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9 10:14

시선/ 연안해상교통 선진화를 위한 선결조건



학창시절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무작정 섬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섬과 육지를 오가는 노후된 여객선, 하루에 단 한 번뿐이던 운항편, 부담스럽던 배삯. 섬 여행 당시 받은  느낌이었다. 특히 운항거리에 비해 비싼 운임을 내면서 여행객에게는 한 번 쓰는 비용이겠지만, 매일 뭍을 오가는 섬주민에게는 큰 부담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 ‘연안해상교통 대중교통화 추진’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들으면서 예전 여객선을 처음 탔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안여객선시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는 듯 세미나 참석자들은 여객선 운임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여객선의 km당 운임은 362.9원이다. 164.4원 하는 KTX의 2배 수준이다. 항공(209.6원)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 여객선이 대중교통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도로 철도 등 육상교통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는 사이 여객선의 사업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대중교통에서 여객선이 빠져있다 보니 연안해운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독과점 체제가 구축된 지 오래다. 수익이 나질 않는다는 이유로 선사들이 적자항로 운영을 기피하는 까닭이다.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도서민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환경이다. 나이 20년을 넘긴 선박이 30%에 달하는 데다 접안시설 및 편의시설 등도 열악해 안전사고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연안여객선 이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7년 1263만명이던 여객선 이용객은 10년간 34% 증가하며 지난해에 1690만명에 이르렀다. 일반인 이용객은 1172만명으로 전체 연안여객 수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바다 위의 버스’가 따로 없다.

새해 정부는 준공영제 확대를 연안해운분야 핵심정책으로 내놓았다. 항로 단절이 우려되거나 적자가 발생하는 노선에 약 2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기항지 접안시설 개선과 여객선 자유이용권 확대, 승선권 모바일 발권 체계 도입 등도 새롭게 추진된다. 하지만 예산 규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연안여객선시장의 정부 지원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연안해운 이용 활성화와 질적 성장을 위해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과제로 여객선의 대중교통 편입을 들 수 있다. 노르웨이는 연안여객선 항로를 국가 주요 간선도로로 지정했고, 일본은 영세 선사에 노후 선박 대체를 지원하는 등 여객선을 대중교통으로 법제화해 공공성과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보조항로에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을 넘어 정부 등 공공부문이 직접 운영·관리하고 있어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여객선을 이용하고 있다.

해상·육상교통의 연계성, 들쑥날쑥한 운항관리와 높은 비용, 노후된 선박과 터미널 인프라, 선원 처우 개선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연안여객선의 대중교통화는 꼭 필요하다. 이는 곧 도서지역 주민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해상교통 이용을 늘리고 해양관광을 활성화하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

< 세월 >호 사고 이후에도 여객선 이용객이 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이용객 증가에 발맞춰 해상교통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이용객 2000만명 돌파라는 상징적인 성과에도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연안해상교통의 선진화가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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