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2 09:21

“본업인 철강에 전념해라” 포스코 물류자회사 논란 국회 강타

해수부 국감서 물류 생태계 교란 비판


국회에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10월26일 열린 해양수산부 종합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포스코에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본업인 철강에 전념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국감엔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과 물류자회사 초대 수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 김복태 전무가  각각 참고인과 증인으로 나와 국내 대표 철강회사의 물류회사 설립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또다시 2자물류로 인한 해운업 분야 갑질문제가 발생했다”며 “연간 1억6천만t의 막대한 물동량을 보유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3자물류가 물류기본정책인 우리나라에서 시장 교란 행위이며 결국 물류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우월적 지위를 가진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만든다면 새로운 물량 확보가 아닌 모기업의 물량을 대신 받아 제3의 하청기업에 넘기는 포워더 기업 역할만 할 수밖에 없다”며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향후 몇 년 내에 해운업에 진출할 거란 우려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시장진출을 제한할 수 없지만, 근근이 버텨가는 해운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절한 시기 조절과 관련 업계와의 충분한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김복태 전무


포스코 사태로 대기업 갑질 부활 우려

이어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대형화주의 빈번한 계약파기를 통한 운임 하락 등의 갑질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해운법을 개정했다”며 “물류 효율화도 좋지만 포스코는 본연의 임무를 잘하는 게 국가에 기여하는 길이고 물류회사를 살리는 길임을 인식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포스코는 국민의 피와 땀으로 성장한 국민기업”이라며 “특별히 물류체계만 개선하겠다는 의도면 그룹 내 통합 TF(전담조직)를 만들어서 조절하고 경영능력으로 효율화하면 되지 별도의 물류자회사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은 물류비용 삭감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류자회사는 모그룹에서 경영성과 압박을 받고, 경영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은 실적을 올리려고 물류기업에 비용절감분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권 의원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전형적인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행태라고 규정하고 “현대자동차도 현대글로비스 때문에 계속해서 비난을 받지 않았느냐”며 “정부 국회 관련업계 등에서 전부 다 우려하는데 대기업인 포스코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으면서까지 왜 자회사 설립을 하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포스코는 효율성, 4차산업혁명 핑계대지 말고 철강, 종합소재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서 기업실적을 개선하라”고 질책했다.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과 제2차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인천 남동갑)은 “포스코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수퍼갑의 화주라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며 “화주가 물류산업에 뛰어들면 비용절감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존 물류업자들과 경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하는 순간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을 넘거나 덮을 만한 사회적인 효용이 있어야 하는데 효용은 회사 내부 비용절감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고 힐난했다. 

또 해외 철강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물류자회사를 설립한다는 포스코 해명을 두고 “예전에도 해운회사를 설립하려고 했다가 좌절을 겪었듯 같은 과정을 겪을 거로 본다”며 포스코 김복태 전무에게 국회 분위기를 회사에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문성혁 해수부 장관에게 “해수부가 법적으로 권한이 없다면서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며 포스코 문제를 국무회의 의제로 상정해 전 정부부처 차원에서 검토하고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은 “우리나라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등의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져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포스코까지 중소기업 밥그릇을 뺏어 먹으려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하면서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철회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서달라”고 촉구했다. 

 
▲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


물류효율화 vs 해운물류시장 고통 

의원들의 잇따른 질책에도 김복태 전무는 물류자회사 설립은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닌 물류 효율화가 목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철강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포스코 그룹 내 물류를 담당하는 여러 조직을 통합해 중복업무로 발생하는 낭비를 없애고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이만희 의원이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은 정부의 해운물류 육성 정책 방향성에 역행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해달라”고 촉구하자 답을 않다가 재차 따져 묻자 “지적한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해운업계 대표로 나온 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하면 물류 생태계가 교란될 거란 우려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해운기업에 끊임없이 저가운임을 강요할 거”라며 “포스코 입장에선 비용절감 차원에서 (물류자회사 설립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비용절감은 곧 해운항만산업계에 전가돼 선사뿐 아니라 해운 관련 기업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990년대 포스코가 거양해운을 설립했다가 철수한 데다 이후에도 해운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꾀한 사례를 들며 “포스코가 지금은 설립 반대의견을 무마하기 위해 국회나 해운업계에 해운업 진출은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물류자회사를 설립했다가 해운업에 진출한 것처럼 결국 허용하는 일정 조건에서 해운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포항제철 대우그룹 현대그룹 호남정유 등이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해운업에 진출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포스코에 해운물류업 진출을 접을 것을 압박했다. 

문성혁 장관은 포스코의 2자물류 진출은 정부의 물류 기본 육성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히고  “현행법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국무회의에 문제제기해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시사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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