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역대 최장기간인 추석연휴의 끝자락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말레이시아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전 세계 물류 장인들의 행사로 불리는 FIATA(세계국제물류협회)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2015년부터 총회 유치에 열을 올렸던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와 유치단은 2전 3기의 노력 끝에 2020년 우리나라의 해양수도인 부산에서 행사를 열게 됐다.
‘물류 올림픽’으로 통하는 FIATA 총회에는 전 세계 200개국에서 수많은 물류협회와 기업들이 참석한다. 총 7일간 회장단 회의, 이사회, 분과위원회, 지역별위원회, 전체 회의, 세미나 등 다양한 회의들과 전시회, B2B(기업간 거래) 미팅 등 참가자간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이뤄진다. 시황 침체로 어두운 분위기에 빠진 포워딩업계에 총회 개최 소식은 취재하는 기자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물류기업들로부터 예상 밖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FIATA가 정확히 무엇이냐” “관심 없다” 등의 반응 일색이었다. 20여년 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FIATA 총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2년 전인 1995년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한 이력이 있다. 당시 행사 참가자는 약 800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인 참가율은 높았던 반면, 한국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200~3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한다. 예상을 웃돈 외국인의 참여로 대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졌지만, 정작 주최국인 우리나라에서 참가율이 저조했던 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이번 FIATA 부산 총회는 양과 질에서 이전 대회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물류산업 성장과 더불어 외국인의 참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서울 총회와 마찬가지로 국내 물류기업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인터넷 발달로 면대면 만남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화물 유치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기업들에게 FIATA 행사는 먼 나라 얘기로 들릴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 국토교통부는 FIATA 행사 지원 예산 편성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행사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1995년 개최 당시 역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KIFFA와 기업 등 오로지 물류업계의 노력으로만 세계 대회가 열렸다. 별도로 마련한 FIATA 기금이 없었더라면 적자 대회가 됐을 거라는 게 당시 유치 관계자의 설명이다.
FIATA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회의 시설, 운영·안전 시스템, 숙박·교통 인프라 등 점검해야 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개최국에서의 열정과 지원이 흥행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라 말할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중장기 물류전략인 ‘국가물류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25년까지 우리나라의 국제물류경쟁력을 10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FIATA 성공적인 개최는 정부가 목표한 국가물류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여 FIATA 행사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자국민들의 관심을 더불어 높이려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단순히 부산에서 열리는 것이 아닌, 개최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려면 정부와 지자체, 물류업계 등의 수많은 관심이 한 군데로 모아져야 한다. 3년 뒤에 있을 FIATA의 성공 개최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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