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지난달 6일 부산신항에서 발생한 1만3900TEU급 컨테이너선 <밀라노브리지>(Milano Bridge)호와 갠트리크레인 간 충돌사고는 사고 선박의 프로펠러가 상당부분 수면 위로 노출돼 조종성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감속운항 등 특별한 조치 없이 접안을 시도한 게 원인으로 드러났다고 7일 밝혔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결과 중간발표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화물이 적재되지 않은 공선상태에서 선박평형수를 충분히 채워 넣지 않아 프로펠러의 약 3분의 1가량이 수면 위로 노출된 상태로 부산신항에 입항했다.
사고 선박은 프로펠러가 수면에 노출돼 조종성능이 제한된 상태에서 부산신항 2부두에 접안하기 위해 통상 속도인 6노트보다 빠른 8노트의 속력으로 토도를 끼고 우선회를 하는 과정에서 선박이 부두 쪽으로 밀리게 되면서 2부두 8번 선석의 육상크레인과 충돌했다.
일반적으로 선박이 화물을 싣지 않은 공선상태에선 선박평형수를 채워 운항함으로써 조정성능을 유지하지만 사고 선박은 당시 중국 조선소에서 수리·검사를 마친 후 선박평형수를 10%만 채운 공선상태로 부산신항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심은 그간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특별조사부를 구성하고 도선사와 선장 등에 대한 면담조사와 선박의 블랙박스인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선박과 항만에 설치된 CCTV 자료 확인, 목격자 진술 확보 등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VDR 정보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선박운항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여 공선상태에서의 선박 운항성능과 해상에서 조류나 풍향, 풍속 등 외력에 의한 선박 운항여건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 중에 있다.
지금까지 분석한 선박운항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프로펠러가 100% 수면 아래로 잠긴 상태에서 운항했을 경우 선박 조종성능이 향상돼 사고 회피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 선박이 토도를 지나면서 부두에 접근하는 속력을 사고당시 7~8노트보다 낮은 속력으로 감속해 운항했다면 부두에 접근하기 전에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계산됐다. 해심은 추가로 조타가 가능한 최소 속력 등을 고려한 추가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사고 당시 부산신항에는 초속 5~8m의 통상적인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당시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사고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VDR에 저장된 기상자료나 항만에 기록된 기상자료 등을 분석해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해심은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프로펠러가 노출될 정도의 흘수가 낮은 선박이나 초대형선 등이 입출항할 경우 도선과 예선 운영에 관한 개선사항을 발굴해 올해 하반기에 조사결과를 최종 공표할 때 같이 발표할 예정이다.
이창용 해심 조사관은 “조사 목적은 사고원인 파악과 함께 유사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 사항을 도출하는데 있다”며 “사고원인에 따른 책임 부분은 향후 해양안전심판 절차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발생한 사고 선박과 육상크레인 충돌 사고로 부산신항 2부두 8번 선석에 위치한 육상크레인 1기가 완파되고 3기가 부분 파손됐고 사고 선박이 크레인과 접안 선박과 접촉하면서 배꼬리쪽과 좌현 외판 일부가 손상됐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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