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항만의 진정한 국제 경쟁력은 몇위일까? 2018년도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연구원(IMD)가 발표한 우리나라 항만인프라의 글로벌 경쟁력은 23위로 나타났다. 그나마 2017년도에는 27위를 기록했었으나 우리나라의 항만 경쟁력순위가 약간 향상된 것이다.
또한 WEF는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경쟁력을 2015년에는 20위에서 2017년에는 14위로 상향평가하면서 도로는 17위에서 12위로 철도는 17위에서 7위로, 공항은 21위에서 13위로 평가하면서 항만은 26위에서 23위로 계속 하위 내지는 부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항만의 발전현황을 생각할 때 이렇게 저조한 경쟁력 평가가 ‘과연 정확한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도로, 철도, 항공이 발전한 속도만큼 항만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항만은 지난 30년간 지속적인 투자에 힘입어 현재 충분한 항만시설을 확보하고 있어 과거 악명 높았던 1980년대 1990년대의 항만체선, 화물적체 현상이 없어진지 오래고 오히려 화물유치에 전념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항만관리, 운영부문의 혁신을 통해 부두운영회사제의 도입, 항만운영사의 통합, 항만장비의 현대화, 항만공사제의 도입, 초대형 항만의 건설 등 등 세계적인 항만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됐다. 특히 세계 제 6위를 기록하고 있는 부산항을 비롯해 항만시설 확보측면에서 국제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인천항, 광양항, 울산항, 포항항 등은 세계적인 굴지의 항만들로서 세계적인 항만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협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EP와 IMD의 평가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항만경쟁력을 극히 저조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평가방법이나 평가요소가 잘못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러한 항만분야의 낮은 평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외국기업의 우리나라 항만투자 및 운영참여에 대한 기피현상을 야기하게 되고 우리나라 항만관련 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적지않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특히 낮은 항만경쟁력 평가는 우리나라의 항만 이미지에 대한 손상은 물론 항만브랜드의 명성을 떨어뜨리게 되고 항만에 관련된 정책, 전략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어느 기구나 연구기관이 세계각국의 항만경쟁력을 평가해 발표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분석방법과 평가방법, 객관적인 평가요소 등을 겸비해 전문가 비전문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피 평가국들이 평가결과에 대해 수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전략과 방향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WEF의 인프라 경쟁력평가 방법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WEF의 평가결과는 대표성을 갖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WEF는 인프라의 경쟁력을 평가함에 있어 공식적인 통계자료나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지수평가보다는 설문대상자의 주관적인 판단결과에 의존해 평가를 하고 있다. 그것도 전문가들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기업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공평성이 결여된 평가를 하고 있다. WEF는 인프라를 평가함에 있어 114개 항목 중 34개 항목은 세계은행 등의 통계자료를 사용하고 80개 항목은 설문조사 결과를 사용하고 있다. 설문조사도 137개국에 파트너기관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100명의 수출입 대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철도, 도로, 항만, 공항의 인프라를 평가하면서 국가별로 부문별 가중치를 달리해 평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인프라들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결과의 객관성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가중치를 합리적으로 부여하면 경쟁력순위는 많은 변화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로는 인프라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WEF, IMD 공히 인프라평가지표가 6~7개에 불과한데 항만분야의 평가지표는 단하나 항만인프라의 질로 평가하고 있다. 즉 항만인프라의 질 하나로 세계 137개국 항만의 순위를 부여함으로써 많은 국가의 항만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설문응답자의 비대표성과 함께 낮은 응답률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하고 있는 WEF에서는 1979년 이후 매년 국가경쟁력도 평가해 발표해오고 있다. 1995년 까지는 IMD와 공동으로 발표했으나 1996년부터는 독자적으로 연구해 각자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경쟁력평가 역시 항만인프라 평가와 마찬가지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3대 분야 12개 부문, 114개 항목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바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26위, 29위 등으로 20위권 후반에 속해있으며 OECD 35개 국가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하고 있다. 여기서 3대 분야는 기본요인, 효율성증진, 기업혁신 및 성숙도 분야로 나눴 평가하고 있다. 12개 부문은 정부 공공분야, 기업시장 분야, 제도인프라 분야, 거시경제 분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WEF의 평가에 따르면 세계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실업, 양극화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한국경제의 경우 선진국 중에서 드물게 지난 10년간 순위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12개 부문간의 불균형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는 세계 2위, 인프라는 8위이지만 제도는 58위, 노동시장은 73위, 금융시장은 74위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경쟁력 평가도 통계조사와 설문분석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WEF와 IMD 공히 통계순위로는 24위, 37위이지만 설문순위로는 41위, 53위로 평가되고 있어 역시 객관적인 평가지표보다는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 순위를 메기고 있다는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확한 평가가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튄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WEF와 IMD의 평가결과에 대응하기 위해 기재부 차관이 중심이 돼 정부부처와 민간인을 주축으로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를 구축했으며 매년 2회의 정례회의 열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처별로 경쟁력 취약부문의 원인분석과 개선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기재부 훈령으로 국가경쟁력 분석 및 제고방안에 관한 규정도 마련했다. 물론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 국가경쟁력을 점검해보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럽의 작은 나라가 수행한 정확성이 결여된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국가적인 자존심과도 관계되는 것이고 항만경쟁력 평가문제는 항만도 없는 내륙국가의 연구원에서 평가한 신뢰성이 결여된 결과에 연연한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문제가 있다. 차라리 차제에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의 항만경쟁력을 평가하고 자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강력하게 건의하는 바이다. 해양수산부 산하에 세계항만 경쟁력 평가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한다. 기존 항만시설의 인프라 측면과 운영관리측면의 평가, 항만규모와 생산성, 서비스수준 등이 지표로서 분석돼야 한다. 또한 향후 미래항만의 지표로서 친환경시설, 스마트항만기술, 자동화, IT기술의 도입현황 등이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 국제항만경쟁력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항만관련 국제기구와 협력, 평가모델을 구축해 세계각국의 항만경쟁력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해 주자. 기존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나 최근 설립된 해양진흥공사를 활용해도 좋고 대학이 참여해도 좋을 것이다. 항만경쟁력평가를 우리나라에서 주관하면 세계각국의 국제기구 및 항만전문가들이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고 항만관련 기업들의 글로벌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재부, 산업자원부가 주축이 돼 한국개발연구원이나 산업연구원 등을 통해 세계각국의 국가경쟁력 평가사업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제대로 된 평가결과를 세계각국으로 전파하고 국제적인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을 제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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