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3 11:02

앞으로 공정위가 해운사 공동행위에 손 못댄다…해운법 개정안 발의

위성곤 의원, 해운법 29조에 “정기선사 공동행위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 적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임 담합을 이유로 국내외 컨테이너선사에 7000억원을 웃도는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준비 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서 컨테이너선사의 공동행위를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은  정기선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적시한 해운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23일 밝혔다. 

현재 해운법 29조는 외항정기화물운송사업에 한해 다른 사업자와 운임·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법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제도적인 허점에 기반해 동남아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국내외 컨테이너선사 23곳에 2003년 4분기부터 2018년까지 약 15년간 동남아항로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의 8.5~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공정위 판단대로라면 12개 국적선사들이 내야 하는 과징금 규모는 최대 5600억원에 이른다. 외국선사 11곳까지 확장하면 7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 선사가 최대 2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파문이 커지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6월24일 “최근 전 세계적인 물류난 속에서 국내 수출품을 운송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해운항만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국가 수출입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사 공동행위의 특수성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하고, 해운법에 따라 규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정기 컨테이너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해운법 적용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국회는 이번엔 아예 해운법을 고쳐 해운사 공동행위의 제도적인 혼란을 없애는 전략을 선택했다. 

위성곤 의원이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법에서 규정한 정기선사의 공동행위를 공정 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못박아 앞으로 선사들의 공동행위에 공정위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위 의원은 “해운법에서 허용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 해운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동행위를 신고하지 않거나 공동행위에 관한 해수부장관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부과하는 과징금 한도를 높여 해상운송질서를 유지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운시장의 건전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해양수산부장관은 공동행위 신고 내용을 일주일 안에 공정위에 통지해야 하고 공정위는 통보받은 내용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고 판단되면 해수부장관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위 의원은 “항로당 여러 척의 선박이 투입돼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정기선 해운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요 해운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 선박 배치, 화물 적재, 운임 등에 대한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수출입물량의 99.7%를 수송하는 국가 기산업인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해운법에서 허용하고 있고 공정거래법도 다른 법률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지만 부당한 공동행위의 경우 어떤 법률을 적용하는지 불명확해 법적 안정성이 불완전한 실정”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전했다. 

개정안 발의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맹성규 서삼석 윤건영 윤재갑 윤준병 이개호 정성호 주철현 진성준 최인호 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 권성동 김희곤 박수영 안병길 장제원 하태경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해운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한국해운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되면 경영 여건이 열악한 대부분의 국적 중소·중견 컨테이너선사들은 도산 위기에 직면한다”며 “현재의 물류대란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선사 간 효율적인 공동행위가 필요하고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한 해운 재건을 완결하고 외국과의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선  해운산업 공동행위가 해운법에 따라 규율되고 공정거래법 적용에선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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