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1 10:05

북미항로/ ‘공급조절 전략 먹혔다’ 유례없는 호황

HMM·SM상선 등 컨선 긴급 추가투입


올 한 해 북미항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은 감소했지만 운임은 고공행진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요 급감을 우려한 선사들은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으로 운임 하락을 막았다.

올 1분기 북미항로의 핫키워드는 임시결항으로 압축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발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자 선사들은 대규모 결항에 나섰다. 선사들은 2~3월 두 달 간 미주항로에서 82회의 결편을 발표, 이 중 21회가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했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기승을 부리던 2월에만 70만TEU 규모의 컨테이너선대가 결항에 들어갔다. 북미에서만 무려 약 40%에 달하는 선복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중국을 휩쓸었던 코로나19가 5월 미국을 강타하면서 선사들의 불안감은 가중됐다. 미국 내 공장들이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면서 아시아와 북미를 오가는 화물이 크게 줄었다. 미국 해운조사기관인 데카르트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아시아 10개국발 미국행(북미수출항로)의 5월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19% 감소한 116만TEU에 그쳤다. 코로나19로 북미항로의 운송계약(SC)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비대면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된 탓에 계약체결 시기가 예년에 비해 지연됐다.

공컨테이너 부족 현상도 선사들에게 골칫거리였다. 미국 전역의 항만 가동율이 5년간 과거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만큼 컨테이너 수입에 차질이 생겼다. 중국 공장이 재가동했지만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 물량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미국 시애틀 터코마 오클랜드 등에서 컨테이너 박스 품귀현상이 심화됐다는 게 선사들의 설명이다. 

하반기 예상을 웃도는 수요 회복에 선사들은 기지개를 켰다. 선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재난지원금이 풀리며 소비가 증가하다 보니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1000달러 이상을 줘도 화물을 못 싣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들의 선복 조절과 중국발 화물의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운임은 고공행진했다. 8월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440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2794달러에서 500달러 이상 상승했다.

특히 서안 운임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일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서안 운임이 3000달러를 넘은 건 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가 발표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운임이 급등하자 우리나라 무역업계와 중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주요 컨테이너선사에게 운임을 인상하지 말 것을 지시함과 동시에 선복 확대를 주문했다. 한국무역협회도 해상운임 동향과 무역업계의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 제출하고, 수출기업의 물류비용 안정화와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4분기에도 강세 시황은 지속됐다. 11월 말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그리고 12월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미국행 화물 급증에 화주들은 선복 수배에 골머리를 앓았다. 선복난에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화주들의 원활한 수출을 돕고자 잇따라 선박을 긴급 투입했다.

HMM(옛 현대상선)은 12월 국내 기업들의 수출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6번째 임시 선박을 투입했다. HMM은 12월 말 5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내년 2월까지 매월 1척 이상의 임시선박을 계속 투입할 계획이다.

SM상선도 올해 6월 초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투입을 시작으로 6600TEU급 3400TEU급 선박을 차례로 배선함으로써 수출 화주들에게 추가 선복을 제공했다. 12월24일엔 미국 시애틀, 포틀랜드, 캐나다 밴쿠버 등을 잇는 PNS 노선에 6500TEU급 선박이 긴급 투입돼 부산항을 출항할 계획이다.

북미항로에서는 선사들이 선복량을 늘렸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만TEU급 컨테이너선이 투입되는 유럽항로에 비해 단위당 원가가 높은 데다 컨테이너 수요가 증가하며 운임 상승폭 또한 큰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입 불균형으로 공컨테이너 수급에 차질이 생긴 데다 항만 적체가 발생한 것도 운임 상승을 부채질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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