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글로벌 해운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키워드는 미중 무역분쟁과 공급과잉으로 요약된다.
올해 북미항로는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의 약세와 동남아시아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통관조사회사인 피어스에 따르면 1~11월 아시아 18개국발 미국행(수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한 1626만6900TEU에 그쳤다. 중국발 화물은 전년 대비 7.7% 감소한 998만1900TEU를 기록한 반면, 아세안발은 25.9% 폭증한 315만5600TEU로 집계됐다.
중국의 북미수출 점유율 추락도 눈길을 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북미수출 점유율은 전년 대비 4.6%p(포인트) 줄어든 59.7%를 기록, 60%대가 붕괴됐다. 중국발 미국행 수출 점유율이 50%대를 기록한 건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차이나 이펙트(중국 효과)’로 불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중국발 미국행 점유율은 2005년 이후 60%대를 유지해왔지만 무역전쟁 직격탄을 맞으며 50%대로 곤두박질 쳤다.
선사들도 G2(미국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 저널오브커머스(JOC)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선사들이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수송한 컨테이너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1198만TEU로 집계됐다. 미국 수입화물 증가율은 2016년 2017년 18.7% 15.1%의 두 자릿수를 보인 뒤 지난해 8.7%의 견실한 성적을 냈지만 올 들어 크게 둔화됐다.
같은 기간 수출 역시 글로벌 경쟁과 중국의 보복 관세로 선사들의 미국발 화물 증가율은 2016년 2017년 8.2% 7%에서 올해 1.6%로 곤두박질 쳤다. 궤를 같이해 머스크 MSC CMA-CGM 코스코 ONE 등 톱 5 컨테이너선사들의 수송량 증가폭도 둔화됐다.
상반기 5대 선사의 미국행 수송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744만6600TEU를 기록했다. 2016년 26.7%에 달했던 평균 증가율은 지난해 7.2%에 그친 데 이어 올해 2%대로 내려앉았다. 수출에서도 2016년 17.4%였던 증가율은 올해 4.3%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도 유럽항로는 초대형선 인도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영국의 해운물류컨설팅기관인 MDS트랜스모덜은 아시아-북유럽항로의 평균 화물 적재율(소석률)이 올 1분기 77%에서 2분기 74%로 하락한 데 이어 3분기엔 72%로 2%포인트(p)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1년 전 3분기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지만 재작년 소석률이 90%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폭이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내년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MDS트랜스모덜은 내년 1분기 선사들의 소석률이 70%를 보이다가 다음 분기 65%로 떨어진 뒤 4분기 62%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지난해 8.6%와 비교하면 줄어들겠지만 올 3분기 공급량이 전년 대비 5.3% 늘어나며 수요를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지중해 노선 소석률은 50%대로 큰 변화를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선사들의 잇따른 선복 감축 노력에도 초대형선 인도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만8000TEU급 이상 초대형선 인도는 2019년 16만8450TEU에서 내년 이후엔 81만3400TEU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1만4000~1만7999TEU급도 15만400TEU에서 45만752TEU로 늘어나며 소석률을 높이기 위한 선사들의 화물집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선사들은 약세시황을 극복하기 위해 북유럽 대신 지중해항로에 선대 투입을 늘리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올 3분기 아시아-지중해노선 선복은 연초 대비 3.2% 증가했다. 선사들의 서비스 조정 및 합리화가 아시아-유럽에서 지중해항로로 옮겨간 것이다.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선복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선복감축 효과보다 선박대형화에 따른 선복증가 속도가 더 빨라 운임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전국항만 ‘컨’ 소폭 증가
올해 전국 컨테이너항만은 물동량 유치에 나서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주요 제조업 위축 등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전국 항만 물동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10월 우리나라 전국 항만에서 처리된 컨테이너화물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170만9000TEU를 달성했다. 수출입 물동량은 일본과 중국의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1246만7000TEU, 환적화물은 2.2% 증가한 909만1000TEU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632만TEU를 기록했다. 수출입은 캐나다 호주 이란 등의 국가에서 감소세를 보였으나, 일본과 중국의 물동량 증가로 1.1% 증가한 772만9000TEU를 기록했다. 환적화물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859만1000TEU를 처리했다.
광양항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80만1000TEU를 기록했다. 수출입은 1.3% 감소한 134만 4000TEU를, 환적화물은 13.5% 증가한 45만7000TEU를 처리했다. 인천항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한 228만5000TEU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전국 무역항에서 처리된 항만물동량은 총 12억1525만t으로 전년 동기 12억645만t 대비 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항과 부산항의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2.6% 증가한 반면, 인천항과 평택·당진항은 5.5% 2.6%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철재류와 기계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 5% 증가했으나 유연탄은 6.1% 감소했다.
항만물류기업 영업익 개선 ‘대내외 불확실성 극복’
국내 6대 항만물류기업은 올해 우수한 연결기준 영업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CJ대한통운은 올해 3분기 매출액 2조6218억원, 영업이익 887억원, 순이익 13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8.4% 67.9% 124.9% 늘어난 수치다.
1~9월 누적실적은 매출액 7조5894억원, 영업이익 2059억원, 순이익 18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2% 32.6% -63.2% 성장했다. 회계기준이 IFRS16으로 변경됨에 따라 영업이익은 대폭 늘어난 반면, 순이익은 급감했다는 평가다.
한진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늘어나며 호조를 보였지만 순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한진은 3분기 매출액 5427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해 각각 10.6% 122.6%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순손실 폭은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70억원에 이르렀다. 회계기준이 변경된 영향을 받았고, 부산 재송부지 매각대금이 지난해 3분기 반영된 탓에 올해보다 지난해 실적이 유독 두드러져 보였다는 평가다.
1~9월 누적 영업실적에서는 매출액 1조5244억원, 영업이익 660억원을 기록해 각각 7.2% 112.3% 성장했지만 순이익은 지난해 618억원에서 15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4.3%로 2.1%p 상승했다.
세방은 올해 3분기 매출액 1901억원, 영업이익 52억원, 순이익 12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2% 65.6% 3.3% 성장했다. 1~9월 누적실적에서는 매출액 5218억원, 영업이익 152억원, 순이익 403억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 19.5% 20.4% 증가했다.
동방은 올해 3분기 매출액 1627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2% 99.3%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은 지난해 -20억원에서 올해 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9월 영업실적에서도 호조세가 반영됐다. 이 기간 동방은 매출액 4676억원, 영업이익 160억원, 순이익 72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24.5% 81.1% 84.9% 성장했다.
인터지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243억원, 영업이익 35억원, 순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수준에 그쳤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8% 73.1% 급증했다.
1~9월 누적실적에서는 영업이익이 106% 폭증한 104억원을 거뒀지만, 매출액이 소폭 감소한 3622억원에 머물렀고 순이익은 18억원 흑자에서 3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케이씨티시는 전 사업부문에서 선방하며 올해 3분기 재무적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매출액 1094억원, 영업이익 51억원, 순이익 38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8.3% 15.9% 31.7%의 성장률을 거뒀다. 컨테이너 운송량이 늘었고, 계열사 연결실적이 지난해부터 반영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발주량 급감에 한국조선 세계 1위 ‘흔들’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7년 만에 세계 1위로 올라선 한국조선은 올해 중국과 ‘연간 수주량 1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주량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넘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과 불과 4만CGT(수정환산톤수)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12월 수주량에 따라 1위 자리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선박 누계 수주량은 한국이 712만CGT를 기록, 708만CGT인 중국을 앞질렀다. 3위인 일본은 257만CGT를, 4위 이탈리아는 114만CGT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누계 수주량 중 액화천연가스(LNG)선 비중이 38%인 반면 중국과 일본은 벌크선 비중이 각각 33% 4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주력 선종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11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9만CGT로 한국은 6만CGT를 수주하며 3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54만CGT 규모를 쓸어담으며 세계 1위, 일본은 11만CGT로 2위에 각각 올랐다. 다만 이번 클락슨의 한국 수주실적에는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22일과 29일 각각 체결한 15억달러 규모 LNG선 및 유조선 2척의 계약이 제외돼 이를 포함할 경우 중국에 앞설 것으로 추정된다.
누계 수주액을 보면 한국이 164억달러로, 153억달러를 기록한 중국을 누르고 4개월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누계 발주량은 전년 3172만CGT 대비 37% 급감한 2006만CGT에 그쳤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 2629만CGT에 이어 한국 2075만CGT, 일본 1176만CGT 순이었다.
국내 조선 빅3는 연말까지 수주목표 달성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목표 달성에 근접한 조선사는 삼성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 들어 총 129척, 118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면서 올해 목표 159억달러의 74%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총 33척, 61억10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 연간 목표 83억7000만달러의 73%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총 71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 78억달러의 91%를 달성했다.
조선사들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증가한 3조642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 흑자기조 유지에도 해양플랜트부문 물량 감소에 따른 비용부담이 지속되며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맛봤다. 영업이익은 20.1% 감소한 303억원에 그친 반면, 순이익은 20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1273억원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당기순이익 역시 -5832억원으로 전년 3분기 -803억원에 견줘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손실 확대 배경과 관련해 드릴선 계약 취소에 따른 대손충당금, 장부가치 감액 손실 등 드릴선 관련 비용 2600억원, 임금협상 타결에 따른 일시금 400억원 지급 등이 일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1조3138억원 대비 49.5% 증가한 1조9646억원을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9475억원, 영업손실 2563억원, 당기순손실 296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1769억원에서 7분기만에 적자 전환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 -3239억원에서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은 전년 2조1973억원 대비 11.4% 후퇴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번 3분기 실적 악화는 올해 수주 부진에 따른 향후 고정비 부담 증가분에 대해 충당금 설정과 최근 드릴선 1척 계약 취소에 따른 약 1300억원 상당의 충당금을 반영하며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