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해운조사기관들이 컨테이너선 시황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억눌렸던 소비가 백신 보급 확대로 폭발하면서 북미항로를 중심으로 시황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거란 분석이다.
여기에 환경규제 강화와 선사들의 보수적인 선대 운용 등도 시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운임 현상이 지속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코텀즈 거래 조건 변경과 공동물류 등의 비용 절감 해법을 제시했다.
MSI, 올해 ‘컨’ 물동량 전년比 7% 증가 전망
글로벌 해운조사기관들은 컨테이너선 시황 강세가 길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확산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수요가 폭발한 뒤 재입고 주문이 이어지면서 정기선시장이 순항할 거란 설명이다.
수요 강세를 이끄는 지역은 단연 미국으로, 지난해 8월 이후와 마찬가지로 선사들의 화물 적재율(소석률)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영국 마리타임스트래티지인터내셔널(MSI)은 내다봤다. 운임은 장비 가용성이 높아지고 물류 병목현상이 완화되면서 올해 3분기부터 소폭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점쳤다.
MSI 데이비드 조던 이사는 “수요 급증이 2분기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물량 증가세 또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7% 증가하고 운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선사들은 2022년까지 성장 스토리를 써내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덴마크 시인텔리전스의 요헨 굿슈미트 부사장도 운임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섣불리 기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선복 부족 현상은 북미와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컨테이너 장비가 부족한 건 전 세계적인 문제라 쉽사리 상황이 변하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만약 상황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선사들은 가능한 한 이 운임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관측한 해운시장 기상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BNK경제연구원은 올해도 컨테이너선 업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백신 보급이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와 소비심리 회복,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 효과 등이 반영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5.7%로 선복 증가율인 3.9%를 상회한다는 점도 시황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더불어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와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배출거래 의무화 등 해운시장에서의 환경규제 강화도 업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해양진흥공사도 현재의 고운임 현상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량 증가와 항만 혼잡이 초래한 컨테이너 운송의 효율성 저하가 공급망 붕괴를 유발해 안정적인 업황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은 국가별 경기부양책과 백신보급의 확대와 함께 전년 대비 6.9% 증가한 2억1380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북미항로에서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소비자의 구매력을 증대시켜 소매판매 지수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확산) 이전을 상회하는 데다 현지 제품 재고가 낮은 수준이라 수요 강세가 기대된다는 진단이다.
무역협회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고운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해상운임 상승 원인과 중소기업 물류비 절감 방안’에 따르면 상하이해운거래소(SSE)의 항로별 운임지수는 지난해 5월 저점을 기록한 후 북미항로를 중심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11월 이후에는 유럽 남미 등 모든 항로의 운임이 급등했다.
올해 4월16일 현재 상하이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SCFI)는 전년 830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2833을 기록했다. 무역협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사들이 지속해온 보수적인 컨테이너선 운용과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며 운임이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연초 비수기와 코로나 발병으로 시황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자 적극적으로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과 선적 이월, 지연 운항 등을 실시해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다. 여기에 코로나 여파에 따른 항만 적체와 공컨테이너 수급 불안정, 보복 소비로 나타난 수요 확대 등도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무역협회는 올 하반기 다시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수에즈운하에서 발생한 대형선 좌초 사고로 3월 들어 일부 조정 움직임을 보이던 운임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치솟는 운임’ 무역협회, 물류비 절감 방안 제시
해상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도 크게 늘어나는 실정이다.
무역협회는 팬데믹이 촉발한 전례 없는 높은 운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수출입기업의 물류비 절감 방안을 소개했다.
협회는 가장 먼저 인코텀즈 거래 조건을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선적조건을 변경해 현지 법인이 관세·부가세를 환급받아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코텀즈 거래 조건 변경은 수출입 모두 수출자가 책임지는 DDP(Delivered Duty Paid, 관세지급인도) 방식에서 수입자가 양하와 통관을 책임지는 DAP(Delivered At Place, 도착장소인도)로 변경할 경우 현지 법인이 관세와 부가세를 납부한 후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용 경감이 가능하다.
또한 코로나19로 미국 내 운송이 지연되는 문제를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이 운영 중인 전문컨설팅을 통해 납기일을 앞당기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국내 선적항을 인천 부산 광양 등 복수로 늘려 국내 육상운송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비용절감 방안에 포함됐다. 다만 무역협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중하게 인코텀즈 계약조건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계약조건 변경은 바이어를 설득시켜야 하고, 한 번 변경하면 단기간 내에 번복 또는 재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운임 폭등과 도착항 체선 등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여건과 수에즈운하 사고 등 다양한 변수를 검토해야 하므로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3자물류(3PL)를 통한 물류비 절감 방법도 소개됐다. 화장품과 용기, 소독제, 마스크 등을 생산하는 D사는 물류공간과 전문성 부족으로 주문이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 업체는 전문물류기업의 화장품에 특화된 풀필먼트(주문처리 대행서비스)를 이용해 약 20%의 물류비를 절감하게 됐다.
세 번째로는 공동물류를 활용해 물류비를 줄이는 방법이 꼽혔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인천 부산에서 순차적으로 시스템화된 항만형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물류센터 2개소가 2023년 인천에 2만8000㎡(약 8500평) 규모로, 2024년 부산에 10만3000㎡(약 3만1000평) 규모로 각각 조성된다.
또한 무역협회 부산 울산 경남지역본부는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 경감을 목표로 지난해 3월부터 수출입 물류플랫폼기업인 케이로지와 함께 운임공동구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화주들의 운임공동구매로 물류비를 약 10% 절감할 수 있다.
이 밖에 정해진 요율 대신 화주와 관세사(법인) 간 협의를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통관 수수료를 네고하는 것도 비용 절감 해법 중 하나로 꼽혔다. 동일한 화물이 반복되거나 물량이 많을 경우 협의를 통해 기본요율을 조정하거나 최소·최대한도를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 중 하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수출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약 2500개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급등한 항공화물 운임의 30%를 지원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항공·선박 운송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업체를 위해 약 446억원의 지원금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해외시장 진출과 전문물류시장 활성화를 위한 효율화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의 물류효율화 컨설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무역협회는 지난해 12월 수출입물류 종합대응센터를 가동해 ▲수출입물류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 ▲수출입물류 관련 정부 대책 이행 지원, ▲중소화주 선복물량 모집 및 물류애로 접수, 운임보전 등의 대응사업을 진행 중이다.
무역협회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항공 해상 운임 지원, 특송물류비 지원, 국내외 운송비, 하역비, 창고비 지원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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