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남초(男超) 현상’이 두드러진 해운업계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EAS쉬핑코리아 최정미 대리는 국내 해운업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여성 영업사원이다. 근해항로 취항선사 중 여성 영업인력은 최 대리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건네받은 명함에서부터 여성 영업사원만의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명함엔 ‘네잎클로버’ 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을 전달하고 싶다며 명함을 색다르게 꾸민 그에게서 섬세함과 배려심이 묻어나왔다. “영업도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A부터 Z까지 세세한 부분을 신경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최 대리의 해운물류업계 경력은 20년에 달한다. 1997년 조양상선 입사를 시작으로 국내 굴지의 콘솔기업을 거친 뒤 지난 2004년 EAS쉬핑코리아에 합류했다. 그가 십여년 넘게 몸 담고 있는 중국 해운사 EAS쉬핑은 지난 2013년 한국 해운시장을 법인화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항만인 부산 광양 인천과 중국 다롄 톈진 옌타이 칭다오 롄윈강 상하이 닝보를 연결하는 정기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 대리는 “이메일로만 가능했던 선적 업무를 웹으로도 진행하며 고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더욱 높아졌다. 화주들에게 빠른 피드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유쾌한 성격으로 회사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는 최 대리는 임원진의 적극적인 권유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업무팀에서 영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로 영업 3년차를 맞은 그는 해상운임 외에 화물 도착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컨테이너 수리비 및 보관료 사용료 등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해운물류시장 정보를 발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경우 ‘안 된다’보다는 ‘된다’라는 마음으로 상황의 자초지종을 파악한 후 빠르고 정확한 업무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영업 초기에 제가 업무 미팅을 나왔다고 하니 의아해하는 고객사들의 반응이 아직도 떠오르네요. 미팅에 앞서 거리를 두는 사람도 있었고 여성 영업사원이라는 선입견이 어느 정도 있었던 듯 합니다.” 최 대리는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본인의 업무에 충실했다.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기회와 여건이 주어진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연한 대처’와 ‘원활한 소통’은 최 대리의 강점이다. “화주(포워더)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업무팀 담당자들이 생각보다 비슷한 연배의 여성이 많아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더욱 좋아요.” 선사와 포워더를 오가며 쌓은 그의 업무 노하우도 고객들과의 업무 소통력을 더욱 끌어주는 시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한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그는 앞으로 해운업계에도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받아온 감사한 마음을 가족, 그리고 동종업계에서 동고동락하는 선후배님들께 활력으로 보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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