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입 무역항만의 핵심지로 꼽히는 고베항은 1868년에 개항해 일본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항만이다. 로코산(육갑산)으로부터 오사카만에 이르는 가파르고 험준한 지형에 의해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천연의 양항’으로도 불린다.
10세기 헤이안 시대 말기의 무장이었던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淸盛)가 당시 효고항(大輪田泊·오와다노토마리)을 건설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무역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세계2차대전에서 UN동맹군이 고베항을 점령했으며 미국의 관리 하에 1973년 일본에 반환됐다.
고베항은 1970년대 일본의 경제성장과 함께 1973년부터 5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항만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95년 고베대지진 발생으로 주요 항만시설이 붕괴되면서,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의 지위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주요 정기선사들의 발길도 대지진 이후 뚝 끊겼다.
비용감축·서비스개선으로 항만경쟁력 강화
일본 정부는 고베항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2010년 고베항을 서일본지역의 전략적 컨테이너항만으로 지정했다.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고베항은 주요 컨테이너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 화물집중, 화물창출, 경쟁력 확보 등에 힘써왔다. 특히 비용절감, 규제완화로 항만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고,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간선도로 확장과 항만서비스도 개선했다.
고베항은 3.89㎢의 면적에 컨테이너부두용 34선석이 자리하고 있으며 수심은 약 13~16m 수준이다. 선석은 안벽길이 350m 4선석, 400m 1선석, 800m 1선석, 1050m 1선석, 1150m 1선석 등을 갖추고 있다. 안벽크레인은 65t급 22열 5기, 50t급 22열 5기, 44t급 16열 2기, 40t급 17열 5기와 16열 9기 등 총 26기를 갖추고 있다. 주요 부두운영사는 MOL 케이라인 NYK APM터미널 외 일본계 제조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세계 주요국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고베항을 기항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은 북미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중국 우리나라 등 다양한 나라와 항로서비스를 연결하고 있다. 특히 고베항은 일본 5대 항만(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오사카) 중 가장 왼쪽에 위치한 항만으로 대 아시아역내항로의 마지막 수출관문이자 첫 수입관문으로 통한다. 최근 중국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인근 국가들이 상당한 경제성장을 보이면서 고베항을 관할하는 항만당국은 아시아역내항로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촘촘한 네트워크망도 자랑거리다. 지난 2016년 12월 기준 동남아항로는 31개 노선 월 128항차가 개설돼 가장 많았다. 일중항로는 30개 노선 130항차로 뒤를 이었다. 3위는 우리나라로 6개 노선 28항차가 운영되고 있다.
북미지역은 서안 4개 노선 16항차, 동안 2개 노선 8항차였으며, 구주·지중해항로는 1개 노선 4항차의 기항 빈도수를 보였다. 주요 아시아역내 수출국까지 화물을 수송하는 시간도 짧은 편이다. 중국계 주요 항만까지는 2~3일, 필리핀·태국·베트남 등은 6~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는 9일이 각각 소요된다.
한편 고베시는 지난해 1월 개항 150주년을 맞은 고베항을 시민들을 위한 도심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키조 히사모토 고베시장은 "고베항의 브랜드이미지를 제고하고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해 도심친수공간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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