며, 2분기에는 빠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2분기 평균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전년 대비 256% 오른 2792.5로 11년 만에 최대 규모의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높은 상승에 힘입어 상반기 평균치 역시 229.4% 상승한 2257.2로 나타났다. 

글로벌 철강 수요가 전년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며 크게 증가하고 있고, 중국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건설 부문 원자재 수요도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며 시황이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LNG선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며 양호한 시황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신조선 발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조선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하반기 LNG선 인도 예정 물량은 30척 443만CBM(㎥)으로, 연초 선복량의 4.7%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상반기 인도분과 합치면 올 한 해 10% 이상의 막대한 신조물량이 해운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같은 신규 공급은 LNG선 운임과 용선료 하락으로 이어져 하반기 시황에 찬물을 끼얹었을 수 있다. 

다만 양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인프라 투자 등으로 수요산업이 양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원거리 효과가 높은 미국산 물량의 수출이 늘고 있어 시황 하락 가능성을 낮을 것으로 점쳤다. 

여기에 지난 겨울 혹한에 따른 수입량 급증으로 높은 LNG 가격과 운임을 경험한 중국이 가을철에 난방용 수입을 미리 늘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이 밖에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FID(최종투자결정)가 연기 또는 취소된 프로젝트들이 최근 LNG 가격 상승으로 다시 활성화될 수 있어 시황 상승이 기대된다. 

LNG선 해운시황은 상반기 중에만 연초 선복량의 5.7%에 해당하는 많은 신조선 물량이 신규 공급됐음에도 운임은 매우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16만CBM급 LNG선의 2분기 평균 일일운임은 5만7962달러로 전년 대비 67.4% 높은 수준이었다.

탱크선은 많은 선복량이 유입되면서 시황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유국의 증산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에 따른 교통수요 회복 등으로 물동량 증가가 기대되지만 하반기 부진한 시황을 벗어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저장용 탱크선 수요는 2분기 동안 유조선의 경우 오히려 소폭 증가한 반면, 제품선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탱크선 운임과 용선료는 부진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증가하면서 높은 석유소비 증가를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코로나19 위기 해소가 늦어지고 있고 항공 등 교통수요도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타 자원 대비 석유 소비 증가가 더디다는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 전문기관들은 2021년도 세계 석유소비량이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조선의 2분기 용선료는 초대형유조선(VLCC)과 수에즈막스가 다소 상이한 흐름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는 부진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1만DWT(재화중량톤수)급 VLCC 1년 정기용선료의 2분기 평균은 전분기 대비 6.3% 낮은 1일당 2만2038달러, 15만DWT급 수에즈막스 1년 정기용선료의 경우는 2분기 평균 1일당 1만7308달러로 전분기 대비 5%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선시장 전망, LNG선 발주증가로 ‘양호’

상반기는 컨테이너선이 발주 흐름을 주도했다면, 하반기는 LNG선이 이를 대체하면서 조선시장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상반기 중 세계 신조선 시장 발주 호조는 사실상 해운수익이 급증한 컨테이너선의 집중 발주가 큰 역할을 했지만 이러한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연초 선복량의 12.4% 수준인 294만TEU였다. 이 중 80%가 1만2000TEU급 이상의 대형 선형으로, 발주량은 연초 대형선 선복량의 33%에 이르렀다.  

상반기 발주가 급증하면서 컨테이너선의 수주잔량은 현재 전 세계 선복량의 20%에 이르고 있다. 이 물량이 대부분 3년 내에 해운시장에 인도될 예정이므로 2023년부터 환경규제에 따른 폐선이 본격화되더라도 단기적으로 해운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집중된 컨테이너선의 발주 흐름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며 하반기 발주량은 상반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하반기는 컨테이너선의 발주 감소를 LNG선이 보완할 것으로 진단했다. 현재 세계 LNG 가격이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가격 폭락으로 침체된 개발에 대한 활성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LNG선 발주가 상반기 대비 증가할 거란 이유에서다.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약 4050만CGT(수정환산톤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 한국은 컨테이너선 수주는 감소하지만 LNG선을 늘리며, 1800만CGT, 430억달러 수준의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점쳤다. LNG선의 높은 수주점유율로 40%대의 점유율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표면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금년 2분기 이후 철강재 가격의 빠른 상승과 금년도 인도 물량이 신조선 가격이 낮았던 2018~2019년 수주물량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주실적에도 조선사들의 수익성은 금년 중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의 수출제한 정책 등에 세계 철강시장이 대응할 여력이 없어 급격한 가격상승이 초래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상황은 안정되며 철강재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봤다. 

다만 2022년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한 인도예정 물량이 부족한 수준이고 철강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돼도 중국의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비교적 높은 철강재 가격 수준이 예상돼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 기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은 선가 상승이 이뤄진 2021년 수주물량이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하는 2023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양 연구원은 올해 철강재 가격 변동이 매우 심각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이 입증돼 이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역분쟁 등 불안정한 국제적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이 철강재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정치적 이유로도 강재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일어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중장기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향후 국내 철강업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양 업계 간 선도거래기법 개발 등 다양한 협력과 안정화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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