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상승한 가운데, 지난 한 해 선대를 가장 활발히 늘린 선사는 우리나라 HMM(옛 현대상선)과 프랑스 CMA-CGM으로 꼽혔다. 초대형선 도입 효과에 HMM은 70만TEU를, CMA-CGM은 300만TEU를 각각 돌파했다.
20대 선사들의 점유율도 신조선 도입에 90%대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선사들은 선대 도입을 활발히 진행했다.
HMM 선복량 72만TEU…84%↑
1년 동안 선복량이 가장 많이 불어난 선사로는 HMM과 CMA-CGM이 꼽혔다. 두 선사는 30만TEU 이상의 신조선을 선대에 편입하며 규모를 키웠다.
HMM은 지난해 4월 < HMM알헤시라스 >호를 시작으로 약 5개월 동안 1~2주 간격으로 대우조선해양(7척)과 삼성중공업(5척)에서 2만4000TEU급 12척을 인도받았다. 2만4000TEU급 12척을 선단에 편입시킨 결과, 지난해 1월 40만TEU 수준이던 선복량은 1년 후 70만TEU 이상으로 확대됐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월12일 현재 HMM의 선복량은 71만9000TEU로 전년 39만1400TEU 대비 무려 83.6% 증가했다. 초대형선 투입 효과에 힘입어 선대 순위도 10위에서 8위로 두 계단 올라섰으며, 점유율도 전년 1.7% 대비 1.3%포인트(p) 상승한 3.0%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올 상반기에 모두 인도받으면 선복량은 약 85만TEU에 이르게 되며, 톱8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된다. HMM은 내년까지 선복량 100만TEU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HMM과 더불어 가장 활발히 선복을 늘린 세계 4위 CMA-CGM은 초대형선을 인도받으며 선복량 300만TEU를 돌파했다. APL ANL CNC라인(정리내비게이션) 등 자회사를 포함한 CMA-CGM의 선복량은 전년 269만8700TEU와 비교해 11.8% 늘어난 301만7500TEU로 집계됐다.
이 선사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으며, 현재 3척을 인도받았다. 전년보다 늘어난 선복량을 기록했지만 중국 코스코의 발주잔량이 상당해 세계 3위 탈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선사들의 선복량 확대에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상위 7개 선사는 전년과 비교해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지만, 8~12위 자리는 오르락내리락했다. HMM 짐라인 완하이라인은 순위가 상승한 반면, 양밍해운 PIL은 미끄러졌다.
특히 짐라인의 선복량은 전년 대비 26.9% 증가한 37만1000TEU로, 40만TEU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완하이라인도 1년 새 선복량을 활발히 늘린 결과, 30만TEU대 선단 구축에 성공했다.
톱 20에서 전년과 비교해 선복량이 줄어든 선사는 6곳으로 나타났다. 세계 1위 머스크는 1.3% 감소한 413만4000TEU를 기록했으며, 점유율도 0.7%p 하락한 17%에 그쳤다. 2018년까지 의욕적으로 선대를 늘린 머스크는 지난해 신조선 도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머스크는 2020년 상반기까지 컨테이너선 발주와 항만 투자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발주잔량은 다른 선사들보다 적은 4만8300TEU에 불과하다.
선사들 중에서 1년 새 선복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선사는 운항 선대를 축소한 싱가포르 PIL이었다. 이 선사의 선복량은 전년 39만2400TEU 대비 27.8% 줄어든 28만3100TEU로 집계됐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0.1% 줄어든 173만TEU를, 대만 양밍해운은 4.7% 감소한 61만5800TEU의 선복량을 기록했다. 이 밖에 이란 이리슬그룹은 0.4% 줄어든 15만1700TEU를 기록,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선복량이 증가한 선사는 14곳이었다. 세계 2위 MSC는 2.3% 증가한 385만5900TEU를, 중국 선사 코스코는 3.4% 늘어난 304만3000TEU의 선복량을 기록했다. 이 밖에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에버그린의 선복량은 소폭 늘어나며 6~7위에 자리했다.
국적선사들의 선복량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흥아해운 컨테이너 사업부 인수로 몸집을 늘린 장금상선의 선복량 변화가 눈에 띤다. 지난해 1월 6만TEU에 그쳤던 이 선사의 선대 규모는 49.8% 증가한 9만6100TEU로 10만TEU에 육박하게 됐다. 순위도 네 계단 올라 톱 20 진입에 성공했다. 향후 12척의 신조선을 인도받게 되면 순위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해운은 선복량이 7.3% 증가한 15만8800TEU를 기록, 순위가 한 계단 상승한 15위에 자리한 반면, SM상선은 22.8% 줄어든 5만7000TEU로 전년 대비 순위가 다섯 계단 하락했다. 남성해운의 선복량은 전년 2만4800TEU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으며, 천경해운은 12.6% 줄어들며 순위가 한 계단 떨어졌다.
지난해 1000TEU급 신조선을 도입한 동진상선은 8700TEU를 기록, 톱 100 진입에 성공했으며, 팬오션은 23.6% 증가한 8200TEU의 선복량을 기록,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범주해운은 전년 9400TEU 대비 7.8% 줄어든 8700TEU를 기록했음에도 순위가 두 계단 올랐다.
7대 선사 선복량 2.5% 증가
코로나19 확산에도 선사들의 몸집은 더욱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80%대였던 20대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 점유율은 올해 90%대에 진입했다. 선복량도 전년 2118만1000TEU 대비 4.1% 증가한 2204만9700TEU를 기록, 2200만TEU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전 세계 선복량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7대 선사들의 선복량 역시 전년 1818만4000TEU 대비 2.5% 증가한 1865만4500만TEU를 기록했다. 다만 점유율은 77%에서 76.8%로 0.2%p 하락했다.
20대 선사 중에서 발주잔량이 가장 많은 선사는 7위 에버그린이었다. 향후 신조선을 인도받으며 ONE을 밀어내고 세계 6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MSC CMA-CGM의 발주잔량도 30만TEU을 웃돌고 있으며, 양밍해운 코스코도 향후 인도받을 신조선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최근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도입을 발표한 하파크로이트와 ONE은 약 14만TEU의 발주잔량을 보유하게 됐다.
신조선 인도량은 내년에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로이즈인텔리전스는 올해 컨테이너선 인도량이 약 110만4800TEU로 전년 73만4600TEU 대비 50.4%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1만8000TEU급 이상 대형선 인도는 2020년 21만4100TEU에서 올해 27만3900TEU로 27.9%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1만4000~1만7999TEU급도 10만4900TEU에서 31만8300TEU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22년 이후 1만8000TEU급 이상은 40만TEU 이상이 해운시장에 공급돼 소석률(화물 적재율)을 높이기 위한 선사들의 집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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