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만물류협회가 하역장비 교체 자금 지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데 올 한 해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정부는 수협에서 대출을 받아 하역장비를 구입하는 부두운영사에게 항만공사(PA)에서 이자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난 2006년 도입했다. 이른바 항만하역장비 현대화 지원사업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PA가 설립된 항만으로 제한돼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항만물류협회는 지난 2016년부터 대상 항만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PA가 없는 항만엔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협회는 지난해 ‘항만 인력 구조조정 시스템 연구용역’을 발주해 항만현대화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도출했다. 항만현대화기금은 항운노조 상용화에 대비해 조성된 자금이다. 1997년부터 하역회사가 부두임대료의 10%, 하역요금의 1%를 분담하고 있다. 기금을 항만하역장비 교체 지원에 쓰자는 게 협회의 생각이다.
다만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선 노사정 합의가 필수적이다. 협회는 ‘항만 노사정 상생협약서’에 기금 활용을 반영하기 위해 해수부와 업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하역사들은 장비 현대화 지원사업이 확대될 경우 전국적으로 연간 100억원 정도의 장비 구매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항만물류협회 김석구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PA가 설립된 항만은 4곳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PA가 없는 많은 항만이 하역장비를 바꾸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노조와 협의해서 PA가 없는 항만도 지원을 받는 시스템을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만시설보안료 징수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2015년 12월 제정된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법률은 항만소유자는 보안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보안료’란 명목으로 시설 이용자에게 받도록 하고 있다.
항만시설보안료의 종류는 선박보안료 여객보안료 화물보안료 등 세 종류로 나뉜다. 선박보안료는 입출항하는 선박의 총톤수를 기준해 톤당 최대 3원, 여객보안료는 출항여객 1인당 최대 120원(6세 미만의 소아 제외), 화물보안료는 액체화물 10배럴당 5원, 컨테이너 화물은 TEU당 86원, 일반화물은 t당 4원을 넘지 않는 금액에서 징수할 수 있다. 환적화물과 빈 컨테이너는 징수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규정에도 항만운영사들은 선사들로부터 보안료를 못 받고 있다고 김 부회장은 전했다. 항만시설소유자가 이용자에게 보안료를 받기 위해선 지방해수청에 승인 신청서를 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전국 208개 항만보안시설 중 보안료 징수를 신청한 곳은 부산 신항 11곳에 불과하다. 전국 항만의 5.3%만이 보안료를 받겠다고 신청한 반면 나머지는 울며 겨자먹기로 스스로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하역사들이 보안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인 선사나 화주에게 하역료가 아닌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전국적으로 징수하지 못하는 연간 보안료는 50억원 안팎이다.
받지 못하는 보안료 연간 50억
“항만시설보안료 징수가 가장 큰 문제다. 하역사들이 을이다보니 선사들이 하역료 얼마를 줄테니까 경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알아서 하라고 한다. 상황이 열악하다보니 항만에서 보안사고가 나곤 한다.
철도나 공항에선 보안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항만은 국가에서 보안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법에서 민간사업자가 알아서 하란 식으로 돼 있어서 항만운영사들이 그 책임을 다 안고 가야 한다. 정부에서 보안료를 받아서 보안경비로 쓰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협회는 지난해 ‘항만보안 관리체계 효율화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보안료 징수 체계의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연구보고서는 항만공사가 보안료를 이용자에게 통합 고지하고 전자결제대행(PG)사에서 수납 배분하는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4차례 열린 이해당사자 회의에서 PG사를 통한 보안료 징수에 난제가 많다는 점이 부각됐고 결국 PA가 보안료를 징수하고 그 금액 만큼 터미널 임대료를 깎아주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김 부회장은 “국가부두와 PA부두가 동일한 방법으로 동시에 항만시설 보안료가 징수될 수 있도록 해수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올해 5월 관계기관과 협약서(MOU)를 체결한 뒤 내년 1월부터 전국 항만에 통합징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항만하역 표준계약서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표준계약서는 동일화물 하역요금이 회사나 계약마다 달라 발생하는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 2016년 4월 해수부장관과 화주 대표 4곳, 선주협회장, 항만물류협회장 들이 참석한 가운데 표준계약서 채택 협약서에 서명한 바 있다.
협회는 지난해 3월 항만하역요금표에 표준계약서를 수록하는 한편 부두운영사(TOC) 성과평가 요소에 채택 여부를 반영하는 등 활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선주와 화주가 과거의 계약방식을 고수해 활성화는 아직까지 요원한 실정이다.
김 부회장은 “항만사업법에 나와 있는 고시요율을 지키는 게 숙원과제”라며 “표준계약서를 정착시켜 인가 하역요금 준수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노동정책 개편이 항만하역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특히 하역업이 근로시간 5대 특례업종에 포함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5대 특례업종은 육상운송 수상운송 항공운송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으로, 하역업은 기타운송서비스업종에 들어간다.
“항운노조원 통상월급은 평균 520만원으로, 최저임금을 모두 넘는다. 속초항 같은 곳은 30만원 정도지만 한 달에 하루 근무하고 받는 금액이기 때문에 시급으로 따지면 매우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밖에 협회는 항만 야드트랙터 연료의 LNG 전환과 국가필수해운제도 도입을 올 한 해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정부 지원을 통해 지난 3년간 105대의 야드트랙터가 연료를 경유에서 LNG로 바꾸는 개조를 마쳤다”며 “정부가 올해는 LNG전환 지원 대상 장비를 35대에서 100대로 확대하는 한편 LNG 연료 트랙터를 구매할 때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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