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탁기·철강 제조업체들이 미국의 통상압박에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다. 트럼프정부가 국내 대표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탁기와 철강재의 수출물량이 2월부터 대폭 감소하고 있다.
무역데이터 제공업체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한 2월 세탁기 물량(미국 도착물량 기준)은 총 8561t(대당 100kg 기준 약 8만6000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64% 감소했다. 이 중 한국산 물량은 총 물동량의 59%에 달하는 5000t(약 5만대)을 조금 못 미쳤다.
2월 세탁기 물동량 감소에 대해 임포트지니어스는 “(한국산 세탁기 수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과 LG가 2분기 프리미엄 세탁기 가격인상 방안을 검토하던 중 수출물량을 줄이고, 가격인상 후 다시 물량을 늘려 향후 추가 관세부과에서 초래될 수 있는 손해액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월은 2월과 달리 물동량이 활황세를 보였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수입한 세탁기 물동량은 3만2000t(약 32만2000대)으로, 그 중 한국산이 2만8000t(약 27만6000대)을 차지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3% 107% 폭증했다. 한국산 물량의 점유율은 약 86%로, 국내 가전업계가 세이프가드 서명을 대비해 사전에 물량 밀어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2월 선적횟수도 229회에 그치면서 전월 1143회 대비 약 80% 급감했다.
미국이 수입한 1~2월 세탁기 물동량은 4만1000t(약 40만8000대)으로 전년 동기 4만8000t 대비 약 20% 급감했다. 월간 편차가 크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연초부터 월간 물동량이 크게 출렁이는 모습으로, 기타 국가의 수출량 감소폭 대비 한국산이 매우 컸다는 분석이다.
철강 파이프와 튜브제품 물동량도 지난 1월 반짝 급등했지만 2월 들어 대폭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달 미국이 수입한 철강 파이프 및 튜브의 선하증권(BL) 발행건수는 약 3000건으로 전월 약 5000건 대비 29.4% 급감했다.
그중 한국발 미국향 BL 건수는 약 900건으로 전월보다 소폭 하락한 수준이었지만, 물동량으로는 12만1000t을 기록해 1월 18만1000t 대비 33.3% 급감했다. 이들 품목은 지난해 10월 18만t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1월 반짝 상승했다.
지난해를 놓고 보면 한국산 철강 파이프와 튜브는 미국으로 약 160만t이 수출됐으며, 제품가액으로는 약 16억달러(한화 약 1조7130억원)를 기록했다. 미국이 사들인 철강재의 약 20%에 달하는 가치로, 우리나라는 관련 제품 수출액의 약 60%를 차지했다. 지난해 수입BL 건수를 놓고 보면, 미국은 약 3만9000건으로 집계됐으며 한국기업이 약 9000건을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중국 독일 멕시코 벨기에 순이었다.
철강제품 세이프가드 지정에서 제외된 멕시코시장도 주목할 만하다. 멕시코는 지난해 미국으로 약 2500건의 수출BL을 발행했으며, 물동량은 네 번째로 많았다. 국내 내수수요도 상당하다. 멕시코는 최근 석유와 가스시설 인프라 확장에 본격 나서고 있어 관련 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미국시장 대신 멕시코시장에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임포트지니어스 조지원 아시아 사업총괄 이사는 “지난해 멕시코는 전 세계로부터 약 35만t 가량의 철강 파이프 및 튜브제품(HS코드 7304 기준)을 수입했으며 약 260개의 수입업체들이 약 350개의 수출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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