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동해항에 입항했다가 상륙허가증 없이 상륙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부과 받은 선원들이 극적으로 기소유예 판정을 받았다.
사건은 지난 3월12일 동해항에 입항해 28일 출항 예정이었던 하나로해운 소속 4800t(재화중량톤)급 국적선 <하나테티스>호가 하역 작업 지연으로 출항일이 미뤄지자 바로 전날 상륙허가증이 만료된 상태에서 선원들이 상륙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외국인 선원들은 가족들과 연락을 하기 위해 부두내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가 가능한 지역을 찾아 배에서 내렸다.
이들을 발견한 춘천출입국관리사무소 동해출장소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본선 선장에 800만원 해당 외국인 선원 7명에게 각각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특히 3명은 동료들의 연락을 받고 여권을 전달하기 위해 부두 초소에 갔다가 마찬가지로 무단상륙으로 간주돼 벌금형에 처해졌다.
외국인선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는 전국선박관리선원노동조합은 즉각 지원팀을 꾸려 대응활동에 들어갔다. 동해출장소를 방문해 선원들의 행위에 고의성이나 의도가 없었다는 점, 출입국관리법상 상륙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점, 법익침해가 극히 경미하고 본선 선장이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점 등을 강력히 피력했다.
사건이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으로 이송되자 관할 수사처 고성경찰서를 수차례 방문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선원들을 대신해 억울함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전했다. 아울러 일터나 대중교통, 생활환경 어디에서나 쉽게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일반 국민과는 달리 항구에 입항해야 겨우 사용이 가능한 선원들의 열악한 여건을 참작해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법 집행을 호소했다.
선박관리노조의 적극적인 구명활동이 받아들여져 결국 지난 11월29일, 이들은 모두 극적으로 기소유예 판정을 받았다.
벌금형을 받았던 본선 김문규 선장은 “노조가 적극 지원 및 대응을 해 준 덕분에 기소유예 통보를 받을 수 있었고 전과자가 될 뻔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감사인사를 전했고 앞으로 유사한 사건으로 피해를 보는 선원들이 생기지 않도록 노조와 선사가 나서서 사건재발방지에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선박관리노조 박성용 위원장은 “냉정한 시각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선원들이 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선원들의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고, 특히 이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항만 보안 규정을 잘 몰랐다는 점을 참작해 경찰과 검찰 관계자들이 따뜻한 법집행으로 소수자를 배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내려진 기소유예 결정을 환영하며, 우리 선원들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조합이 홍보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선박관리노조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위한 정책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 법은 상륙허가증 발급 및 관리 등 관련 업무를 운수업자 등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나 선원이 법을 어길 경우 선장과 선원에게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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