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항로를 중심으로 나타난 운임 강세는 올 한 해 해운업계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연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해운시장을 강타하면서 수요 부진이 나타나며 시황이 하락할 거란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망과 달리 북미를 비롯한 원양항로는 유례 없는 호황을 보였다. 특히 북미항로에서 선사들의 선복 조절과 중국발 화물의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운임은 고공행진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8월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440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2794달러에서 500달러 이상 상승했다.
서안 운임이 3000달러를 넘은 건 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가 발표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연말을 겨냥한 수요가 쏟아지면서 운임은 4분기에도 강세를 보였다. 12월18일자 서안행 운임은 3900달러를 기록, 40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같은 날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도 3124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3000달러를 넘어섰다.
운임이 급등하자 각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 정부와 미국연방해사위원회(FMC)는 주요 컨테이너선사에게 운임 인상을 압박하는 동시에 선복 확대를 주문했다. 한국무역협회도 해상운임 동향과 무역업계의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 제출하고, 수출기업의 물류비용 안정화와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중국-미국 노선에 집중적으로 선박을 배치하면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선복 수배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11월 말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그리고 12월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미국행 화물 급증에 화주들은 선복 확보에 골머리를 앓았다. 선복난에 선사들은 화주들의 원활한 수출을 돕고자 잇따라 선박을 긴급 투입했다.
HMM(옛 현대상선)은 12월 국내 기업들의 수출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6번째 임시 선박을 투입했다. HMM은 12월 말 5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내년 2월까지 매월 1척 이상의 임시선박을 계속 투입할 계획이다. SM상선도 올해 6월 초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투입을 시작으로 6600TEU급 3400TEU급 선박을 차례로 배선함으로써 수출 화주들에게 추가 선복을 제공했다.
해운업계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들은 선복난과 높은 화물운임에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
포워더들은 화물을 옮길 배나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선복을 구하더라도 선사들의 프리미엄(추가운임)이 더해져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측정됐다는 게 물류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영세 포워더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선사들과 장기운임계약을 맺었거나 연간 물량이 고정적인 BCO(대형화주)에겐 프리미엄 협상 과정에서 그나마 일부 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워더들은 스스로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화주와의 협상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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