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1 16:04

더 세월(56)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49. 미수습자 수색(2)


죽은 오빠의 여동생은 말했다.

“아빠는 살아가는 이유의 50퍼센트를 잃었어요. 50퍼센트는 오빠요 나머지는 나랍니다.”

배 안에서 언니오빠들은 벽까지 부수면서 발버둥 쳤는데 정부는 눈감고 그렇게 보냈는가, 분노했다.

선체 수색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봉사는 이어졌다. 논술강사를 하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자원봉사자로 살았던 사람. 유가족을 위로하는 노래를 지어 부른 아마추어 가수. 자발적으로 홀로 시위를 이어가는 부부. 손가락에다 봉선화 물을 들인 뒤 기도하는 사람. 유가족을 위해 무료 변론하는 국회의원.

아이에서 할머니까지 304명이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단원고 희생자 약전(略傳)을 토대로 손으로 써내려간 창작시 260점을 쓴 교육문예창작회 소속 시인들.  세월호 기억시를 국회의원회관 로비에 전시한 ‘416기억저장소’. 세월호 200일의 기록을 담아 SNS그림전을 연 목포의 화백.

특히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귀환과 희생자 추모의 의미로 304미터 길이의 천에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쓰는 서화 퍼포먼스는 압권이었다.

“진도씻김굿으로 생전에 원혼을 풀어주니 기분이 좀 나아요.”

애절하고 구슬픈 노랫소리가 위안을 줬다고 한 어머니는 말했다.

연극 ‘별망엄마’는 안산시 고잔동의 별망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바다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소소한 감동을 담아 풀어냈다. 관람료가 전석 4,160원이었는데 세월호 사고를 의미했다.

선체가 육상에 거치되자 해저와 선체에서 유해 수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선체가 목포 신항에 거치되면서 가장 먼저 선체에 들어간 것은 로봇이었다. 선체조사위원회는 선체의 부식이 심해 진입이 위험한 만큼 수색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로봇을 이용해 내부를 먼저 살피기로 했다.

3년 전 세월호가 침몰한 지 8일째 되던 날에도 로봇이 바다를 수색했다. 해저에 들어간 로봇은 수중음파탐지망으로 거대한 물체를 포착했다. 물 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의 형태를 뚜렷하게 잡아낸 해저탐사로봇은 크랩스터였다. 크랩스터는 여섯 개의 다리를 이용해 해저면을 걸어다니면서 150미터 반경에 있는 물체를 탐지하고 전방 15미터 이내에서는 영상도 촬영할 수 있는 고성능 수중로봇이다.

유해 수습 작업을 앞두고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이 수색 방법을 브리핑했다.

“객실 내부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 로봇카메라를 집어넣어서 객실 현황을 먼저 확인하고자 합니다.”

선체와 달리 유실방지 사각펜스가 설치된 사고 해역은 로봇 대신 잠수부가 내려가 직접 수색했다. 조류가 워낙 센 지역이라 해저 수색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해수부는 조사위와 수색업체의 요청에 대비해 해저로봇 투입을 준비했다.

5월 5일 아홉 명 중 처음으로 한 명이 수습됐다. 고창석 교사였다. 그는 진도 선체를 인양한 해저에서 34센티 정강이뼈로 발견됐다. 유해상태가 좋아 12일 만에 신원이 확인됐다.

5월 10일 조은화 양의 유해가 선체 수색 25일 만에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수습됐다. 3층 B갑판에서 그의 가방도 발견됐다. 5월 14일엔 허다윤 양이 수습됐다. 이들의 유골은 다른 미수습자를 수색하는 동안 차가운 목포신항 냉동 안치실에 보관됐다.

“언론이 조은화 양을 많이 조명하던데, 어떤 이유라도 있나요?”

“그 학생이 전교 1등을 했답니다. 학부모들은 성적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유해수습 작업자들은 잇따른 유해 수습과 언론의 관심에 고무됐다. 5월 22일 이영숙 씨의 유해가 육상거치된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제 미수습자는 5명이 남았다.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선생, 권재근 권혁규 부자. 5명의 미수습자를 찾기 위해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2017년 8월16일부터 9월 21일까지 42일간의 ‘2차 수중수색’을 마쳤다. 그리고 9월 25일 침몰해역에 대한 ‘3차 수중수색’을 시작했다.

수습본부는 침몰 해역에 직각으로 설치된 길이 200미터의 남·북측 펜스 아래와 펜스 인근에 쌓인 토사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펜스가 조류의 흐름을 막아 생긴 퇴적층에 미수습자의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작업자들은 펜스 주변에 쌓인 5미터 너비의 토사를 직접 확인하는 한편 해저면의 토사를 퍼 올려 작업선에서 진흙 등을 분류해 유해가 없는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조은화 양과 허다윤 양의 이별식이 9월 23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서울시청에 도착한 두 소녀의 영정은 하얀 국화 대신 빨간 장미꽃으로 물들었다.

유가족들은 조은화, 허다윤 양을 배웅하며 안식을 기원했다.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을 생각해 장례식이 아닌 이별식이란 이름으로 두 소녀를 떠나보냈다.

한 시민은 말했다.

“어떤 것이든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 일만큼은 아픈 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아요.”

25일 두 소녀는 단원고로 옮겨져 마지막 인사를 한 뒤 수원시립연화장에서 화장돼 단원고 친구들이 있는 평택시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고 이영숙 씨의 영결식은 10월 13일 오전 치러졌다. 이날 운구차량은 목포신항에 육상거치된 세월호를 지났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다섯 분의 유해가 하루빨리 수습되기를 온 국민과 함께 기원합니다.”
조사(弔詞)에 이어 추모시가 낭독됐다.

“두고 온 내 아들아, 잘 살아라. 이 못난 어미 몫까지….”

31살의 아들은 차가운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봉안된 이영숙 씨는 인천에서 홀로 살다가 제주도에서 일하던 아들과 함께 살려고 이사하는 날 세월호에 승선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 씨의 유해는 세월호 사고 3년여 만인 지난 5월 22일 세월호 3층 선미 좌현 객실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마음을 추스른 뒤 목포에 가서 아직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유족들을 도울 예정입니다.”

아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다섯 명의 미수습자 수색은 선체를 직립한 후 재개됐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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